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5년 9월 27일의 일기 2015.09.27
  2. 2015년 9월 21일의 일기 2015.09.21
  3. 2015년 9월 12일의 일기 2015.09.13
  4. 내가 요즘 고민하는 사람 2015.09.10
  5. 2015년 9월 1일의 일기 2015.09.03

2015년 9월 27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9. 27. 23:20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이다. 실수를 해 사장에게 찍힌 상황이다. 사장이 모 제약회사의 사보를 만들기 위한 제안서 초안을 내게 넘기며 ppt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오후 내내 ppt 템플릿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버렸다. 보다못한 회사 상사와 선배님이 도와주어 ppt 자료를 만들기는 했는데, 사장이 이걸 쪽팔리게 어떻게 보여 주냐며 화를 냈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 앞에서 혼이 나니 부끄러워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 상사로부터 “OO기자는 취재기자가 아닌 다른 일이 어울리는 것 같으니 잘 생각해보라는 말까지 들었다. 상사는 ppt 자료를 못 만든 것도 그렇지만 상사의 지시사항을 내가 알아듣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나는 긴장하면 사람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긴장해서라고 말씀드리니 앞으로 취재를 나가야 할 텐데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을 들었다.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날 결국 상사의 말을 못 알아듣고 또다시 실수를 하게 되었다. 상사는 짜증나네라고 말했고 나는 자진해서 야근을 했다. 그런데 야근해서 만든 기사도 상사가 원하는 기사가 아니었다. 차츰 내 능력에 대해서도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나는 정말 글을 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회사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는 디자이너 선배, 베테랑 취재기자 부장님을 보며 자괴감을 느낀다. 일주일이 넘게 약을 못 먹어서 정신을 집중하지 못한 탓이리라 믿을 뿐이다.

명절에 오랜만에 아는 이들에게 연락을 했다. 좋아하는 회사 선배 이야기와 사장에게 찍힌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대부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회사 선배에게는 고백을 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지금 내 몸무게는 65kg. 외모가 다가 아니라지만 지금 내 체형에 남자에게 고백했다가 차일 확률 70%라고 생각하는데... 거기다 그동안 선배 앞에서 저지른 실수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머릿속이 아찔해진다. 차이는 것 보다 좋은 관계로 유지하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한데... 궁극적인 내 목적은 그 남자와 사귀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가 중요한지, 내 밥벌이 문제가 중요한지 뭐가 우선인지 나도 헷갈린다. 글을 쓰면 생각이 명료하게 정리될 줄 알았는데 더욱 헷갈리기만 한다. 일단 오늘 고민은 여기까지. , 외할머니가 오늘 나한테 남자친구 언제 데려올거냐고 물으셔서 할머니가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세요라고 대답해버렸다. 되바라진 대답였으려나.

,

2015년 9월 21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9. 21. 19:52

살을 빼려고 노력중인데, 잘 안 된다. 요즘 들어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는 게 마음에 두고 있던 회사 선배 때문이다.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도 모르겠고 보면 볼수록 내가 가까이 하기 어려운 사람 같아서다. 아니, 어쩌면 내 탓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나는 평소에도 사람들과 대화가 어려운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더더욱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친해질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단 둘이 있을 때에도 나는 말없이 일을 하거나 묵묵히 서 있을 뿐이고, 선배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특별한 사이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 둘 중 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 두더라도 친하게 알고 지내고 싶은데. 회사에서 부장님과 선배가 잡담을 나눌 때에도 나는 적당한 리액션을 찾지 못해 듣기만 한다. 생각할수록 바보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바보가 되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 바보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선배 생각부터 한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짝사랑도 이정도면 중증이다

