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고장 나 오늘 가까운 대리점에 들러 임대폰을 받아왔다. 지점에서 보유 중인 3G 단말기가 죄다 고장 났다는 이유로 2G 폴더 휴대전화를 받았다. 속으로 잠시 투덜대다가 폴더폰을 손에 쥐는 순간, 서운함이 눈 녹듯 가셨다. 일단 한 손으로 쥐는 느낌부터 좋다. 여자가 한 손으로 들기에 다소 크고 미끄러운 스마트폰에 비하면 폴더폰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위험이 적다. 폴더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맞닿은 면에 엄지손가락을 넣어 벌린 뒤 상단을 올리는 동작은 또 얼마나 오랜만인지. 얼굴이 큰 사람이라면 스마트폰보다 폴더폰이 통화가 편리함은 물론이다. 비싸고 선택의 폭이 좁은 스마트폰 요금제에 비해 저렴한 이용료 또한 장점이다. 폴더를 닫을 때 나는 '착' 소리는 잊고 지낸 음악을 우연히 다시 들었을 때 느끼는 반가움에 견줄만하다. 대리점을 나오면서 나는 기쁜 마음에 폴더를 몇 번이나 여닫았는지 모른다. 이참에 아예 알뜰폰으로 단말기를 바꾸려 한다. 스마트폰에 의존하지 않고 살겠다는 작은 결심이기도 하다. 2G 휴대폰 단말기는 비좁은 액정이 답답하고 카카오톡 메세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1이 있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단점보다 장점이 크다. 내 생활 방식상 휴대폰은 통화와 메시지 전송이라는 본래의 기능에만 충실하면 된다. 물론 멋진 디자인이나 편리한 기능이 더해진다면 좋겠지만, 잠들기 전까지 침대 위에서 손바닥만 한 액정을 들여다보며 웹서핑을 하는 스스로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스마트폰은 주객을 전도시키는 요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스마트폰이 사라지고 깊은 심심함을 느끼는 시간이 늘어나면 생활에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어쨌든 반갑다! 폴더폰. (2014/05/12 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