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478건

  1. 생일 유감 2008.12.05
  2.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 2008.12.03
  3. saint tail 2008.11.29
  4. 248p. 2008.11.28
  5. 성격심리? 글쎄.. 2008.11.27
  6. 찌질 2008.11.17
  7. 헐리우드 최고의 파트너 쉽 2007.12.30
  8. Jonathan Rhys Meyers 1 2007.12.27
  9. 그대의 차가운 손 2007.12.22
  10. ㅇㅇㅇㅇㅇㅇ 2007.12.15
  11. 전공 그리고.. 4 2007.11.30
  12. 851128 3 2007.11.28
  13. 섹스북 2007.11.24
  14.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미스터 주부퀴즈왕> 2007.11.16
  15. 아이들에게는 반말이 당연한 것일까 1 2007.11.13
  16. 넌 누구 편인데? 2007.11.06
  17. quizshow! 2007.10.29
  18. 멍충이 2007.10.16
  19. 평가절하?평가절상? 1 2007.10.12
  20. 좋은곳으로 가길 2007.10.06

생일 유감

from 기록 2008. 12. 5. 18:40

11월 28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아무 언급 없이 어물쩡 넘어가는게 스스로한테 미안하다.
나름대로 큰 일(?)도 있었고 할 말이 목구멍까지 가득하지만
시험 기간인 관계로 일단은 여기서 보류.

물론 마음이 변하여 고백이 내키지 않게 된다면 이 글은 여기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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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

from 기록 2008. 12. 3. 18:02












블로그 스킨도 올블랙으로 수정하고픈 마음이 굴뚝았같지만 가독성 때문에 흰색으로 내버려뒀다.
사실 흰색은 내가 두번째로 집착하는 색이지만ㅋ
만약 Black & White를 디자인 컨셉으로 잡은 포털이 있다면,
검색이 거지같아도 난 그 사이트만 이용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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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tail

from 기록 2008. 11. 29. 23:21
드디어 이 노래의 제목을 알아냈다.
saint tail
몇년전에 우연히 놀이공원에서 이 노래 듣고 제목을 몰라 이마만 치고 있었는데
천사소녀네티에 나왔던 노래라니 헐이다 진짜. 왜 몰랐지?

현실도피용 BGM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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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p.

from 기록 2008. 11. 28. 18:42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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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심리? 글쎄..

from 기록 2008. 11. 27. 00:08
MBTI, MMPI 검사를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답답하다. 이들은 엄마와 싸웠는데 어떻게 화해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지 않고, 저는 INFP인데 ESTJ인 엄마와 싸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묻는다. 물론 MBTI 검사가 타로 나부랭이나 사주보다는 훨씬 성격을 맞추는데 가깝겠지만, 이들은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속단하고 구분짓는게 얼마나 위험한지 정말 모르는 걸까. 그래도, 어쨌든, MBTI 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MMPI는? DSM 분류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에서 제외된 것은 DSM-III부터다. 여전히 트렌스젠더는 DSM-IV에 포함되어 있다. 도대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뭘까? 프로이트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대체할 이론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도나도 프로이트를 외치고 있는거 아닌가? 무의식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나? 성격 심리학 대부분의 이론을 신뢰하기가 힘들다. 물론 성격 심리학 이론들이 완전히 허황된 헛소리는 아니겠지만 학습심리학이나 인지심리학에 비한다면 더더욱 믿기도 힘들고, 믿고 싶지도 않다. 좀 더 까고 싶지만, 아는게 부족해서-_- 일단 여기서 보류. 쓰다 보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MBTI, MMPI 결과를 보고 맹목적으로 본인의 성격을 끼워 맞추지도, 남을 판단하지도 말자는 거다.

