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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from 글쓰기 2015. 6. 16. 23:09



사진은 내가 즐겨 찾는 우리 동네 도서관.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던 시절, 숙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들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뒤적이던 기억이 난다. 숙제가 끝나면 함께 도서관을 찾은 친구나 동생과 지하 매점에 들러 컵라면을 홀짝였다. 식사 후에는 다시 자료실로 올라와 서가에 꽂힌 서명들을 훑은 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었다. 키에 비해 높은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놓고 불편한 자세로 독서를 하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져 오래 앉아 있지 못했다. 그럴 때면 꼿꼿이 앉아 두꺼운 책을 읽는 옆 사람을 곁눈질로 구경하며 감탄하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사설 독서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사방이 막힌 책상 위는 공부하며 몽상하기 딱 좋은 공간이었다. 집에는 어머니가 사준 책이 많았고, 숙제는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었기에 공공도서관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대학을 그만두고 반수를 준비하면서부터 공공 도서관을 찾았다. 수능 공부는 뒷전에 두고 폴 오스터, 김영하,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빌려 사설 독서실에서 열심히 읽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는 교내 도서관을 이용했다. 공공도서관에 비해 쾌적한 환경과 깨끗한 장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2006년부터 3년 동안 모교 도서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며 돈을 벌었다. 사서 직원이 도서관에 들여올 책들을 선택하고 주문하여 신간 도서가 입고되면, 장서에 도장을 찍고 도난방지 마그네틱을 심은 뒤 바코드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청구기호별로 분류하는 일이 내 담당이었다. 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보다 빨리 신간도서를 접할 수 있다는 것. 또한 CDTAPE를 제외한 별책부록들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졸업 후 짧은 사회생활을 마치고부터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게 되자 다시 공공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정독보다는 발췌독을 통해 얕고 넓은 호기심을 채웠다. 심리학과 철학 관련 도서를 찾아 읽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내게 도움이 되는 문장이 나오면 수첩에 옮겨 적어 두었다. (독서 일기를 쓰지 않은 건 후회가 된다.)

몸이 아프고 난독증이 찾아오면서부터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대신 오디오북과 팟캐스트를 이용했다. 주로 소설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들었다.

재취업을 앞둔 요즘은 다시 공공도서관에 들러 토익 공부를 한다. 조용한 열람실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치열한 열기가 느껴진다. 메르스로 에어컨 가동이 중단된 오늘도 열람실은 만석이다.

주부가 장을 보러 마트에 들르듯 나는 도서관에 간다. 엄마는 날보고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말한 게 누구냐며 핀잔을 주지만 그래도 나는 도서관을 찾는다. 젊은 날, 갈팡질팡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꾸준히 도서관에 들락거린 걸 보면 애초에 사서를 목표로 삼고 열심히 공부나 할 걸. 한때 내 꿈은 공공도서관과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해 사는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쉽고도 무척이나 어려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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