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에 전철에서 책을 읽다가 선반 위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 환승역에서 내리자마자 손이 허전한 걸 알아차리고 역무원을 찾아가 내 사정과 함께 열차에 탑승한 시간, 가방 위치, 모양새를 설명했다. 역무원은 이리저리 전화를 걸었고, 나는 황망히 기다렸다. 하필 여행을 다녀온 다음날이라 지갑에 현금이 많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속이 쓰렸다. 임대폰은 어쩌지, 당장 차비가 없는데 출근은 어떻게 하나, 카드 분실 신고는 빨리해야 하는데... 온갖 부정적인 상상을 하고 있는데 역무원이 가방을 찾았으니 수거한 역으로 직접 찾아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긴장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의례적인 인사만 하고 환승역을 떠났다. 가방을 찾은 역에서는 내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를 물었다. 역무원은 확인 절차를 끝낸 뒤 분실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권했다. 지갑, 휴대폰, 노트 모두 그대로다. 슬슬 지각이 걱정되기 시작한 나는 "분실물 없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간단히 인사를 한 뒤 역을 떠났다. 뒤늦게 진짜로 고마운 마음이 밀려왔다.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성의껏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 성함이라도 여쭈어볼 걸 그랬다. (2014/08/21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