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5'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년 8월 25일의 일기 2015.08.25
  2. 오늘까지 읽은 두 책 2015.08.25

2015년 8월 25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8. 25. 14:40

요즘 들어 독자가 아닌 작가의 관점에서 글을 읽게 된다. 세상에는 여러 글이 있다. 그중에서 내가 끌리는 글은 솔직한 자기 고백형 글이다. 내가 솔직한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놈의 자기 검열 때문이다. 최근 알게 된 어느 블로거의 일기를 읽고 카타르시스 비슷한 걸 느꼈다. 내가 그라면 숨기고 싶었을 내용까지 기름기를 쫙 뺀 담백한 문체로 담담히 적었더라. 백지만 보면 불편해하는 나의 문제는 내 글이 솔직하지 않은 데 있는 것 같다.

요즘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취업을 재촉하는 엄마의 말에도 알았다고만 대답하고 띄엄띄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며칠 전 일기에서도 썼듯이 관심가는 이성이 생겼는데 그를 따라 나도 평생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삶에서 돈이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왔던 나였는데, 정작 홀로서기를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속한 시민단체에서 알게 된 분의 소개로 청소년수련관 단기 계약직에 지원했다. 한달에 150만원을 벌게 되니 네 달이면 600만원이다. 이 돈으로 내년 2월까지 토익을 최소 800점 이상으로 만들어놓고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알바를 한 게 후회된다. 분명 얻은 게 있겠지만 내겐 기회비용이 더 컸던 것 같다. (공부란 때가 있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돈 걱정만 없다면 평생 공부만 하며 살고 싶다. 지금이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도 공부에 쉬이 집중하기 어렵다. 고민이 많아서다.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밥벌이를 못하고 있는 내 상황이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지만 이 블로그에 비밀글로 적었듯이 내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다독이 중요하다는 말에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책만 읽고 있다. 글읽기는 쉬워졌는데 글쓰기는 아직도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아마 나만의 주관 없이 글을 읽기 때문에 남는 게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평생 공부와 작가가 되는 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뭐가 되었든 경제활동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선택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취업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는 과를 선택해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곪아터진 나. 처음부터 천천히 원하는 바를 향해 노력했다면 지금처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거다.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낳는 일에 대해서도. 예전 남자친구와 출산에 대한 문제로 싸웠던 게 생각난다. 나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남자친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나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나를 닮은 아이를 낳는다는 게 싫었고 내 성격과 비슷한 존재가 태어난다는 게 끔찍하게 싫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기도 하고, 남편 될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쪽이다. 남자친구도 없는데 이런 생각하는 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일기가 되어버렸다. 나를 솔직히 비워내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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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읽은 두 책

from 기록 2015. 8. 25. 13:49

-김애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비행운’을 읽었다. 비행운(飛行雲)은 항공기가 남기는 가늘고 긴 구름을 뜻하는 말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을 읽고 나면 책의 제목이 飛行雲이 아닌, 非幸運으로 읽힌다.

가장 가슴이 먹먹했던 단편은 ‘서른’이다. 20대 여대생 ‘수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전 남자친구의 말에 속아 다단계 피라미드에 빠져 자신의 제자까지 끌어들이고 만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수인의 처지와 지금의 내 상황이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갔다. ‘서른’을 제외하고도 ‘너의 여름은 어떠니’, ‘벌레들’, ‘물 속 골리앗’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아슬아슬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고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내가 작가라면 어떻게 썼을까 상상하면서 읽었을 때 가장 인상깊은 단편은 ‘벌레들’이다. 사소한 주제로 긴장감을 높이는 전개가 좋았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50대 중반 여성의 하루를 그린 ‘하루의 축’은 인물 설정과 문제의식이 좋았다.

 

-이병률 작가의 여행산문집, ‘바랍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었다. 작가가 세계 100여국을 여행하며 직접 찍은 사진과 글로 엮은 책이다.

네이버에 ‘이병률’을 검색하면 ‘이병률 결혼’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보인다.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작가에게 매력을 느낀 여성 독자들이 검색한 결과인 듯싶다. (정작 이병률 작가는 독신주의자라고 한다.)

수필에는 글쓰는 이의 감성과 생각이 오롯이 담길 수밖에 없다. 내가 본 이병률 시인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MBTI로 따지면 INFP 유형이 아닐까 싶다. 당신이 이병률 작가의 팬이라면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특유의 감정 과잉이 부담스러웠다. 차라리 산문을 시로 압축해서 썼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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