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 친구 녀석의 아들 돌잔치에 다녀왔다. 사실 녀석이라는 말을 붙일만큼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환히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친구다.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도착해 근처 이마트 푸드코트에서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 이마트에 간 이유는 카페에 갈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회사를 그만둔 후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돌잔치가 열리는 곳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창 둘을 만났다. 한 친구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고, 다른 친구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할 말이 없어 조금은 어색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난 누구와도 어색하게 지내는 것 같다. 사이가 껄끄러워진 친구 Y가 올까봐 걱정했지만 Y는 나타나지 않았다. 축의금을 건네고 밥을 먹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왠일인지 식욕이 내키지 않았다. 얼마 후 또다른 동창 S가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나와 친하지 않았던 S. 내 눈을 바라보지 않고 다른 두 친구들에게 자기네 집으로 놀러오라고 말한다. 나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돌잔치가 끝나고 남은 음식을 꾸역꾸역 먹다가 어색한 만남이 끝나버렸다. 동창 K연락해라고 인사했지만 진심인지는 모르겠다.

홍대로 향했다. 2년 전 교육원에서 같이 수업을 들은 BY와의 약속이 있어서다. 비교적 한적한 홍대입구역 1번출구 방향으로 나와 조용한 카페로 들어섰다.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나는 어김없이 좋아하는 선배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스스로를 금사빠라고 지칭하자, 친구 B“OO, 제발 좀!” 하고 나를 타박했다. 나는 병신같지만 그가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내게 준 글을 둘에게 보여줬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이라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Y는 그가 쓴 글이 어렵다고 했다. 연락해보라는 말에 용기를 내어 선배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날렸다. 뭐라 답하기 힘들 정도로 짧은 단문 메시지가 오간 후 그는 나에게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라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될 거라나. YB에게 내 짝사랑 고백을 끝내고 취업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이쪽 계통은 오래 일할 곳을 찾기 힘들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소설가를 꿈꾸는 B와 나는 문장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셋 다 내향적인 사람이라 대화하기 편했다. 대화가 중간에 끊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해야 할까.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카페를 나와 신촌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향했다. 선배가 추천해준 책은 없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도 없었다. 최승자의 시집도 없었다. 문학 코너를 돌다가 우연히 한강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그리스인 조르바를 발견하고 두 권을 샀다. B는 애드거 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을 샀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Y는 클래식 음반을 사려는데 마음에 드는 음반이 없다며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전철에서 나는 Y에게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속내를 고백했다. 우리의 대화는 끝까지 불안했다. 인생 기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눙을 쳤지만 어떻게 될지는 정말로 모르는 일이라 더욱 불안하다. 집으로 돌아와 한강의 시집을 단숨에 읽었다. 내 부족한 어휘력을 키우고 싶다. 국어 사전을 사려 한다. 집에 돌아와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에 들러 소설쓰기 모임 모집 공고를 보았다. 자격 조건은 완결된 소설 작품을 쓴 경험이 있으신 분여기서 걸린다. 내가 합평에 낄 만큼 소설을 쓸 자격이 있는걸까 생각해본다.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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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5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10. 5. 07:51

이 글을 쓰는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다. 그만두네 마네 하면서도 여태껏 다니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회사 선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사람에게 사랑에 대한 감정보다 인간적인 유대감 비슷한 그런 감정이 든다. 어쩌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갖고 있어서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가 회사 그만둬도 알고 지내고 싶다, 친하게 지내자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만두지 말고 짤릴 때까지 걍 다녀, 라는 답장이 왔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제밤에 여동생과 부대찌개를 먹고 커피를 마셨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커피 때문인지 잠이 안와서 밤을 홀딱 새버렸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회사 생각이 나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오늘부터 부장님이 병가다. 당분간 사장이 나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릴텐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바보같이 또 긴장해서 지시 사항을 놓칠까봐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잤다. (좋아하는 선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동생과의 대화에서도 느낀 점인데 확실히 병에 걸린 후부터 머리가 예전만큼 팽팽 돌아가질 않는다. 책을 읽어도 수박 겉핥는 기분... 예전에는 책을 읽다가 지하철에서 내릴 정류장을 놓칠 정도로 집중해서 읽었는데, 몇 년 사이에 책읽기가 어려워졌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순발력이 떨어졌고. P사에 다닌 이후 확실히 내가 변하긴 변했다. (이 점을 친구 지혜가 지적해주기도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주변이 사라지고 자기 표현이 줄었다. 회사 선배가 날더러 농담으로 우울증(환자)이라고 불렀는데 발끈해버렸다. 날더러 정색한다고 중얼거리더라. 그 사람은 실제로 내가 아침마다 항우울제를 먹는 환자라는 걸 모를거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이큐 검사를 한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상위그룹에 속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인과의 일상적인 대화도 따라가지 못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면 그저 허허 웃곤 한다. 내 뇌의 어느 부분이 고장났는지 모르겠다. 취미로 수학 문제를 풀다보면 머리가 좋아질까? 남은 몇 십년을 이렇게 둔한 머리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읽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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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1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9. 21. 19:52

