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멍충이

yissum 2007. 10. 16. 22:29
외환론 듣고 나오는데 내가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ㅈㅅㅎ교수님이 뒤에 계셔서 인사를 했다. 딱히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 교수님과 아무말 없이 계단만 걷고 있는데 교수님이 너가 사학년이었던가?라고 물으시길래 아니라고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멋쩍어하시며 아 요즘 왜 이렇게 기억력이 안좋지? 하며 머리를 긁적이셨다. 교수님은 분명 나를 잘 모르실텐데, 내게 수업 이외의 말씀을 하셨다는 데에 솔직히 놀랐다. 어쨌든 요새 교수님 답지 않게 건망증이 생긴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차였지만, 겉으로는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늙으셔서."라는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경직된 표정과 함께;

분위기는 상당히 싸해졌고 교수님과 인문관까지 걸어가는 십초가 정말 십년같았다. 너 그게 무슨 말이냐, 타박이라도 하시면 차라리 덜 난처했을텐데 아무말씀이 없으셔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이 말을 어떻게 해명해야 될 지 난감했다. 교수님이 그래 먼저 가봐라, 하시길래 인사드리고 결국 난 내 갈길 갔다. 교수를 자기 친구처럼 아는 싸가지 없는 학생이라 생각하실까봐 겁난다. 근데 이걸 또 굳이 찾아뵈서 해명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평소에 교수님과 친분도 없어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ㅈㅅㅎ교수님한테 나쁜 인상 심어드리고 싶지는 않은데 이걸 어쩐다... 입을 꿰메버릴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