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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from 글쓰기 2015. 3. 5. 17:49

우울증에 걸렸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뒹굴고 먹고 자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취업이 안 돼 무기력해 진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쩌나’, ‘오늘 산책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여동생이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비행기가 추락하면?’ 상태가 나아지면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들이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막상 당시에는 겁에 질려 방바닥에 누운 채 모두가 죽어버리면 어쩌나 하며 몸을 떨곤 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보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무 고통 없이 내가 죽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게다가 왜 이리 움직이기가 싫은지 샤워를 하려면 큰 결심을 하고 방문을 나서야 했다.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지내다보니 내 행동반경은 채 5m도 넘지 않았다. 살이 급속도로 찌기 시작했다. 50kg 중반을 유지하던 내 몸무게는 어느새 70kg 가까이 늘어 있었다. 살이 찌니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활동량이 줄어 다시 살이 찌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제일 무서운 건 기억력 감퇴였다. 책을 읽는데 독해가 되지 않았다. 이미 읽은 구절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야 겨우 이해가 될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책을 한 두 페이지 읽고 나면 기력이 떨어져 잠이 쏟아진다. 가장 즐기는 취미인 독서마저 할 수 없게 되자 일상은 더욱 무료해졌다. 머리가 무겁고 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 마디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신경정신과를 찾아가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우울증에 좋다는 운동을 하고 싶어도 날씨가 추워 (실은 몸을 꼼짝하기도 싫어서) 대문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쓴다. 글쓰기에는 놀라운 힘이 숨어있다. 국내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어떤 글을 읽고 나서 마음의 고통을 잠재우거나 우울한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열 알의 발륨(valium)이나 백 알의 프로작(prozac)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일기쓰기는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치유적 글쓰기 중 하나라고 한다. 자신의 일상적 경험과 감정, 욕망, 기억을 표출하기 때문에 내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의욕을 상실했다고 느낄 때에는 빈 종이를 꺼내 무엇이든 적어 나가자. 소설이든 일기든 수필이든 상관없다. 그저 묵묵히 글자를 적어 나가다 보면 마음에 있는 응어리가 풀리고 자신과 대화를 하며 자기를 수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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