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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quizshow! 2007.10.29
  2. 김영하 리스트 세팅 완료 2 2006.11.30
  3. 핑퐁 2 2006.11.06

quizshow!

from 기록 2007. 10.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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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모니터 앞에서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져본 e청춘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제 자신의 젊은 시절이 모델 20대의 고립·빈곤 형상화 했죠'


“출구없는 20대들 막막한 삶 그렸다”

현실이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은 무의미한 것들에 집착한다. 민수는 햇빛이 들어오는 창을 선택하지 않고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를 선택한다. 그래 역시 세상물정 모르고, 게으름과 자존심 비슷한 허영심까지 충만한 사람이라면 더욱 무의미한 것들에게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지. 맞어, 이거 완전 우리 얘기잖아? 무릎을 치며 읽다가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런데 너는 전화도 하지 않고 그 흔한 문자메시지 하나 없이 잠적해버렸어. 그 이틀 동안 나는 정말 신화 속의 오르페우스 처럼 내 마음의 지옥을 헤맸다구.'
과연 서울에서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는 이십대가 몇이나 있을까. 뭐 존재 할 수도 있겠지. 퀴즈를 좋아하는 대학원생이니까. 그런데 내 주위에 있는 대학원생들 중에 사이먼 싱의 <코드북>을 읽었고, 지금 당장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줄리 런던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인지를 한번에 알아채고, 자신이 차버린 여자친구와 대문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힘싸움을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에 비유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가난하다고 해서 문화적 소양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이건가.


딱딱한 고시원 침대위에 누운채 라디오를 들으며, 라면을 먹다가 뒹굴뒹굴거리며 단숨에 읽어버렸다.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하고 무엇하나 확실한 게 없다. 그저 졸업이라도 하기 위해 토익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자격증에 올인하며 시험이라도 망치는 날엔 비굴한 웃음을 짓고 교수님을 찾아가는게 내 또래 애들이다. 나로써는 그래프와 교과서의 숲에서 벌이는 이 전투가 과연 언제 끝날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젊으니까 뭐 ㅋ

책 뒷표지의 '청춘의 찬란한 빛이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기를'이라는 글귀를 읽고 나니 한결 유들해진 김영하 아저씨가 어깨를 툭툭 치며 괜찮아, 이십대에는 누구나 그런 법이지. 기운내라구. 니 탓이 아니야, 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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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리스트 세팅 완료

from 기록 2006. 11. 30. 21:27


요즘과 같은 시험기간에는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땡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김영하 작가의 책들이 땡기는 경우가 많지만 빈곤한 학생인 관계로 직접 사지는 못하고 도서관에서 빌려보아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학생증과 신분증을 잃어버려서 도서대출마저 못하는 관계로 오늘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이제 난 그지다.

검은 꽃부터 굴비낚시,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호출까지 구입하고 나니, 이제서야 김영하 작가의 팬이라고 말하기 떳떳한 기분이 든다. 방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포스트 잇,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랄랄라 하우스, 빛의 제국을 합치면 김영하의 책은 아랑은 왜를 제외하고는 모두 구입한 셈이다. 아, 작은사냥꾼무협학생운동은 빼구. '작은 사냥꾼'은 번역이라 내키지 않았고, '무협학생운동'은 꼭 구하고 싶었는데 서점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절판된지 오래인데 다시 찍어내지 않는 걸 보면 작가 본인도 탐탁치 않게 생각한 책인걸까. 어쨌든 여기 '무협학생운동'을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혹시나 검색으로 이 글을 보게 될 '무협학생운동' 보유자께서는 연락 좀 주시길.

이제 초판 1쇄 모으는 일만 남았는데 이게 가능할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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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from 기록 2006. 11. 6. 20:39
인간의 해악은 9볼트 정도의 전류와 같은 거야. 그것이 모여 누군가를 죽이기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거지. 그래서 다들 다수인 척하는 거야. 이탈하려 하지 않고, 평형으로, 병렬로 늘어서는 거지. 그건 길게, 오래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야. 전쟁이나 학살은 그 에너지가 직렬로 이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이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만 볼트의 파괴자가 남아있을까? 학살을 자행한 것은 수천 볼트의 괴물들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전쟁이 끝난 후에 남는 건 모두 미미한 인간들이야.독재자도 전범도, 모두가 실은 9볼트 정도의 인간들이란 거지. 요는 인간에게 그 배치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이기가 있다는거야. 인간은 그래서 위험해. 고작 마흔한명이 직렬해도 우리 정도는 감전사할 수 있는거니까. 그래서 생존해야 해. 우리가 죽는다 해서 우릴 죽인 수천 볼트의 괴물은 발견되지 않아. 직렬의 전류를 피해가며, 모두가 미미하고 모두가 위험한 이 세계에서 - 그래서 생존해야 해. 자신의 9볼트가 직렬로 이용되지 않게 경계하며, 건강하게, 탁구를 치면서 말이야.

결국 집단과 개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더 이상 자세히 표현할 자신이 없다.
명언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거다. 르네 지라르는 "비폭력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화해의 희생양을 하나 뺀 모든 사람의 일치다."라고 말했다지?



요즘말로 상당히 아스트랄한 소설이다.
카스테라와 지구영웅전설을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 여전히 주인공으로 마이너(Minor)들을 내세우고 낯설은 문체도 그대로지만, 이상하게 <핑퐁>은 지루하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왜 핑퐁이 재미없는지 생각해봤는데, 작가가 <핑퐁>에 너무 많은 걸 집어 넣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코 만만치 않은 소설. 왜 사냐고 물어보면 그냥 웃을수만은 없는 일이다. 오바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파고 들어가면 철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더 이상의 코멘트는 무리; 설렁설렁 읽다가 책장을 덮는 순간 지구가 내 머리위에 앉은 느낌이다. 머리 아프다. 박민규 특유의 위트가 사라진 것도 지루해진 원인 중의 하나. 슬슬 신선함이 떨어지는 듯 싶다. 박민규의 소설을 처음 접한 이들에게는 그의 문체가 가독성을 해치는 원인일 수 있겠고.

독자들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릴 듯?




핑퐁
박민규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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