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치 않은 마무리

from 기록 2014. 11. 8. 15:59

꽤 지난 이야기지만 고해성사를 하고 싶어 적는다. 5월, 봉사활동 대상자 어르신께 앞으로 연락을 드리지 못할 거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변명을 하자면 당시 나는 생계에 대한 걱정에 상담 치료까지 받느라 경황이 없어 어르신의 고충을 들어드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봉사활동이 끝나갈 즈음에야 마음을 열어 보이셨고, 공식적인 활동 기간이 끝난 후에도 나를 댁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해주셨다. 이후 내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셨는데 취업으로 신경이 곤두선 나는 어르신의 일방적인 연락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갑자기 어르신으로부터 가톨릭 기도문 책자와 묵주 반지를 선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어르신이 벽지 도배를 새로 해달라며 OO씨가 기관에 압력을 넣으라고 나를 채근하실 때마다 불편했는데... 정작 사람을 도구처럼 취급한건 내가 아니었을지. 김 할머니는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린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앞으로 면대 면 봉사활동은 되도록 하지 않을 계획이다. 사람한테 상처 주고 싶지 않다. 봉사활동 온라인 모임에 내가 올렸던 글들을 지워버리고 싶다. (2014/07/20 17:08)

 

2014/08/10 12:50

지난 주 다시 어르신 댁에 들러 원고 교정을 보고 왔다. 어르신을 대하기 여전히 쉽지 않지만, 한 번 시작한 일은 제대로 마무리 짓는 게 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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