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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128

from 기록 2007. 11. 28. 18:27

쌍둥이였다고 한다. 결국 세상의 빛을 본 건 나 혼자지만, 가끔 일년에 한번 돌아오는 오늘같은 날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내 피붙이가 살아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본다. 내게도 오빠나 언니가 있으면 힘들 때 어리광도 부리고 생일이면 선물이라도 사달라고 졸랐을테지만, 현실적으로 난 누군가에게 투정 부릴 성격도, 처지도 아니라 가끔은 힘들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좋아하는 일을 미친듯이 하고 있을거라 상상했다. 하지만 한참 젊은 나이에 불만만 많아서 투덜거리고 빈둥거리는 나를 생각하니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 같아 한숨이 나오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이는 요즘인데. 오늘 아침 자다 깬 목소리로 전화해서 아침은 먹었냐고 묻는 엄마 목소리 들으니까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들이 섞여서 울어버렸다. 전공 수업 중에 계속 전화가 와서 참다못해 강의실 밖으로 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뜸 싸가지없이 '왜 전화했어요?'라고 묻는 못난 딸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역시 우리 엄마밖에 없을거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다. 이런 간단한 말도 직접 못하는 못난 딸 낳느라 고생 많이 하셨고, 속도 까맣게 타셨을 거란 거,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는다. 앞으로도 내가 얼마나 더 엄마 속 태울지 모르겠지만 부디 몸 건강히 편히 사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조금씩 철이 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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