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제출한 회사에 들러 필기시험을 보았다. 시험은 영어 인터뷰 독해, 인터뷰 질문 영작, 영화 상식 퀴즈, 작문 순서였다. 영어 실력이 부족한 나는 지문의 절반만을 번역했고, 그나마도 시간이 부족해 다 옮겨적지 못한 채 답안지를 제출했다. 상식 퀴즈에서도 답을 모르는 질문이 절반 이상이었다. 시 '질투는 나의 힘' 전문을 제시한 뒤 괄호 안에 들어갈 낱말을 묻는 문제가 기억에 남는다. '내 희망의 내용은 (    )뿐이었구나.' 나는 절망을 적었다. 정답은 질투다. 어차피 답을 모르는 문제도 많겠다, 일찌감치 손놓고 2교시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형도의 시를 읽었다.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는 시구가 유독 기억에 남았다. 작문 시험은 송강호, 한류, 윤리 중 하나 이상의 제시어를 선택해 자유 기술하는 식이었다. 나는 '윤리'를 선택했다. 영화 언론인에게 필요한 윤리 덕목 중 하나로 '(평론)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꼽으며 글을 써 나가는데, 스스로 많이 찔리더라. 영화 상식 질문지에서 고작 삼분의 일만 끄적거린 내가 쓸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2014/01/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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