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자신만이 옳다고 여기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매사에 까다로웠다. 특히 음식에 관해서는 더욱 그랬다. 부인이 만들어준 음식은 물론이고 자식들이 맛집이라고 데려간 음식점에서도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은 뒤 나름의 품평을 하는 것이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음식이 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노인이 외식을 하자고 말하면 자식들은 서로에게 아버지를 모시고 가라며 떠밀기 일쑤였다. 오직 한 사람, 그의 부인만이 40년이 넘도록 그의 비위를 맞추어주었다. 대부분의 자식들이 그렇듯 이 집안의 자식들도 어머니의 인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들른 노인은 자신이 당뇨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도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던 자신이 왜 당뇨에 걸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홀로 생각에 잠긴 노인은 전라도 토박이인 아내가 만든 음식의 간이 너무나 세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 노인의 음식 투정은 더욱 심해졌다. 아내가 평소 노인이 좋아하던 장아찌를 밥상 위에 올리는 날이면 "날 죽일 셈인가"라고 말한 뒤 숟가락을 탁-소리가 나게 밥상 위에 던지고 돌아앉곤 했다. 한평생 남편의 성격에 기를 죽이고 살아온 아내의 분노가 쌓이기 시작했다.

노인이 등산을 다녀온 날이었다. 고된 산행에 지친 나머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노인은 마루에 쓰러졌다. 아내가 노인을 발견하고 그의 이름을 불러도 일어날 줄을 몰랐다. 다급해진 아내는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라고 했다. 포도당 주사를 맞히고 나서야 노인의 의식이 돌아왔다. 기운을 차린 노인은 다음날 병원밥을 한 숟갈 떠먹더니 쌍시옷이 들어가는 말을 내뱉으며 숟가락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괜시리 아내에게 반찬 투정을 하는 노인이었다. 아내는 앰뷸런스를 부른 내가 병신이지, 라며 식판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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