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from 카테고리 없음 2016. 4. 28. 17:25

바보가 되어간다. 덧셈과 뺄셈이 쉽지 않고, 어떤 상황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할 때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기가 힘이 든다. 독서에 집중이 안 되는 건 삼년 째고. 확실히 삼 년 전보다 지적인 활동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온라인으로 아이큐 테스트를 했는데, 예전 같으면 암산으로 풀었을 문제도 끙끙대며 풀었다. (회사 컴퓨터로 아이큐 테스트를 하느라 눈치가 보여서 끝까지 문제를 풀지 못해 내 아이큐가 몇인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정식 테스트도 아닌 걸.)

그나마 머리가 돌아간다고 느낄 때는 글을 쓸 때이다. 그런데 이 글이란 게 내 생각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건 쉽지만 기사를 쓸 때에는 흐름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리드와 맺음말을 쓰는 것도 어렵고. 우연히 경쟁사 잡지 기사를 읽었는데, 기자의 글솜씨가 빼어나 질투를 느꼈다. 오죽하면 얼굴도 본 적 없는 그 기자가 꿈에 나타났을까. 아무래도 내가 ADHD에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다. 의사 말로는 운동을 하면 집중력이 좋아진다는데. 헬스장에 등록을 하고 운동을 나간 지 이틀째다. 러닝머신을 시속 6km 속도로 한 시간을 빨리 걸었는데, 지겨워서 혼났다. 너무 지겨워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오늘 인터넷으로 유산소 운동을 검색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걸 지겹다고 느낀단다. 근육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는 근력운동을 해야 하니 트레이너가 PT를 받아보라는 식으로 권유를 한다. 나도 PT를 받고 싶지만 쥐꼬리만한 내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다. 헬스장의 GX(Group Exercise) 프로그램을 따라하면서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야겠다.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은 끝내 읽지 못했다. 난독증인 주제에 너무 어려운 책을 골랐나보다. 내 능력에 비해 지적인 욕심이 과했다. 지금 내 수준에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서 보아야겠다.

 

회사에서 전화받는 게 두려워 고민이다. 자주 들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회사에서 전화 받기가 무섭다는 글을 올렸는데,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동질감을 느꼈다. 메모를 하고 평소에 전화하는 데 익숙해지라는데. 그러고보니 나는 평소에 친구들은 물론 가족과도 거의 전화를 하지 않는다. 그나마 엄마가 먼저 전화를 걸면 받는 편이고. 어릴 때 빚 독촉 전화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회사에서 내 전화기에 벨이 울리면 긴장이 된다. 메모를 하며 통화를 해도 나는 말귀가 어둡다. 친한 사람하고 전화할 때에는 그렇지 않은데.

 

너무 자책만 했나. 내 장점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기분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남의 감정에 공감을 못 했는데, 이런 걸 보면 내 MBTIINFP로 바뀐 것 같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의 나도 좋지만 냉철했던, 그러니까 MBTIINTP였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던 내 두뇌가 굳어버린 것 같아 슬프다.

 

십 년 전에 비해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한강 위를 달리는 전철을 타기가 두렵다. 혹시나 내가 탄 열차가 탈선해 한강 속으로 고꾸라지면 어쩌나 싶어서다. 과속하는 버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쓸데없는 일에 너무 걱정을 많이 한다. 운동을 하면 이런 걱정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여전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해도 서른이 되기 전에 죽어버리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 사무실에서는 늘 FM4U 라디오를 틀어놓는다. 여기 직원과 사장님은 적막이 싫었나보다. 재치있는 DJ의 말이 재미있을 때도 있지만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의 대부분이 내 취향이 아니다. 게다가 전화를 받을 때 라디오 소리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묻혀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어요?”라고 부탁할 때도 있고. 난 조용한 게 좋은데, 회사에서 내가 막내이니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사무실에 혼자 있어서 유투브로 내가 듣고 싶은 노래만 틀어놓고 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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