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좋은곳으로 가길
yissum
2007. 10. 6. 12:43
어제 우리학교 학생 하나가 자살했다.
7층 높이의 옥상에서 떨어졌다. 설마 죽을까 했는데... 가방 안에서 유서까지 발견됐다는 걸 보니 확실히 각오 하고 뛰어내렸나보다. 다행히 금요일이라 학교에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수업끝나고 식당가려던 학생들이 보고 점점 몰려들어 북적거리는데도 경찰들은 감식반을 기다리는지 시체는 치우지도 않고, 흔히 보던 출입금지 띠조차 두르지 않았다. 내 옆에 서있던 경찰 아저씨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나도 저만한 아들 하나 있는데…, 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 모든 상황 자체가 너무나 익숙한 클리셰;라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양 다리가 밖으로 꺾이고 팔이 접힌 그로테스크한 시체를 본 순간부터 오늘까지 계속 기분이 이상하다. 그 학생에게 죽음보다 무서운게 무엇이었길래 수업을 앞두고 옥상으로 올라갔을까. 하필 사람많은 학교 건물에서 떨어져 죽은걸 보면 애들이 많이 알아봐주길 바랬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시체를 보기 십분전, 국제회의실에 걸린 현수막을 내다볼때만 해도 시체가 없었는데 그냥 그때 시선을 조금만 틀어 숭인관 옥상을 바라보았다면 목숨하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든다.
차가운 돌바닥을 바라보며 뛰어내릴때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무쪼록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