살을 빼려고 노력중인데, 잘 안 된다. 요즘 들어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는 게 마음에 두고 있던 회사 선배 때문이다.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도 모르겠고 보면 볼수록 내가 가까이 하기 어려운 사람 같아서다. 아니, 어쩌면 내 탓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나는 평소에도 사람들과 대화가 어려운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더더욱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친해질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단 둘이 있을 때에도 나는 말없이 일을 하거나 묵묵히 서 있을 뿐이고, 선배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특별한 사이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 둘 중 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 두더라도 친하게 알고 지내고 싶은데. 회사에서 부장님과 선배가 잡담을 나눌 때에도 나는 적당한 리액션을 찾지 못해 듣기만 한다. 생각할수록 바보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바보가 되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 바보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선배 생각부터 한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짝사랑도 이정도면 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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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모교 도서관에 들러 예치금 반환 청구서를 내고, 근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얼마 전 사장이 머리는 언제부터 기른 거야?”라고 물어본 게 마음에 걸려서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길이에 세팅 펌을 해서 부스스한 모습을 한 사원이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장 마음에 들 리 없다. 머리를 자르고 혜화역 방송통신대학교로 향했다. 내가 속한 시민단체 청년 모임이 있는 날이다. 이날의 주제는 임금피크제였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임금피크제가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지를 토론했다. 중견기업 비정규직으로 2년 가까이 일한 나는, 자기소개 시간에 오늘 주제로 할 말이 많다고 말해놓고는 정작 토론에서 한 마디도 못했다. 상식이 부족한 탓이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토론에서는 임금피크제 이면에 가려져 있던 문제들을 꺼냈다. 법이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부터 비례대표제문제까지. 핵심은 재벌개혁이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말이 나왔다. 축적된 사내유보금만 풀어도 실업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내유보금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대안으로 사내유보금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일한 비율로 세금을 내게 하여 그 돈을 풀어 기본소득을 높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에 참여하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 다음 달 주제는 스펙인데 내가 발제를 맡았다. 취업준비생으로 많은 시간을 버린 나지만, 요즘 취업시장에서 원하는 스펙이 무엇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 토론이 끝나고 친구 J를 만나기 위해 합정역에 있는 빨간책방 카페로 향했다. 사실 난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열렬한 팬이다. 그가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스튜디오가 속한 빨간책방 카페를 한 번도 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로서 해결된 셈이다. 2층에는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이 가득해서 3층으로 자리를 옮겨 J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J는 나를 보자마자 살이 왜 이렇게 많이 쪘어라고 했다. J를 마지막으로 만난 게 2년 전이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새 몸무게가 적어도 10kg 이상은 찐 셈이니. 토론을 마치고 살짝 상기된 나는 J에게 토론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회사 선배가 INFP라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아버지를 주제로도 한참을 말했다. 카페가 답답했던 J가 걷자고 해서 홍대 거리까지 무작정 걸었다. 토요일의 홍대 거리는 과장을 보태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길거리에 즐비한 상점을 지나 한 SPA 상점에 들러 옷을 구경했다. 한 철 지나면 버려질 옷들이 많았다. 상점을 나와 또 다른 SPA 매장에 들러 J가 가을옷을 입어보고 구매할 동안 나는 회사에 입고 갈 옷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옷은 가격이 비쌌다. 둘은 매장을 빠져나와 지하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다. 새 책 냄새와 방향제 냄새가 섞여 어지러웠다. 서점 입구 매대에 깔린 책을 두루 살폈다. J는 자신이 좋아하는 교수의 책을 찾고 나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찾았으나 내 것은 재고가 없었다. 나는 2015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집어들고 김숨의 뿌리이야기를 읽어나갔다. 뿌리를 박제하려는 남자의 모습에서 미술을 전공한 회사 선배 생각이 났다. 나도 참 어지간히 빠진 모양이다. 뿌리이야기가 몇 페이지에서 끝나는지 확인한지 이십 여분이 지나자 J가 나가자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정신없는 홍대 거리를 빠져나와 홍대 입구 역에서 헤어졌다. 집으로 가는 길에 빨간책방에서 시킨, 먹다 남은 질겅거리며 이제부터 꼭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한 나였다. 선배 생각은 끊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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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9. 3. 17:06

잡지회사에 취업했다. 내가 원하는 분야의 글을 쓰는 곳이 아니지만 회계나 경리 업무에 비하면 훨씬 마음에 든다. 다만 박봉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수습 3개월 동안 급여의 70%만 지급받기로 했는데, 최저 시급으로 계산한 월급도 안 될 지경이다. 엄마는 박봉이라는 이유로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일단 다녀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도 일단 다니는 편이 좋겠다고 하셨고.

