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휴무라 땅콩 폭식 후 자취방에 누워 있는데, 방문이 '꿍'하고 닫히는 소리가 몇 차례 들렸다. 공용 화장실에 갈 때 이웃 남자와 마주쳤는데, 기분 나쁜 일이 있는지 방을 들락날락하며 온 힘을 다해 설거지하고 방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행동거지가 조용한 사람이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불규칙한 굉음을 듣다 보니 몸이 움츠러들고 불안해 진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잊은 채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불안함을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 일곱 번째 굉음을 듣고 나자 혼잣말로 욕이 나올 만큼 짜증이 솟구쳤다. 소음을 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공용 거실로 나갔다.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이웃이 아닌, 처음 보는 남자가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외출 준비 중이었다. 어쩌면 내게 본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스토킹을 당한 이후로 생긴 망상이다.), 혹은 다른 이웃과의 소음 문제로 보복 소음을 낸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요, 방금 방문 닫고 나오신 분이죠?" 여기까지 말하고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스토킹하며 보복 소음을 냈던 이웃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뱉은 말. "방문 닫을 때 조금만 조심해주세요. 제가 소리 듣는 일을 해서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남자는 유유히 대문을 나섰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자책했다. 왜 내가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나. 도리어 사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나다.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혹시 기분 나쁜 일이 있으신가요? 독채도 아닌데 방문을 그렇게 쾅쾅 닫고 다니면 되겠습니까, 이 집에는 학생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도 배려해주세요. 모처럼의 휴무인데 방문 닫는 소음에 괴롭습니다. 뭐 이런 말들이었는데. 바보같이 쫄아버렸다. 내 피해의식은 아직도 낫지 않았다. 예의 없는 남자들이 싫고 무섭다. 맞대응했다가 스토킹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할까봐. 사건 이후 이 글을 쓰는 이 시각까지 내 감정을 존중하지 못하고, 나를 괴롭힌 사람에게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 스스로 혐오스러워 폭식한 뒤 아무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몸쓰는 일을 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쉽지 않다.
폭력, 남자, 스토킹, 소음에 대한 피해의식을 고치고 싶다. 어떻게?
2014/04/14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