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원이세요.

from 기록 2014. 11. 8. 18:40
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나오며 편의점에 들렀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십대 여성 둘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선임 아르바이트생이 신입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던 참이었다. 쿠키를 건네고 계산을 하는데 신입으로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어색하고도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말했다. “540원이세요.” 저, 돈에 존칭을 붙일 수 없습니다. 손님을 깍듯이 대하려는 선의에서 비롯한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이라 이런 부분에 민감해서 드리는 말씀이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알려드렸으니 그쪽에서 고마워하셨으면 좋겠군요.) 그럼 수고하세요. 라고 말하려던 찰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의 지식을 드러냄은 나의 교만이 아닌가? 내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건 상대방의 말실수가 듣기 괴롭기 때문이다. 나 편하자고 남의 실수를 다른 이 앞에서 드러내는 게 옳은가? 이런 방식으로 일을 갓 시작한 사람의 자신감을 떨어뜨려야 하나? 하지만 옳지 않은 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아무 말 없이 쿠키를 들고 나왔다. 오늘 하루 이 사소한 일을 곱씹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2013/12/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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