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읽기의 어려움

yissum 2014. 11. 8. 18:47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등에 욕창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자취방을 나와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 6시부터 오늘 오후 1시까지, 그러니까 총 열 아홉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다. 책상 위에 엎드려 자는 데 두 시간, 멍하니 앉아 있는 데에 세 시간, 스마트폰으로 웹서핑 세 시간, 나머지 시간은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읽고, 썼다. 난독증이 또 찾아와 두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도서관 서가를 한 바퀴 돌며 책 제목을 훑어보았다. ‘읽기곤란에서 난독증까지’라는 책을 대출 후 열람실에 앉아 읽기 시작하는데, 1장을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내가 읽고 싶은 인터넷 기사, 자주 찾는 온라인 카페글을 읽었다. 다시 난독증 책을 보는데 또 다시 멈춤. 건물 1층으로 내려가 모교 홍보 잡지를 읽었다. 열람실로 돌아와서 책을 보는데 증상이 그대로다. 노트를 꺼내 낙서를 했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내친김에 머릿속에 들어찬 잡념들을 쭉 적어보았다. 쓰다 보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자기분석에 빠져 늘 그렇듯이 결론은 없고 생각만 한가득이다. 읽지 못할 바에 쓰기 연습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마르코 복음서를 필사했다. 정신을 차리니 창문 밖이 밝아졌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일출을 보았다. 음, 동네 구립 도서관 1층에서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커피를 마시는 N수생들의 느낌이 내게 풍기는 것만 같았다. 목적없는 읽기를 언제까지 계속할건가?

 

2013/11/20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