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uman 4.0 -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인간은 자신의 몸을 돌볼 수 있게 된다.

2. Distrupted Nation States - 다양한 국가 연합이 등장한다. 국민이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한다.

3. Internet Giants - 포춘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의 70% 정도를 현재 아직 태어나지 않은 기업이 차지할 것이다.

4. Digital Currencies - 세계 단일통화가 나오기 전에 먼저 디지털 통화가 세계를 하나로 묶을 것이다.

5. Brain Upload - 인간의 뇌를 매핑하여 정보와 지식을 클라우드 등의 가상공간에 올린다.

6. Immersive Life - 가상현실이 삶을 대신해주는 미래가 온다.

7. AI Robotics - ‘AI 로봇이 인간의 모든 삶을 주도하고 대행한다.

8. Internet of Things - 사물에 센서, , 인공지능 등이 삽입되면 모든 사물이 인간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인간을 지원할 것이다.

9. Synthetic Biology - 2045년에는 합성생물학이 최대 산업 가운데 하나로 부상할 것이다.

10. Disrupted Family - 결혼제도가 붕괴하고 수시로 파트너를 맞아 공동생활을 하다가 일을 찾아 이동하는 식으로 가족구조가 변한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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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8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8. 28. 17:55

계획이 틀어졌다. 어제 면접을 본 청소년수련관에서 나를 예비합격자로 뽑은 것이다. 합격자가 그만두지 않는 이상 내가 채용될리는 없고. 면접에서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합격할 줄 알고 자신만만했는데 무엇 때문에 떨어진 것일까. 작가가 되고 싶다고 괜히 말했나보다.

면접에 떨어지고 충격을 받아 오늘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책도 제대로 못 읽고 누워만 있었다. 나란 사람은 왜 이렇게 게으른 것일까. 돈을 벌어야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고집하다보니 일자리 찾기가 버겁다. 세상 일이 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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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5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8. 25. 14:40

요즘 들어 독자가 아닌 작가의 관점에서 글을 읽게 된다. 세상에는 여러 글이 있다. 그중에서 내가 끌리는 글은 솔직한 자기 고백형 글이다. 내가 솔직한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놈의 자기 검열 때문이다. 최근 알게 된 어느 블로거의 일기를 읽고 카타르시스 비슷한 걸 느꼈다. 내가 그라면 숨기고 싶었을 내용까지 기름기를 쫙 뺀 담백한 문체로 담담히 적었더라. 백지만 보면 불편해하는 나의 문제는 내 글이 솔직하지 않은 데 있는 것 같다.

요즘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취업을 재촉하는 엄마의 말에도 알았다고만 대답하고 띄엄띄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며칠 전 일기에서도 썼듯이 관심가는 이성이 생겼는데 그를 따라 나도 평생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삶에서 돈이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왔던 나였는데, 정작 홀로서기를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속한 시민단체에서 알게 된 분의 소개로 청소년수련관 단기 계약직에 지원했다. 한달에 150만원을 벌게 되니 네 달이면 600만원이다. 이 돈으로 내년 2월까지 토익을 최소 800점 이상으로 만들어놓고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알바를 한 게 후회된다. 분명 얻은 게 있겠지만 내겐 기회비용이 더 컸던 것 같다. (공부란 때가 있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돈 걱정만 없다면 평생 공부만 하며 살고 싶다. 지금이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도 공부에 쉬이 집중하기 어렵다. 고민이 많아서다.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밥벌이를 못하고 있는 내 상황이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지만 이 블로그에 비밀글로 적었듯이 내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다독이 중요하다는 말에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책만 읽고 있다. 글읽기는 쉬워졌는데 글쓰기는 아직도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아마 나만의 주관 없이 글을 읽기 때문에 남는 게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평생 공부와 작가가 되는 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뭐가 되었든 경제활동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선택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취업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는 과를 선택해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곪아터진 나. 처음부터 천천히 원하는 바를 향해 노력했다면 지금처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거다.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낳는 일에 대해서도. 예전 남자친구와 출산에 대한 문제로 싸웠던 게 생각난다. 나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남자친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나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나를 닮은 아이를 낳는다는 게 싫었고 내 성격과 비슷한 존재가 태어난다는 게 끔찍하게 싫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기도 하고, 남편 될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쪽이다. 남자친구도 없는데 이런 생각하는 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일기가 되어버렸다. 나를 솔직히 비워내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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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읽은 두 책

from 기록 2015. 8. 25. 13:49

-김애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비행운’을 읽었다. 비행운(飛行雲)은 항공기가 남기는 가늘고 긴 구름을 뜻하는 말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을 읽고 나면 책의 제목이 飛行雲이 아닌, 非幸運으로 읽힌다.

