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

from 기록 2014. 11. 9. 08:59

7월 11일 오후 10시경, 여의도에서 남자친구와 이별했다. 그만 만나자는 말을 어렵게 꺼냈다. 말하기 전에 눈물부터 나왔다. 미안해서다. 남자친구는 예상했는지 “왜?”라고 물었고,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전날 연애경험이 많은 여동생에게 조언을 구했다. 여동생은 자초지종을 듣더니 상대방을 위해 헤어짐의 이유는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 했다. 하지만 나는 서로의 감정을 정리하기 쉬울것이라는 판단하에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그는 내게 배신감을 느꼈다. 나는 울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예전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미안함, 애처로움, 죄책감만을 느낄 뿐이다. 함께한 시간들이 떠올랐고 또 미안해서 울었다. 이별의 원인은 내 탓이 구 할이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듣고도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참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싶다. 잠시 갈등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니까. 내가 견뎌야 할 몫이다. 남자친구가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내게 처음으로 고함을 질렀다. 나는 말없이 돌아섰고 다음날 이메일을 받았다. 메일 제목은 ‘인연 정리’, 내가 준 선물을 되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마음 불편해도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에 약속을 잡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으로부터 삼십분 후, 그를 만난다. 잘 헤어지고 싶다.

 

널 만나며 내 인생과 삶에 처음으로 감사했어.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


2013/07/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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