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먼저 다가와 내 곁을 떠나지 않는 모습이 기특해 먹을거리를 건넸다. 음식보다 정이 고픈지 내어 준 떡을 씹다 뱉고 내 가랑이 사이 치맛폭에 들어와 발목에 몸을 비벼댔다. 작별인사를 건네고 무인반납기를 찾아 마흔 걸음 쯤을 걸었는데 나를 졸졸 따라왔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 나는 헤드셋을 통해 들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집까지 하늘을 보며 걸었다. 사진을 찍고 달을 보며 걷는 내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 후 이소라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걷는데 뒷편에 있던 행인과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 벌건, 40대로 보이는 마른 남자였다. 노래가 들려요? 네! 맥주 한 잔 하러 갈래요? 아니요! 나는 리듬에 맞추어 서둘러 걸었다. 우울한 나였다면 경찰에 전화하거나 두려움에 얼어붙었겠지. 봄은 봄이다. 카뮈보다 하루키의 글을 읽고 드뷔시의 곡을 들어도 좋은 계절(2014/04/08 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