가장 가슴이 먹먹했던 단편은 ‘서른’이다. 20대 여대생 ‘수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전 남자친구의 말에 속아 다단계 피라미드에 빠져 자신의 제자까지 끌어들이고 만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수인의 처지와 지금의 내 상황이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갔다. ‘서른’을 제외하고도 ‘너의 여름은 어떠니’, ‘벌레들’, ‘물 속 골리앗’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아슬아슬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고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내가 작가라면 어떻게 썼을까 상상하면서 읽었을 때 가장 인상깊은 단편은 ‘벌레들’이다. 사소한 주제로 긴장감을 높이는 전개가 좋았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50대 중반 여성의 하루를 그린 ‘하루의 축’은 인물 설정과 문제의식이 좋았다.

 

-이병률 작가의 여행산문집, ‘바랍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었다. 작가가 세계 100여국을 여행하며 직접 찍은 사진과 글로 엮은 책이다.

네이버에 ‘이병률’을 검색하면 ‘이병률 결혼’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보인다.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작가에게 매력을 느낀 여성 독자들이 검색한 결과인 듯싶다. (정작 이병률 작가는 독신주의자라고 한다.)

수필에는 글쓰는 이의 감성과 생각이 오롯이 담길 수밖에 없다. 내가 본 이병률 시인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MBTI로 따지면 INFP 유형이 아닐까 싶다. 당신이 이병률 작가의 팬이라면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특유의 감정 과잉이 부담스러웠다. 차라리 산문을 시로 압축해서 썼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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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3부작 세트 중 1권인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었다. 저자의 직관과 경험이 녹아있는 이 책은 삶에 필요한 지혜를 알기 쉬운 말로 풀어냈다.

 

이 책은 훈련, 사랑, 성장과 종교, 은총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우선 훈련은 ‘삶은 고해다.’라는,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명제로 시작한다. 성장은 고통을 수반하는데, 고통을 피하려고 하면 퇴행이 온다. 칼 융은 “신경증(노이로제)이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다.”라고 말한다. 즐거운 일은 나중에 하라는 조언 역시 충분히 곱씹을 필요가 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버릴 구절이 없을 정도로 인상 깊게 읽었다. (사실 사랑이라는 장만 집중해서 읽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① 사랑의 목적은 정신적 성장이다.

② 사랑은 하나의 순환적 과정이다.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는 과정이란 진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자신의 한계를 성공적으로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이전보다 엄청난 존재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동이 타인의 성장을 목적으로 할 때도 사랑의 행위는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는 진화 과정이다.

③ 사랑의 정의는 남을 위한 사랑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사랑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남을 사랑할 수도 없다. 또 자기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자기 자녀가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을 자라도록 훈련시킬 수도 없다. 다른 사람의 정신적 발전을 위해서 자신의 정신적 발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기 훈련을 포기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훈련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기에 대한 사랑과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은 궁극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④ 자기 자신을 확대시키기 위해서 노력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우리의 사랑은 어떤 사람을 사랑할 때 비로소 표현되며, 그것도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할 때라야만 참된 사랑을 할 수 있다. 참된 사랑이란 우리가 어떤 사람을 위해서(또는 자신을 위해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랑은 노력 없이는 안 된다. 사랑은 무척 힘든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⑤ 사랑은 행위로 표현되는 만큼만 사랑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약간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따라서 저자는 사랑하려는 욕구 자체는 사랑이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사랑은 의지에 따른 행동이며, 의도와 행동이 결합된 결과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에 대한 통찰 역시 무릎을 치게 한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특별히 성적인 것과 관련된 애욕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또는 친구를 아무리 사랑할지라도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성적으로 자극되었을 때에만 사랑에 빠진다.”라고 주장한다.

