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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rowning Girl 2009.01.18
  2. 생각 없는 생각 2008.12.19

Drowning Girl

from 기록 2009. 1. 18. 16:51




 

비트겐슈타인은 화가가 아니다.

알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비트겐슈타인과 리히텐슈타인을 혼동했을까. 정말 쪽팔려서 미칠 것만 같다. 지금 당장 S에게 쓴 편지를 돌려 받아와서 수정액으로 비트슈타인이라는 말을 지우고 리히텐슈타인으로 고쳐놓고 싶다. 인간은 원래 찌질해서 아름답다는 위로가 떠올랐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S에게 반박편지를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왜 이 그림을 선물하려 했을까.

내가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과 이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림속의 여자에게 가지는 감정이 같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  나도 이 그림을 좋아하니 너도 이 그림을 좋아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내가 그토록 인정하기 싫어하던 공감의 문제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생뚱맞게 화장품을 선물해버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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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는 생각

from 기록 2008. 12. 19. 18:34

왠지 오늘 S를 만나게 될 것 같아. 학교에서 S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터키 여행 준비는 얼마나 잘 되가는지 물어봐야지. 늘 그렇듯이 생각 없는 생각을 하며 길을 걸었다. 순간 누군가가 내 팔을 툭 쳤다. S였다. 인사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영화 수면의 과학에 나오는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스테판의 엄마가 스테판을 가리키며 이 아이는 여섯 살 때부터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라고 말하는 장면. 어쩌면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장면일지도 몰라. 갑자기 이 영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뭐였지? 생각 없는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 눈은 S를 향해 있지만 사실 보고 있지 않다. S를 바라보고 있는 척 할 뿐이다. 먹물이 화선지에 번지듯이 불안이 밀려온다. S는 나보다 자기가 먼저 알아봤다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그 상황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한마디도 대꾸할 수 없었다. 힘겹게 응 이라고만 답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다가 나는 퍼뜩 떠오르는 생각에 S를 돌아보고 오늘 왜 이렇게 집에 빨리 가냐고 물어봤다. S는 반차라고 답하며 가버렸다. 기분 나쁜 데자뷰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S는 내가 알고있던 S가 맞을까? S를 어색하게 바라보는 나는 내가 맞을까? 5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현실감각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간혹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점점 심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시간 내내 집중할 수 없었다. 자해를 일삼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다들 심각해지겠지. 리스트 컷이 유행처럼 번지는 게 싫어서 나는 그런 짓 안한다, 껄껄 웃으면 안심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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