아.. 쓰고 나니 뭔가 솔직하지 못한 것 같아서.
솔직히 말하자면 누구 때문에 열받아서 쓴 글이다. 도대체 왜 나한테 빙의 얘기 따위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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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

from 기록 2008. 11. 17. 20:12

2008년 1월 1일에 글을 쓴 이후로,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블로그에 들어오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들어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사소한 글이라도 싸지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찌질하게 이전에 쓰던 글 다 지우고 주소도 바꾸고 이름도 바꾸고 나서야 마음 편히 글을 쓴다.
확실히 익명이 편하긴 편하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쓰던 글 싹 지우거나 비공개로 돌리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
정말 찌질하고 사춘기 소년소녀 같이 철이 덜 들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딱 그 꼴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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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최고의 파트너 쉽

from 기록 2007. 12. 30. 00:18
헐리우드 최고의 파트너쉽



요약하자면,

킬빌의 클로징 타이틀에 ‘created by Q & U’를 넣을 정도로 우마서먼을 아끼는 타란티노의 애정, 팀 버튼이 땅돼지와 섹스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는 조니뎁, 재벌가의 합병과도 같은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의 파트너쉽, 대학시절 룸메라는 인연으로 시작된 웨스 앤더슨 - 오웬 윌슨과의 오래된 우정, 크리스천 베일의 우울하고 고독한 가면을 이용해 신경쇠약 직전의 히어로를 만들어낸 크리스토퍼 놀란, 금발의 아가씨(스칼렛 요한슨)와 백발의 할아버지 감독(우디 앨런)과의 농담따먹기, 피트의 야수성을 일깨워 그가 "타일러 더든은 내가 경험한 최고의 캐릭터"라 단언케 한 데이비드 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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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Rhys Meyers

from 기록 2007. 12. 27. 23:05
어거스트 러쉬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써내려가다가 그냥 싹 지워버렸다. 감동이 떼거지로 밀려온다는 이 영화를, 천재의 비범함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소인배 둘이 극장에 나란히 앉아 보고 왔더니 달리 쓸 말이 없다. 천재는 똑같은 걸 보고도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거든요. 당신들과는 다르죠? 뭐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라일라와 조나단의 스토리는 지겹도록 뻔히 보아 왔던 것들이고, 이 작위적인 설정들은 마지막에 세 사람이 모두 모이는 장면에서 극치를 달려 감동을 깎아버렸다. 아 닭살..

그래도 소인배 둘이 씨익 웃으며 극장문을 나선건 순전히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때문이었다. 낯이 익다 했더니 역시 매치포인트에서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로 나왔던 아저씨였다. 벨벳 골드마인, 미션 임파서블 3, 매치포인트, 알렉산더 기타 등등에 출연, 은근 얼굴이 익은 양반이다. 햑햑.
얼마전 공항에서 술먹고 꼬장부리다가 체포됐다는데 얼른 자중하시고 알콜 중독에서도 빨리 벗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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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from 기록 2007. 12. 22. 11:43

결국 가면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가면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 뿌듯해하고 자랑스럽게까지 여겨왔다.

1983년에 거식증으로 인한 급작 심장마비로 사망한 카펜터스의 보컬, 카렌 카펜터가 생각났다.


내가 알게 된 것이란,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인내한다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해낼 수 있으며 -소화해내야만 하며- 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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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ㅇㅇㅇ

from 기록 2007. 12. 15. 14:35
노동경제 - 당황
환경경제 - 흥분
외환론 - 좌절
미시 - 실신
......삼수강?

시험 망친거 보다 더 슬픈 일은 ㅈㅅㅎ 교수님이 내년에 안식년 신청하셔서 교수님의 경영경제전략을 들을 수 없다는 거다. 강의평가에 '교수님연구년가지마세요ㅠㅠ'라고까지 적어서 냈는데...... 교수님 가시면 휴학할거라는 학생도 있던데 교수님은 아시려나 모르겠다. 시험지 제출하면서 다음 학기때 뵙자고 웃으며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이전의 말실수도 있고, 난 교수님 앞에만 가면 성적 때문인지 어색해지기 때문에 언제 오시는지만 묻고 꾸벅 인사드리고 왔다. 우리과에 아는 사람만 많다면 한학기동안 수업 잘 들었다고 따로 파티라도 열어드리고 싶은 심정인데, 현실은-_-;; 내가 시험 못 봤다는 사실보다 그렇게 열심히 가르쳐 주셨는데도 공허한 내 시험지를 보시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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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그리고..

from 기록 2007. 11. 30. 23:04

어제 경제과 진입생들과 고학년들을 위한 취업 설명회가 열렸다. 작년에 취업 설명회를 듣고 와서 글을 남겼지가 엊그제 같은데 그새 일년이 흘렀다.