 

의존을 사랑과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말 역시 정곡을 찔렀다. 내 경우 의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지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어서 스캇 펙 박사의 일침에 부끄러워졌다. “사랑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걸 성취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확실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기 자신이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건전한 결혼은 오직 강하고 독립된 두 사람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는 말 역시 건강한 사랑을 위한 조건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참사랑일까. 저자에 따르면, 사랑하는 일이란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관심을 행동으로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중요한 방법은 경청이다. 사랑이란 부지런한 자만이 성취할 수 있으며 사랑하지 않음은 곧 게으름을 피우는 것과 같다.

- 책임감을 가지는 것은 모든 진정한 사랑의 관계에 기반이 된다.

-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한 자세이다.

-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개성과 특징을 알아주고 존중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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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근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한 명꼴로 죽어나가고 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가 18%, 아프리카 35%,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주민 15%가 굶주리고 있다. (기아가 가장 심한 대륙은 아프리카가 아닌, 아시아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공익광고나 NGO의 팜플렛에 실린 사진을 통해 비쩍 마른 아프리카 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동정심에 후원을 고민하는 정도다.


  책의 제목처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 것일까. 저자인 장 지글러는 기아 문제의 원인으로 전쟁, 권력의 부패,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꼽는다. 이들의 꼭대기에는 인류애가 배제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가 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불합리한 경쟁에서는 다수의 약자가 소외될 수밖에 없다.

 

  개혁을 통해 기아 문제를 타파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부르키나파소의 대통령 상카라(T. Sankara)198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후 공공 서비스를 실시하고, 인두세를 폐지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크게 해소했다. 덕분에 상카라가 집권한지 4년 후, 부르키나파소는 식량 부분에서 거의 완전한 자급자족을 달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그의 개혁은 이웃 국가의 독재자들과 관계가 악화된 계기가 되었고, 결국 그는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사주를 받은 그의 동료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부분은 난민캠프에서의 불가피한 선별작업이었다. 열악한 의료시설과 의약품이 부족으로 난민캠프에서는 간호사가 몸과 뇌가 손상되지 않은 사람을 선별하여 이들을 우선적으로 구조한다고 한다. 간호사에게도, 선별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해결책으로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원조보다 선행하는 개혁, 자급자족 경제의 구축, 인프라 정비를 주장한다.

기아와의 전쟁은 굉장히 많은 구조적 요인들이 연결되어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이 책을 읽을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취업도 안하고 부모님께 생활비도 드리지 못하는 내가 세계 기아 걱정을 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해서다. 기아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걱정을 하고,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야겠지만 그게 나여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집에 쌀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우리집 형편이 좀 어렵다. 쌀을 사지 못한 내가 세계의 기아에 대해 걱정해도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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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from 기록 2015. 8. 21. 17:04

이소라의 노래 중에서 ‘바람이 분다’를 제일 좋아한다. 처음 이 노래를 듣고 전율을 느꼈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고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깊이 사랑하고 이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느낌.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와 같은 가사는 얼마나 감각적인가. 한 편의 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문학이든 음악이든 창작자의 경험이 어느 정도는 녹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이소라는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런 정서를 뽑아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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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배려하는 모습, 늦은 나이에도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공부를 하는 모습이 인상깊은 사람이었다.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요즘말로 '썸'타는 순간이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사랑'편을 골라 읽었다. "진정한 사랑은 애착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참사랑은 애착이나 사랑의 느낌과는 상관없이 실존하는 것이다. (중략) 참사랑은 사랑으로 인해 우리가 압도되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감있게 심사숙고한 끝에 내리는 결정이다." 이 구절을 메모해두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참사랑인가, 애착일까.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감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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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을 읽고

from 기록 2015. 8. 15. 17:44

설국은 공감각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것은 이야기보다는 묘사라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고요하면서도 잔잔히 눈으로 뒤덮인 마을의 정취가 흘러 넘쳤다. 너무나도 유명한 첫 문장부터 캐릭터와 배경까지를 여성적인 섬세한 필체로 그려냈다. 게이샤 고마코에 대한 외모 묘사[각주:1]에는 관능미가 숨어있고, 주인공 시마무라와 고마코의 몸짓에는 성적인 긴장감이 녹아있다. 많은 독자들이 지적하듯 세밀한 묘사 때문에 소설 자체가 시적으로 여겨질 정도다.

