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청첩장과 선물을 받았다. 내 친구의 남편이 될 사람은 헤어진 첫 번째 남자친구의 대학 동기다. 친구는 지금의 남편을 소개해준 대가로 내게 답례를 한 거다. 집에 돌아와 봉투를 열어보니 고액의 상품권이 들어 있었다. 소개는 주선자의 몫이지만 결혼은 당사자들이 결정하는 것을...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아도 되나 싶었다. 친구에게 나와 헤어진 첫 번째 남자친구에게 만나는 사람이 생겼는지를 물었다. 응당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교회 목사님의 소개로 만난 여성과 교제 중이라는 말을 듣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가로 돌아와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궁금해하는 엄마 앞에서 첫 번째 남자친구에게 목사님 소개로 만나는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꺼냈다. 엄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다시 잘 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걔 만한 애가 요즘 세상에 어디 있느냐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남녀 사이 헤어졌으면 끝인 거다. 솔직히 OO이는 좋은 사람이었고, 마음이 먼저 변해 미안하지만 적어도 난 비겁하지는 않았다. 내 행동에 후회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동안 멍하게 앉아있던 엄마가 한마디 던졌다. OO이 걔도 참 안됐다. 왜요? 엄마 아는 사람도 목사님 자제랑 결혼했는데 상대방이 끌려다닌단다. 말과는 다르게 엄마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안됐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매기는 등급 식의 조건으로 따지자면 사실 아쉬운 건 내 쪽이다. 

능력 있으면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너 능력 있어? 능력은 없지만 돈이야 앞으로 벌면 되는 거죠. 난 혼자 살아야 할 것 같아. 얘가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여동생이) 좋은 사람 생기면 얘 먼저 보내도 되는 거고요. 언니, 찬물도 위아래가 있어. 여기서 찬물 이야기가 왜 나와. 

엄마, 여동생과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첫 번째 남자친구를 떠올리면 늘 고마움과 죄책감이 느껴지곤 했다. 첫 연애 상대로 나처럼 까다롭고 이기적인 사람을 만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로 만나는 사람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일 테니 어머님의 반대도 없을 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니 다행이다.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란다. (2014/03/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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