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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33. 가장 좋아하는 노래 제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라. 2015.10.23

Radiohead‘videotape’을 듣고.

 

멀지 않은 과거에 비디오테이프라는 게 있었다. 주로 영화를 볼 때 비디오 플레이어에 이 물건을 집어넣어 재생시켰고, 비디오 플레이어에 녹화 기능이 있어 내가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녹화도 할 수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가정용 비디오테이프의 크기는 가로 18.7cm, 세로 10.3cm, 높이 2.5cm이다. 예나 지금이나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마음이 앞선 십대들은 누구나 한번쯤 부모님 몰래 야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보다가 테이프 부분이 플레이어에 씹혀서곤란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내 여동생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왜 미성년자 관람불가인지 궁금한 영화 타이타닉을 부모님 몰래 보다가 테이프가 플레이어에 걸린 것. 나는 이 일로 몇 차례나 동생을 놀렸던 기억이 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금이야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지만 90년대 초반에는 영상을 볼 수 있는 매체가 TV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원하는 영상을 보려고 하면 녹화를 떠 둔 비디오테이프를 플레이어에 재생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돌잔치,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행사 날에는 8mm 홈비디오 캠코더로 영상을 찍어 비디오테이프로 간직했다. ,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추억 하나 더. 음악 순위 프로그램을 보다가 좋아하는 가수가 TV에 나오면 재빨리 쓰지 않는 비디오테이프를 플레이어에 삽입한 뒤 녹화 버튼을 누르던 게 생각난다. 그런 식으로 한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계속 녹화해 한 시간짜리 긴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내가 중학생 때 통학하던 버스에서는 중앙에 TV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아이돌 가수의 팬들이 각자 좋아하는 가수의 모습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가져와서 서로 자기 것을 틀어달라고 경쟁하곤 했다.


그랬던 비디오테이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아마도 인터넷이 대중화된 무렵부터인 듯하다. 집에 있던 비디오 플레이어는 부모님이 이사를 하면서 버린 것 같고, 내 유치원 시절이 찍힌 비디오테이프도 보이질 않는다. 풀지 않은 이삿짐 어딘가에 쑤셔 박혀 있을테지만 유년기의 추억이 통째로 날아간 기분이다. 포스트잇처럼 쉽게 찍고 쉽게 지울 수 있는 지금의 영상들도 분명 장점이 있지만, 한 번 찍으면 테이프가 늘어져 닳을 때까지 돌려보던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추억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쉽다. 요즘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 영상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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