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왔다. 몸을 쓰는 일이다. 담당자와 K신문사 건물 1층 커피숍에서 면담을 하는데, 이력서와 내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더라. 살이 많이 쪘다고 선수쳐서 말하니, 언제 찍은 사진이냐고 물은 뒤 많이 힘드셨나봐요. 라고 농담을 던졌다. 나는 웃으며 "네, 많이 힘들었어요."라고 답했다. 왜 자취를 하는지, 지금 사는 곳이 정확히 어디쯤인지를 묻길래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보니 면접관은 두 번째 남자친구와 같은 대학 같은 과 졸업생이었고,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꽤 오랫동안 자취를 했다고 한다. 나는 가방속에 있던 금오신화를 꺼내 보여준 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는지를 물었다. 남자는 기자가 아니었다. 사업 쪽 일을 한다고 했다.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 같았다.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 조언해주더라. 대학 진학 후 본인이 글쓰는 재주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소설가는 허구의 일을 자기가 경험한 것 처럼 써야 하잖아요." 라고 덧붙이는데, 반박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럴 수 있죠."라고 대답해버렸다. 97학번이라는 남자는 일을 하려면 외향적이어야 하고 목소리도 크게 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는지, 아이들을 통솔해 본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다. 솔직히 저는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처지라 시키는 일은 잘 할 수 있습니다, 성당에서 초등부 미사를 도와준 경험도 있어요. 라고 말한 뒤 습관처럼 침묵했다. 남자는 한손으로 펜을 까딱거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말이요. 무척이나 눈치가 빠른 남자다. 나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다, 걱정하시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는 거 어때요? 안좋은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이제는 좀 쉽게 살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첫날 일터에 도착해야 할 시간, 복장, 급여, 급여 지급 시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2014/03/30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