일년 전에는 소위 잘나가는 선배들의 강연을 들으며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고, 열심히만 하면 뭐든지 될 것만 같았다. 내가 그토록 미워하던 경제학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 계기였다. 덧붙여 거기엔 경제학을 공부하면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몹쓸 허영심도 들어있었다. 물론 선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정말 좋았다. 하나같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어제 선배들의 학부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청난 괴리감을 느꼈다. 거의 대부분의 선배들이 학부시절을 추억하며 자신있게 '전 경제학이 정말 좋았어요.'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기 때문인데, 순간 아찔했다. 머리속이 하얗게 되면서 도대체 그동안 뭘 했지, 하는 생각부터 난 죽어도 경제학을 좋아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까지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어제 설명회가 끝난 뒤 타과 친구들에게 경제학과라 좋겠다, 부럽다는 말을 수도없이 들었지만 난 패닉 상태로 집에 돌아갔고 결국 잠까지 설쳤다.

내게 경제학이란 징글징글하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악몽으로 시작하여 남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어려운 학문을 배운다는 허영심으로 변질, 하지만 좋아하지 않아 공부에 게을러졌으며 이제와서 버리긴 아깝고 계속 하자니 지지부진한 상태로 남아있는 계륵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어제 같이 강연을 들은 친구들에게 이러저러한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그럼 니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뭐냐고 물어봤고, 난 말문이 막혀버렸다. 대책없는 청춘이어라. 남은 시간동안 전공과 친해질 수 있을까. 일단 좋아하는 일, 잘 할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찾으면 내 인생의 목표도 조금은 뚜렷해지겠지
성적이 안나와서 그렇지-_- 미시 배울 땐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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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128

from 기록 2007. 11. 28. 18:27

쌍둥이였다고 한다. 결국 세상의 빛을 본 건 나 혼자지만, 가끔 일년에 한번 돌아오는 오늘같은 날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내 피붙이가 살아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본다. 내게도 오빠나 언니가 있으면 힘들 때 어리광도 부리고 생일이면 선물이라도 사달라고 졸랐을테지만, 현실적으로 난 누군가에게 투정 부릴 성격도, 처지도 아니라 가끔은 힘들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좋아하는 일을 미친듯이 하고 있을거라 상상했다. 하지만 한참 젊은 나이에 불만만 많아서 투덜거리고 빈둥거리는 나를 생각하니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 같아 한숨이 나오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이는 요즘인데. 오늘 아침 자다 깬 목소리로 전화해서 아침은 먹었냐고 묻는 엄마 목소리 들으니까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들이 섞여서 울어버렸다. 전공 수업 중에 계속 전화가 와서 참다못해 강의실 밖으로 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뜸 싸가지없이 '왜 전화했어요?'라고 묻는 못난 딸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역시 우리 엄마밖에 없을거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다. 이런 간단한 말도 직접 못하는 못난 딸 낳느라 고생 많이 하셨고, 속도 까맣게 타셨을 거란 거,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는다. 앞으로도 내가 얼마나 더 엄마 속 태울지 모르겠지만 부디 몸 건강히 편히 사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조금씩 철이 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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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북