첫날 기사를 쓰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짜깁기해버렸다. 전문 지식도 부족하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변명하자면 오랫동안 글쓰기 연습을 하지 않은 탓이다. (, 나는 신경숙을 욕할 자격이 없다.) 글을 짜깁기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대표님께 말씀드렸다. (결국 대표는 원글과 같은 홈페이지에 실린 연락처를 보고 전화로 해결하려는 듯 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왜 남의 글을 베껴쓰는가. 앎의 부족보다도 나만의 생각과 주관이 없는 탓이 크다. 일을 하면서 짜집기를 하고 싶은 유혹이 얼마나 많이 생길지는 모르겠다. 야근을 하는 한이 있어도 짜집기는 하지 말자. 부끄럽지만 이 글은 공개로 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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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8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8. 28. 17:55

계획이 틀어졌다. 어제 면접을 본 청소년수련관에서 나를 예비합격자로 뽑은 것이다. 합격자가 그만두지 않는 이상 내가 채용될리는 없고. 면접에서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합격할 줄 알고 자신만만했는데 무엇 때문에 떨어진 것일까. 작가가 되고 싶다고 괜히 말했나보다.

면접에 떨어지고 충격을 받아 오늘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책도 제대로 못 읽고 누워만 있었다. 나란 사람은 왜 이렇게 게으른 것일까. 돈을 벌어야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고집하다보니 일자리 찾기가 버겁다. 세상 일이 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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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5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8. 25. 14:40

요즘 들어 독자가 아닌 작가의 관점에서 글을 읽게 된다. 세상에는 여러 글이 있다. 그중에서 내가 끌리는 글은 솔직한 자기 고백형 글이다. 내가 솔직한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놈의 자기 검열 때문이다. 최근 알게 된 어느 블로거의 일기를 읽고 카타르시스 비슷한 걸 느꼈다. 내가 그라면 숨기고 싶었을 내용까지 기름기를 쫙 뺀 담백한 문체로 담담히 적었더라. 백지만 보면 불편해하는 나의 문제는 내 글이 솔직하지 않은 데 있는 것 같다.

요즘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취업을 재촉하는 엄마의 말에도 알았다고만 대답하고 띄엄띄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며칠 전 일기에서도 썼듯이 관심가는 이성이 생겼는데 그를 따라 나도 평생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삶에서 돈이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왔던 나였는데, 정작 홀로서기를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속한 시민단체에서 알게 된 분의 소개로 청소년수련관 단기 계약직에 지원했다. 한달에 150만원을 벌게 되니 네 달이면 600만원이다. 이 돈으로 내년 2월까지 토익을 최소 800점 이상으로 만들어놓고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알바를 한 게 후회된다. 분명 얻은 게 있겠지만 내겐 기회비용이 더 컸던 것 같다. (공부란 때가 있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돈 걱정만 없다면 평생 공부만 하며 살고 싶다. 지금이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도 공부에 쉬이 집중하기 어렵다. 고민이 많아서다.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밥벌이를 못하고 있는 내 상황이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지만 이 블로그에 비밀글로 적었듯이 내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다독이 중요하다는 말에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책만 읽고 있다. 글읽기는 쉬워졌는데 글쓰기는 아직도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아마 나만의 주관 없이 글을 읽기 때문에 남는 게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평생 공부와 작가가 되는 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뭐가 되었든 경제활동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선택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취업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는 과를 선택해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곪아터진 나. 처음부터 천천히 원하는 바를 향해 노력했다면 지금처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거다.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낳는 일에 대해서도. 예전 남자친구와 출산에 대한 문제로 싸웠던 게 생각난다. 나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남자친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나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나를 닮은 아이를 낳는다는 게 싫었고 내 성격과 비슷한 존재가 태어난다는 게 끔찍하게 싫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기도 하고, 남편 될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쪽이다. 남자친구도 없는데 이런 생각하는 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일기가 되어버렸다. 나를 솔직히 비워내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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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from 기록 2014. 11. 1. 18:55

참으로 오랜만에 이 블로그에 들렀다. 2005년 처음으로 티스토리(예전에는 태터툴즈라고 불렀다.)를 사용한 기억이 난다. 블로그를 시작한 때부터 9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과거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 이 블로그에 쓴 글들을 삭제하려 했지만 이것도 내 소중한 과거이기에 남겨두기로 했다. 다시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일기를 쓰면서 나를 치유하고 싶어서다.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인생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원인도 밝혀지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네이버 블로그에 끄적인 글은 천천히 옮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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