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에 해당되는 글 2건

  1. 소개팅을 했다. 2 2016.12.15
  2. 불편한 마음 2016.12.11

소개팅을 했다.

from 기록 2016. 12. 15. 17:36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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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마음

from 기록 2016. 12. 11. 18:39

동생과 종각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내 앞에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이 앉아 있었다. 딸, 엄마, 아들인 것 같았다. 남자는 약간 모자라 보였다. 딸의 손을 꼭 붙든 채 딸과 맞잡은 손을 자신의 머리에 대고 쓰다듬었다. 마치 자신을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듯이. 딸은 조용히 미소짓고 있었다. 가족이 나들이라도 나온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엄마가 “이제 일어나자”라고 말하더니 모녀가 내 앞으로 비켜 나갔다. 혼자 남은 남자는 갑자기 내 손을 불쑥 잡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사태 파악이 되었다. 자리를 옮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남자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남자는 아까 본대로 나와 맞잡은 손을 자신의 머리에 대고 쓰다듬기 시작했다. 동생은 남자의 옆자리에 앉아서 난처하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남자로부터 손을 빼자, 남자는 이번에는 여동생의 손을 움켜잡았다. 나는 그 손을 빼서 남자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내 옆에 서있던 아주머니의 손을 잡았다. 놀란 아주머니는 남자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부터 떼어놓았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의 남자는 눈망울이 무척 맑았다. 나는 최대한 그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손을 잡아주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괜찮습니다”라고 말해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동생의 옆에 자리가 생겨서 앉아 상황을 모면했다. 남자는 여자들에게만 다가가 손을 잡았다. 남자가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모피를 입은 또 다른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손을 잡자, “어머”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는 자기 앞에 서 있던 아저씨에게 “아저씨, 제쪽으로 와서 서주세요”라고 말했다. 남자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일거다. 남자는 다시 한 번 내게 손을 뻗었지만 나는 손을 내어주지 않았다. 나와 동생은 말없이 난처하다는 표정을 주고받았다. 내가 남자를 처음 본 지 20분쯤 지났을 때야 남자는 전철에서 내렸다.

남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연민, 무시, 회피, 동정. 내가 어떤 모습으로 그를 대했어야 했을까. 왜 나는 앞의 모녀들처럼 그의 손을 꼭 잡아주지 못했는가. 솔직히 남자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다른 전철칸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런 죄책감을 동생에게 털어놓자, 동생은 남자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래’라고 답하며 이상한 남자 때문에 긴장해서 어깨와 등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런데 집으로 와서 이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약자끼리 연대를 해야 한다는 식의 글을 써 놓고는 장애인을 불편하게 생각한 내 이중적인 마음 때문이다. 왜 나는 끝까지 그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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