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근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한 명꼴로 죽어나가고 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가 18%, 아프리카 35%,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주민 15%가 굶주리고 있다. (기아가 가장 심한 대륙은 아프리카가 아닌, 아시아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공익광고나 NGO의 팜플렛에 실린 사진을 통해 비쩍 마른 아프리카 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동정심에 후원을 고민하는 정도다.


  책의 제목처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 것일까. 저자인 장 지글러는 기아 문제의 원인으로 전쟁, 권력의 부패,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꼽는다. 이들의 꼭대기에는 인류애가 배제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가 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불합리한 경쟁에서는 다수의 약자가 소외될 수밖에 없다.

 

  개혁을 통해 기아 문제를 타파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부르키나파소의 대통령 상카라(T. Sankara)198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후 공공 서비스를 실시하고, 인두세를 폐지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크게 해소했다. 덕분에 상카라가 집권한지 4년 후, 부르키나파소는 식량 부분에서 거의 완전한 자급자족을 달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그의 개혁은 이웃 국가의 독재자들과 관계가 악화된 계기가 되었고, 결국 그는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사주를 받은 그의 동료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부분은 난민캠프에서의 불가피한 선별작업이었다. 열악한 의료시설과 의약품이 부족으로 난민캠프에서는 간호사가 몸과 뇌가 손상되지 않은 사람을 선별하여 이들을 우선적으로 구조한다고 한다. 간호사에게도, 선별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해결책으로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원조보다 선행하는 개혁, 자급자족 경제의 구축, 인프라 정비를 주장한다.

기아와의 전쟁은 굉장히 많은 구조적 요인들이 연결되어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이 책을 읽을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취업도 안하고 부모님께 생활비도 드리지 못하는 내가 세계 기아 걱정을 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해서다. 기아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걱정을 하고,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야겠지만 그게 나여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집에 쌀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우리집 형편이 좀 어렵다. 쌀을 사지 못한 내가 세계의 기아에 대해 걱정해도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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