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 먹은 날이었다. 선생님께 제가 언제까지 상담을 받아야 하냐고 여쭈어보았다. 본인이 정 하기 싫다면 방법은 없겠지만 xx씨는 계속 나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2월을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학교 측과 이야기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을 하다가 그만두기로 결정하셨다고 어렵게 말씀하셨는데 갑자기 슬퍼졌다. 당황했다. 나는 선생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난다고 하니까 울음이 터져 나왔다. 긴 이야기를 새로 올 사람에게 고스란히 털어놓아야 한다니, 나를 잘 아는 사람 중의 한명이 나를 떠나간다니, 온갖 생각이 들면서 펑펑 울었다. 특히나 내 이성과 감정에 대한 불일치 때문에 더욱 괴로웠다.
상담을 받을 때마다 김수진 선생님은 그저 상담 선생님일 뿐이고, 나는 선생님이 치료하는 수많은 학생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거리를 두어 왔다. 애초에 나는 그 선생님한테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그렇다고 착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떠난다니 주체할 수 없이 슬퍼져서 초등학생처럼 입술을 실룩거리며 울었다.
하루종일 슬펐다. 이렇게까지 슬퍼할 이유는 없었는데 왜 이럴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그동안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무관심하게 떠나보낸 사람들이 사실은 내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람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왜 항상 내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을까, 내 감정을 나도 모른다면 나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이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나보고 복잡하고 냉담한 외면 안에 고운 결(?) 비슷한 무엇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얘기를 하면 싫어할까봐 말하지 못했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뻔한 멘트에 넘어가서 또 엉엉 울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 이야기가 진심일지 아닐지 의심하는 내가 싫다.
예상외의 상실감을 느낀 하루다.
만약 S도 영영 떠난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