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꼴보기 싫어!

from 기록 2009. 6. 11. 21:29

모든 사람들이 보기 싫어지는 때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요 며칠 동안 또 그런 때가 찾아왔는데, 이 시기가 오면 스스로가 너무 힘들다. 일주일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라고 물어보기에 그냥 덤덤한 어조로 내가 한 잘못들과 실수들을 이야기했는데, 선생님한테 한 소리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본인이 겪은 힘든 일들을 제3자 바라보듯이 담담하게 말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마치 나를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냥 별다른 이유는 없다, 내가 잘못한 일이니까, 누굴 탓할 일이 아니니까, 원래 그래왔으니까요. 라고 대답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그동안 부정적인 감정들을 억누르고 있는 데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항상 머리가 무겁고 뭘 해도 즐겁지가 않고, 머릿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생각들과 의심들이 많으니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던 것. 원인을 알았으면 고쳐야 할 텐데 결국 이 모든 게 '그래 다 내 탓이오'라고 응축해버리니. 정말 나도 답이 없는 인간이다. 이 끊을 수 없는 자학의 악순환이란.. 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같은 인간에게 잘 대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할 뿐. 도대체 사람들은 왜 나에게 잘해주는가?라는 간단하고도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앉아있자니, 이건 뭐 밑도 끝도 없는 삽질의 연속일 뿐이다. 선생님으로부터 주위에 너무 벽을 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는데, 몇달 전에 본 철벽녀의 연애라는 명문이 생각나서 혼자 피식피식. 남들은 좋아하는 이성한테 벽을 친다던데, 나는 나를 아는 모든 인간들에게 벽을 치고 사는구나.


자기 긍정 중요하다. 정말 중요하다. 나도 안다. 하지만 태생이 이런걸 어찌하리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빵긋거리는 샤방한 캔디같은 여자들이 있다면, 어둠밖에 난 볼 수가 없어 소리낼 수도 없을 것 같아,라고 자학하는 나같은 여자도 있어야 밸런스가 맞지 않겠나. 폭식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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