플롯을 중심으로 읽다보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주변 정취를 인물의 심정이나 상황에 맞추어 활용하는 디테일이 무척이나 훌륭하기에 단점을 덮고도 남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후반, 마을에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은 설국의 이미지와 극적으로 대비된다. 은하수 빛에 비추어 물안개가 희뿌옇게 피어나는 장면 역시 압권이었다.

 

 

 

  1. 가늘고 높은 코가 약간 쓸쓸해 보이긴 해도 그 아래 조그맣게 오므린 입술은 실로 아름다운 거머리가 움직이듯 매끄럽게 퍼졌다 줄었다 했다. 다물고 있을 때조차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어 만약 주름이 있거나 색이 나쁘면 불결하게 보일 텐데 그렇진 않고, 촉촉하게 윤기가 돌았다. 눈꼬리가 치켜올라가지도 처지지도 않아 일부러 곧게 그린 듯한 눈은 뭔가 어색한 감이 있지만, 짧은 털이 가득 돋아난 흘러내리는 눈썹이 이를 알맞게 감싸주고 있었다. 다소 콧날이 오똑한 둥근 얼굴은 그저 평범한 윤곽이지만 마치 순백의 도자기에 엷은 분홍빛 붓을 살짝 갖다 댄 듯한 살결에다, 목덜미도 아직 가냘퍼, 미인이라기보다는 우선 깨끗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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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EDC(Everyday Carry) List

from 기록 2015. 8. 15. 12:44

lunamoth님의 블로그에서 EDC List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 일 없는 광복절 낮에 일어나 가방을 뒤적여봤다. 아래는 평소에 내가 가방에 넣고 다니는 물건들.

 

 

 

1. 안경, 안경집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안경을 매일 쓰고 다니기 때문에 EDC에 안경 사진을 뺐다. 안경집과 안경닦이를 매일 갖고 다니는데도 정작 안경은 휴지나 흐르는 물로 닦는다. 안경은 저렴하게 맞추는 편이다. 그래서 함부로 다루게 되는 것일까.

 

2. 휴지

외출할 때 휴지까지 챙기는 꼼꼼하고 깔끔한 타입은 절대 아니고, 요즘엔 워낙 길거리에서 휴지를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가방에 늘 상비되어 있다.

 

3. 이어폰

휴대폰으로 노래를 듣거나 팟캐스트를 들을 때 유용하게 사용한다. 통화를 할 때 이어폰을 사용하면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시끄러운 곳에서도 되도록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4. 지갑

나는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지갑 역시 낡아도 그대로 들고 다니는 사람인데, 이전에 쓰던 지갑은 헤어진 남자친구가 선물해준 지갑이라 어쩔 수 없이 지갑을 바꾸게 되었다. 사진은 엄마가 사준 지갑. 장지갑은 아주머니들만 들고 다닌다는 이상한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사용하다보니 편해서 계속 쓰고 있다.

 

5. 도서대출증

도서관에서 책을 다섯권까지 빌릴 수 있다. 체크카드보다 도서대출증 카드를 더 많이 이용해서 따로 꺼내놓았다. 통합 카드로 바뀌면서 인천에 있는 공공도서관은 저 카드 하나로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6. 메모장

회사 다닐 때 배워야 할 내용들을 적어두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글귀를 적어놓기도 했던 메모장이다. 예전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네이버 메모 어플에 기록을 해 두었는데, PC와 동기화되는 기능이 사라지면서부터 사용하지 않는다. 메모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님에도 가방에 빈 노트나 메모장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7. 모나미 153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은 국민볼펜.

 

8. 책

메모장과 마찬가지로 읽지 않더라도 가방에 책 한권은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설국은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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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책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이 책을 접하고 단숨에 읽어보았다.


+정치인 유시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건 김혜리가 만난 사람이라는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네이버에 유시민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자동완성어로 항소이유서가 뜬다. 이는 유시민이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1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해 제출한 글이다. 유시민은 호소력 짙은 논리적인 이 글로 큰 인기를 끌었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구절이다. 최근 들어 백지만 보면 두려움을 느끼던 나는, 내가 왜 좋은 글을 쓰지 못하는지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만으로 쓴 글은 누구의 마음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

백번 옳은 말이다. 자신만의 감정과 생각이 없는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운 법이다. 글쓰기에 앞서 나만의 감정과 생각을 다루는 법을 살펴야겠다. 


