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7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9. 27. 23:20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이다. 실수를 해 사장에게 찍힌 상황이다. 사장이 모 제약회사의 사보를 만들기 위한 제안서 초안을 내게 넘기며 ppt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오후 내내 ppt 템플릿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버렸다. 보다못한 회사 상사와 선배님이 도와주어 ppt 자료를 만들기는 했는데, 사장이 이걸 쪽팔리게 어떻게 보여 주냐며 화를 냈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 앞에서 혼이 나니 부끄러워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 상사로부터 “OO기자는 취재기자가 아닌 다른 일이 어울리는 것 같으니 잘 생각해보라는 말까지 들었다. 상사는 ppt 자료를 못 만든 것도 그렇지만 상사의 지시사항을 내가 알아듣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나는 긴장하면 사람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긴장해서라고 말씀드리니 앞으로 취재를 나가야 할 텐데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을 들었다.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날 결국 상사의 말을 못 알아듣고 또다시 실수를 하게 되었다. 상사는 짜증나네라고 말했고 나는 자진해서 야근을 했다. 그런데 야근해서 만든 기사도 상사가 원하는 기사가 아니었다. 차츰 내 능력에 대해서도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나는 정말 글을 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회사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는 디자이너 선배, 베테랑 취재기자 부장님을 보며 자괴감을 느낀다. 일주일이 넘게 약을 못 먹어서 정신을 집중하지 못한 탓이리라 믿을 뿐이다.

명절에 오랜만에 아는 이들에게 연락을 했다. 좋아하는 회사 선배 이야기와 사장에게 찍힌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대부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회사 선배에게는 고백을 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지금 내 몸무게는 65kg. 외모가 다가 아니라지만 지금 내 체형에 남자에게 고백했다가 차일 확률 70%라고 생각하는데... 거기다 그동안 선배 앞에서 저지른 실수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머릿속이 아찔해진다. 차이는 것 보다 좋은 관계로 유지하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한데... 궁극적인 내 목적은 그 남자와 사귀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가 중요한지, 내 밥벌이 문제가 중요한지 뭐가 우선인지 나도 헷갈린다. 글을 쓰면 생각이 명료하게 정리될 줄 알았는데 더욱 헷갈리기만 한다. 일단 오늘 고민은 여기까지. , 외할머니가 오늘 나한테 남자친구 언제 데려올거냐고 물으셔서 할머니가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세요라고 대답해버렸다. 되바라진 대답였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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