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0일 토요일

from 기록 2009. 6. 21. 10:30
난 눈치가 없는 편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와 비슷한 종족을 알아보는 '감'은 있다. 어제 아는 언니를 만났다. 2년동안 알아왔지만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만난적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하지만 뭔가 느낌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언니는 굉장히 우울해보였다. 그냥 나쁜 일이 있어서 우울한 것이 아니라 왠지 나랑 비슷한 이유로 우울해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밥을 먹을때까지는 서로 별 말 없이 있다가 커피샵에서 언니는 결국 울고 말았다. 그럼 내가 그 맘 알지, 나도 그랬어라는 말로 맞장구를 쳤는데 그냥 내가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내 경험을 온전하게 말하지 않고 다 그런거지 뭐 하는 식으로 둘러싸서 위로를 했다.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숨기는 것도 굉장히 나쁜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를 바라보고 있자니 작년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더불어 이 언니도 세상 살아가기 힘든 타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거울을 보는 느낌이었다.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도 내가 이 언니를 바라보는 느낌이겠지. 나와 비슷한 사람의 불행을 보며 나의 단점을 파악하다니. 역시 나도 이기적인 사람. 여러모로 마음이 아팠다. 아니 불편했다고 해야 하나. 내가 진짜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는데, 선량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 말을 못한 것 같다. 내 자신이 스스로 역겨워졌다. 타인도 생각하고 배려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니, 씁쓸하고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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