,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모교 도서관에 들러 예치금 반환 청구서를 내고, 근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얼마 전 사장이 머리는 언제부터 기른 거야?”라고 물어본 게 마음에 걸려서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길이에 세팅 펌을 해서 부스스한 모습을 한 사원이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장 마음에 들 리 없다. 머리를 자르고 혜화역 방송통신대학교로 향했다. 내가 속한 시민단체 청년 모임이 있는 날이다. 이날의 주제는 임금피크제였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임금피크제가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지를 토론했다. 중견기업 비정규직으로 2년 가까이 일한 나는, 자기소개 시간에 오늘 주제로 할 말이 많다고 말해놓고는 정작 토론에서 한 마디도 못했다. 상식이 부족한 탓이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토론에서는 임금피크제 이면에 가려져 있던 문제들을 꺼냈다. 법이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부터 비례대표제문제까지. 핵심은 재벌개혁이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말이 나왔다. 축적된 사내유보금만 풀어도 실업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내유보금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대안으로 사내유보금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일한 비율로 세금을 내게 하여 그 돈을 풀어 기본소득을 높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에 참여하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 다음 달 주제는 스펙인데 내가 발제를 맡았다. 취업준비생으로 많은 시간을 버린 나지만, 요즘 취업시장에서 원하는 스펙이 무엇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 토론이 끝나고 친구 J를 만나기 위해 합정역에 있는 빨간책방 카페로 향했다. 사실 난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열렬한 팬이다. 그가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스튜디오가 속한 빨간책방 카페를 한 번도 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로서 해결된 셈이다. 2층에는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이 가득해서 3층으로 자리를 옮겨 J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J는 나를 보자마자 살이 왜 이렇게 많이 쪘어라고 했다. J를 마지막으로 만난 게 2년 전이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새 몸무게가 적어도 10kg 이상은 찐 셈이니. 토론을 마치고 살짝 상기된 나는 J에게 토론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회사 선배가 INFP라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아버지를 주제로도 한참을 말했다. 카페가 답답했던 J가 걷자고 해서 홍대 거리까지 무작정 걸었다. 토요일의 홍대 거리는 과장을 보태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길거리에 즐비한 상점을 지나 한 SPA 상점에 들러 옷을 구경했다. 한 철 지나면 버려질 옷들이 많았다. 상점을 나와 또 다른 SPA 매장에 들러 J가 가을옷을 입어보고 구매할 동안 나는 회사에 입고 갈 옷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옷은 가격이 비쌌다. 둘은 매장을 빠져나와 지하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다. 새 책 냄새와 방향제 냄새가 섞여 어지러웠다. 서점 입구 매대에 깔린 책을 두루 살폈다. J는 자신이 좋아하는 교수의 책을 찾고 나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찾았으나 내 것은 재고가 없었다. 나는 2015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집어들고 김숨의 뿌리이야기를 읽어나갔다. 뿌리를 박제하려는 남자의 모습에서 미술을 전공한 회사 선배 생각이 났다. 나도 참 어지간히 빠진 모양이다. 뿌리이야기가 몇 페이지에서 끝나는지 확인한지 이십 여분이 지나자 J가 나가자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정신없는 홍대 거리를 빠져나와 홍대 입구 역에서 헤어졌다. 집으로 가는 길에 빨간책방에서 시킨, 먹다 남은 질겅거리며 이제부터 꼭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한 나였다. 선배 생각은 끊임이 없었다.

,

내가 요즘 고민하는 사람

from 기록 2015. 9. 10. 17:07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건가? 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회사 선배인데, MBTI를 물으니 INFP라고 하더라. 미술을 공부했다는 점과 나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가끔 보여주는 엉뚱한 매력이 주변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들어준다. 자기 세상에서 사는 듯한 모습에 거울로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점 또한 엿보이긴 하지만 나와 MBTI가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배우자로서의 가능성까지 점쳐보고 있는 중이다. (김칫국을 너무 마셨나?) 설사 연인 사이가 되지 않더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인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다.

,

2015년 9월 1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9. 3. 17:06

잡지회사에 취업했다. 내가 원하는 분야의 글을 쓰는 곳이 아니지만 회계나 경리 업무에 비하면 훨씬 마음에 든다. 다만 박봉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수습 3개월 동안 급여의 70%만 지급받기로 했는데, 최저 시급으로 계산한 월급도 안 될 지경이다. 엄마는 박봉이라는 이유로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일단 다녀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도 일단 다니는 편이 좋겠다고 하셨고.

첫날 기사를 쓰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짜깁기해버렸다. 전문 지식도 부족하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변명하자면 오랫동안 글쓰기 연습을 하지 않은 탓이다. (, 나는 신경숙을 욕할 자격이 없다.) 글을 짜깁기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대표님께 말씀드렸다. (결국 대표는 원글과 같은 홈페이지에 실린 연락처를 보고 전화로 해결하려는 듯 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왜 남의 글을 베껴쓰는가. 앎의 부족보다도 나만의 생각과 주관이 없는 탓이 크다. 일을 하면서 짜집기를 하고 싶은 유혹이 얼마나 많이 생길지는 모르겠다. 야근을 하는 한이 있어도 짜집기는 하지 말자. 부끄럽지만 이 글은 공개로 해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