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마감음악회

from 기록 2014. 11. 8. 18:35

봉사단체에서 주최한 음악회에 다녀왔다. 밴드가 80년대부터 90년대 유명곡을 연주하면, 관객들은 주어진 테마에 따른 기억을 떠올리며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공연이라기보다 토크쇼에 가까운 자리였다. 진행자는 정혜신씨였는데 낯이 익다 싶어 검색해보니 마인드 프리즘 대표였다. 한비야씨와 비슷한 외모다. 정혜신씨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가늘게 떠는 목소리로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를 때,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저절로 몸이 얼어버리는 나는 공연 중반까지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내 일생 잊지 못할 다섯 사람을 꼽아보는 시간을 갖고 나서야 비로소 굳었던 표정이 풀렸다. 내가 잊지 못할 다섯 사람으로 나, 엄마, 헤어진 남자친구, 아빠, 하느님을 적었다.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가 모두 포함된 잊지 못할 다섯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격려 문자를 보내는 시간도 가졌다. 내가 보낸 문자 메시지는 “OO야, 네 감정 무시하지 말고 네 마음가는대로 행동해도 돼. 지금도 넌 충분히 착한 사람이야. 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네가 원하는 일 하나씩 이루어가길 바래”였다. 지나치게 사람들에게 맞춰주다보니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내가 주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돌려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오히려 나를 우습게 아는 사람도 있었다. 싫은 소리는 못하고 끙끙 앓다가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었더니 요즘 살이 많이 쪘다.

공연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는데, 스크린 도어에 비친 내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위로 향해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한 기분이다. 마음이 간질거렸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일을 사과했다. 엄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위로보다 충고를 내세웠다. 정밀검사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엄마가 곧 죽을 사람처럼 여기고 말하는 모습이 답답해서다. 엄마는 다행히 어제보다 기분이 한결 나아보였다. 나도 차츰 나아지겠지.

 

2013/12/0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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