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 - 감자

박완서 - 황혼

박태원 -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나도향 - 물레방아

 

어제 들은 한국 문학들이다. 난독증 때문에 오디오북을 듣고 있다. 인물을 둘러싼 정경이나 어조를 듣는다는 건 독서와 또 다른 체험이다. <물레방아>에서 이방원의 아내 역할을 맡은 여자 성우의 교태스러운 목소리를 듣다가 숨이 넘어갈 뻔했다. 나도향이 요절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되지 않았을까.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보습학원 면접에서 국어 강사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물었고, 나는 김동인의 <감자>를 꼽았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오디오북을 들으며 몇 번이나 미소를 지었는지 모른다. 구보는 사랑스럽고, 박태원의 문체도 좋다. 내가 사랑하게 될 소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박완서의 글은 맛깔스러우면서도 여성 독자들로 하여금 묘하게 움찔거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늙은 여자'라는 단어가 얼마나 섬뜩했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감상하니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2013/12/1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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