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움

from 기록 2014. 11. 8. 18:23

주일 교리 수업이 끝나면 조원들과 성경을 읽고 (알콜중독자 모임처럼)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속한 조에 신앙보다 사람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성당을 찾는 것으로 보이는 60대 할머니가 계시다. 카톨릭보다 불교가 어울리는 어르신이다. 할머니가 더듬거리며 성경을 읽을 때마다 나는 성스러움을 느껴 넋이 나가 내가 읽을 차례를 놓치곤 한다. 미끈한 목소리로 기도를 부르짖는 신부보다 더듬거리는 말투로 죄를 고백하는 사람들의 말이 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2013/12/27 17: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