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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zshow!

from 기록 2007. 10.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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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모니터 앞에서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져본 e청춘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제 자신의 젊은 시절이 모델 20대의 고립·빈곤 형상화 했죠'


“출구없는 20대들 막막한 삶 그렸다”

현실이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은 무의미한 것들에 집착한다. 민수는 햇빛이 들어오는 창을 선택하지 않고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를 선택한다. 그래 역시 세상물정 모르고, 게으름과 자존심 비슷한 허영심까지 충만한 사람이라면 더욱 무의미한 것들에게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지. 맞어, 이거 완전 우리 얘기잖아? 무릎을 치며 읽다가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런데 너는 전화도 하지 않고 그 흔한 문자메시지 하나 없이 잠적해버렸어. 그 이틀 동안 나는 정말 신화 속의 오르페우스 처럼 내 마음의 지옥을 헤맸다구.'
과연 서울에서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는 이십대가 몇이나 있을까. 뭐 존재 할 수도 있겠지. 퀴즈를 좋아하는 대학원생이니까. 그런데 내 주위에 있는 대학원생들 중에 사이먼 싱의 <코드북>을 읽었고, 지금 당장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줄리 런던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인지를 한번에 알아채고, 자신이 차버린 여자친구와 대문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힘싸움을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에 비유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가난하다고 해서 문화적 소양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이건가.


딱딱한 고시원 침대위에 누운채 라디오를 들으며, 라면을 먹다가 뒹굴뒹굴거리며 단숨에 읽어버렸다.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하고 무엇하나 확실한 게 없다. 그저 졸업이라도 하기 위해 토익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자격증에 올인하며 시험이라도 망치는 날엔 비굴한 웃음을 짓고 교수님을 찾아가는게 내 또래 애들이다. 나로써는 그래프와 교과서의 숲에서 벌이는 이 전투가 과연 언제 끝날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젊으니까 뭐 ㅋ

책 뒷표지의 '청춘의 찬란한 빛이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기를'이라는 글귀를 읽고 나니 한결 유들해진 김영하 아저씨가 어깨를 툭툭 치며 괜찮아, 이십대에는 누구나 그런 법이지. 기운내라구. 니 탓이 아니야, 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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