 # 유시민의 추천도서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김영사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리처드 파이만 강의, 풀 데이비스 서문, <파이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승산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다락원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물이있는집
  스티븐 핑커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 와이즈베리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바오
  신영복, <강의>, 돌베게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동서문화사
  앨빈 토플러, <권력의 이동>, 한국경제신문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예출판사
  에리히 프롬,<소유냐 삶이냐>,흥신문화사
  장 지글러,<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장하준,<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문화사상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어크로스
  제임스 러브록, <가이야>, 갈라파고스
  존 스트어트 밀, <자유론>, 책세상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흥신문화사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휴머니스트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켈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케이트 밀렛, <성性 정치학>, 이후
  토머스 모어,<유토피어>, 서해문집
  한나 아렌트, <예류살렘의 아이히만>,한길사​
  헨리 데이비스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 추천 다이제스트 책
  가마타 히로키,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 부키
  강신주,<철학이 필요한 시간>,사계절
  강유원,<역사 고전 강의>, 라티오
  강정인 외, <고전의 향연>, 한겨레 출판
  다케우치 미노루 외, <절대지식 중국고전>, 이다미디어
  사사시 다케시 외, <절대지식 세계고전>, 이다미디어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돌베개
  함영대,<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인문 고전 100>, 팬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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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의 '개그맨'을 읽고

from 기록 2015. 8. 12. 20:22

단편을 쓴다면 이렇게 써야 하지 않을까, 싶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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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5'를 보고

from 기록 2015. 8. 12. 19:34

미션 임파서블 5’를 보았다. 영화는 에단 헌트(톰 크루즈)IMF 팀원들이 국제 테러조직 신디케이트에 맞서는 미션을 그렸다. 영화는 초반부터 에단 헌트가 지상으로부터 1525m나 떨어진 상공에서 운행 중인 비행기 날개 위에 올라서는 과감한 액션을 그려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 장면은 톰 크루즈가 대역 없이 영국의 한 비행기장에서 이틀간 촬영한 결과물이다. 아슬아슬하게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모터사이클 액션 또한 볼거리로 아찔한 쾌감을 선사한다. 수중 잠수로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 역시 장관이다.

 

이전 시리즈와 다른 점이라면 히치콕 영화의 시퀀스를 차용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다. 오페라 극장에서의 암살 시퀀스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의 것을 차용했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의 상대역을 맡은 일사(레베카 퍼거슨)는 비밀스러운 인물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 지붕에서 경찰에게 쫓기는 일사와 에단 헌트의 액션과 앞서 언급한 모터사이클 액션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신디케이트와의 결전이 급격히 마무리되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지만, 올해 52세인 톰 크루즈의 열연을 생각하면 이토록 오랫동안 미션 임파서블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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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고래'

from 기록 2015. 8. 9. 16:44

천명관의 고래를 읽었다. 이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서였고, 올해 초 종로 반디앤루니스 매대에 놓인 걸 우연히 발견한 게 두번째다. 멀뚱히 서서 십여 페이지 남짓을 읽다가 한숨을 쉬었더랬다. 아니,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질투와 경외심이 일 수 밖에 없는 다양한 단어와 흡입력 있는 문장들... 한동안 고래를 잊고 있다가 푹푹 찌는 여름날, 도서관에서 예약해 둔 책을 빌려와 단숨에 읽어버렸다.

 

예스러운 단어와 일필휘지로 썼음직한 문체가 좋았고, 작가가 변사처럼 소설 속에 개입하는 전개 또한 신선했다. “그것은 ~의 법칙이다라는 반복되는 구절 역시 흥미로웠다. 사랑의 법칙, 자본의 법칙, 진화의 법칙, 지식인의 법칙 등 많은 클리셰를 넣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눙을 치는 작가의 모습이 재미있다. 다만 자극적이고 외설적인 묘사가 많은 편인데, 지나치다 싶은 부분이 보이긴 하지만 대체로 소설 읽는 맛을 더해주는 편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핍진성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핍진성은 사실적으로 진실해 보이는 정도나 질을 의미한다.) 소설 속 인물인 걱정의 체중이 1톤이 된다는 둥, 금복의 성별이 바뀐다던지, 코끼리와 춘희의 무언의 대화 같은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작가의 능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내가 작가였다면 핍진성이 떨어진다며 위와 같은 이야기들을 소설에 넣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어떻게 되게 만드느냐 또한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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