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에 해당되는 글 6건

  1. 최악의 하루 2016.08.26
  2. 자기갱신 버릇 들이기 1 2016.08.20
  3. 나의 이상한 점 2016.08.10
  4. 글쓰기 모임을 2016.08.10
  5. 휴가 2016.08.08
  6. 미용실에서 2016.08.08

최악의 하루

from 기록 2016. 8. 26. 15:46


단편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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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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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한 점

from 기록 2016. 8. 10. 22:05

동인천 급행 열차를 타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사람이 많아 출입문에 바짝 붙어 서 있었는데 문득 왼쪽 발가락이 부러졌던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곧이어 출입문 사이에 발이 빠지거나 신발 한 짝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출입문 사이에 내 머리카락이 끼어 두피가 벗겨지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까지 도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제 TV를 통해, 놀이기구에 머리카락이 끼어 두피가 벗겨진 아이의 사진-모자이크로 처리한-을 보아서인가보다.) 두피가 벗겨지는 대신 목숨이라도 건지면 다행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목적지에 이르렀다. 어릴적부터 공사장 근처를 지나면 철근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질 것만 같아 무서웠고 성인이 된 지금은 전철이 덜컹거리며 한강을 지날 때마다 겁이 나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려 애쓴다. 사소한 일에서 최악의 사태를 상상한다. 나도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지금도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구나. 무언가 중요한 일에 대한 고민을 사소한 걱정으로 덮어버리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작년 말에는 북한이 남한에 핵을 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쓰고보니 범불안장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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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을

from 기록 2016. 8. 10. 11:46

몇 달간 쉬기로 했다. 인풋이 부족하여 글이 써지지 않는 것 같아 모임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모임에 합류하고 싶다는 식으로 모임장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글쓰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워낙 좋고, 한 번 그만두면 다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망설였는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모임장이 쓰면서 쉬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결국 그만두겠다는 말을 번복하고, 모임을 몇 달 쉬겠다고 했다. 가족들은 왜 그만두지 않느냐고 묻는다. 능력이 부족한데 모임을 그만두지 않는 것도 욕심일지는 모르겠으나, 글쓰기만큼은 욕심 좀 부려보려고 한다. 더위가 풀리면 일단 책부터 많이 읽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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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from 기록 2016. 8. 8. 14:27

책도 안읽고 글도 쓰지 않은 채 휴가를 보냈다. 엄마와 여동생과 동네 맛집 투어를 했다. 밥먹고 스타벅스 가고. 밥먹고 스타벅스 가고. 이걸 사흘이나 반복했더니 솔직히 지루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의미를 두어야겠지만 솔직한 내 마음은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 걸.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안되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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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from 기록 2016. 8. 8. 14:18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다. 펌이 풀린 머리카락이 보기 싫어 볼륨 매직을 해달라고 말했다. 원장이 내 머리를 만지며, 머리카락이 푸석하니 영양 서비스를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가격은 오만원. 내 벌이 수준에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사양했다. 곧 수습생이 왔고, 원장은 수습생에게 미용 기술을 가르쳤다. 거기에 사족처럼 덧붙인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을 할 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해." 내가 일을 할 때에는 어떤지 돌아보게 된다. 긴장을 하지 않고 축 늘어진 태도로 설렁설렁 일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 보지만, 내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사장으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것도 일을 대하는 내 태도 때문이다. 얼마 전 엄마와 찻집에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모든 일을 할 때에는 완벽하게 끝내려고 노력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매사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내가 성인 자폐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꺼내자 모든 것을 병 탓으로 돌리려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이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완벽주의가 나를 옭아맸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긴건지 지금은 나사빠진 로봇처럼 멍하게 하루를 보내기 일쑤다. 오늘은 열 두 시간이 넘게 자고 일어났다. 무엇이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좋아하던 독서도 되지 않고.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 싶다.

다시 미용실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남자 수습생이 다가오더니 내 머리를 고데기로 펴기 시작했다. 그가 긴장하고 있는 게 느껴져 내 몸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볼 때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까. 여자 수습생은 내 머리를 감겨주며 "(아까는) 원장님 앞이라 긴장했어요"라고 말했다. 수습생들이 긴장하는 걸 보니 나도 긴장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저들은 한 달에 얼마를 받고 일을 하는 걸까, 설마 열정페이는 아니겠지'부터 시작해 남자 수습생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신경쓰며 여자 수습생에게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라고 말을 해줄걸 하는 후회까지....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손님인 내게 과일까지 대접하는 이 친절한 미용실 계산대 앞에서 카드로 결제할지, 현금으로 결제할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를 받아든 수습생과 옆에 서 있는 원장의 얼굴은 예상과 달리 떨떠름한 표정은 아니었다. 왠지 모를 안도감에 카드를 다시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고작 머리 하나 하고 왔을 뿐인데, 어려운 시험문제를 푼 것처럼 머리가 아프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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