from 기록 2007. 11. 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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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야하다구요?
하지만 우리는 숱한 경험을 통해 정작 이러한 책들은 야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에는 노란 책등에 검정 글씨로 커다랗게 '섹스북'이라 쓰여 있는 책을 보자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고, 이 책을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죠. 지금 생각하면 책을 읽는다는 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섹스’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이 책을 공공 도서관이나 지하철에서 읽기를 꺼린 것 같습니다.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고요. 물론 책 내용은 흔히들 상상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왜 당당하게 이 책을 지하철에서 읽지 못했을까요. 아마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섹스'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상당히 이중적이고,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 왔기 때문일겁니다.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혹시나 해서 뒷 페이지를 살펴 보았지만 역시나 목차가 없습니다. 목차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저자 권터 아멘트의 재미있는 변명이 들어있어요. “재미있을 것 같은 부분만 골라서 읽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차를 만들지 않았지요. 모든 주제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이 책은 의미가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자위, 섹스, 오르가즘, 피임 모두 중요한 성지식이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 필요한 것들은 가르쳐주지 않고 남학생과 여학생을 다른 분반으로 나누어 선생님 앞에서 순결서약을 하거나 배란일 계산법을 알려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르가즘이 어디서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콘돔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는 정작 알려주지 않았다. 한참 성에 대해 궁금할 시기에 정작 필요한 성지식을 알려주지 않자 친구들끼리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야한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왜곡된 성의식을 키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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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노동경제학에서 다루고 있는 이론이 들어간 영화를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과제 주제를 받자마자 생각난 영화들을 손꼽아보자면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나 풀몬티(Full monty),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이미 시중에 경제학과 연결지어 잘 설명한 책이 출판되어 있는 만큼 다루고 싶지 않았고, 기왕이면 가까운 미래에 여성인 내가 실제로 겪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다룬 영화를 찾고 싶었다. 내가 찾은 영화는 바로 2005년에 개봉한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이다. 노동경제학의 이론들을 중심으로 영화에서 다루는 갈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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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명문대를 졸업하고 핸섬하며 친절하기까지 한 남자가 있다. 주부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이 남자의 직업은 놀랍게도, 전업주부다. 전업주부 진만(한석규)은 원래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파업으로 해고당한 후 방송국에서 일하는 아내 수희(신은경)를 내조하며 딸 다나의 육아를 책임진다. 말로는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지만, 진만은 주부 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문제는 장인의 수술을 위해 수희가 들었던 적금을 깨고 보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친목계에 들었다가 그만 돈을 날려버린 것. 진만은 이웃 아줌마들과 계를 하다가 계주가 돈을 들고 튀는 바람에 빈 돈을 채우려고 퀴즈 대회에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스타가 되고 돈이 생긴 건 좋은데, 그 때문에 부부생활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갈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줄기는 명문대를 졸업한 멀쩡한 남성이 앞치마를 두른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통념이다. 아내 수희는 남편 진만이 ‘주부’의 자격으로 주부 퀴즈왕이라는 퀴즈쇼에 나가 우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워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의 신분으로 남편을 직접 인터뷰할 때조차 진만씨, 라고 말하며 남들에게 앞치마를 두른 이 남자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숨긴다. 우연히 TV를 지켜보던 남성들도 진만에게 손가락질하며 남자 망신시키지 말라고 욕한다.

비현실적인 영화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가사일을 도맡은 남성의 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육아 또는 가사 활동을 하는 남자는 모두 15만1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가사 활동을 하는 남자는 14만6000명이고, 육아 활동을 하는 남자도 5000명이었다. 이는 2003년 남자 전업주부 10만6000명(가사 10만3000명, 육아 3000명)보다 42.5%나 늘어난 수치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남성의 수가 늘어난 것은 최근 전문직 여성의 증가로 남성에 비해 높은 수입을 올리는 여성이 많고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 관계에도 변화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육아 가사 활동을 하는 남성이 급증한 데 비해 지난해 육아 가사 활동을 하는 여성은 662만2000명(육아 150만4000명, 가사 511만8000명)으로 2003년 655만2000명(육아149만9000명, 가사 505만3000명)에 비해 1.1% 증가하는 데 그쳐 큰 변동이 없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수희는 이미 노동공급과 관련된 두 가지의 주요한 선택을 한 셈이다. 바로 경제활동 참여를 할 것인가의 여부, 경제활동 참여시 근로시간의 배분이 그것이다.

누가 앞치마를 두를 것인가

영화에서는 남편 진만이 전업주부를 선언했고, 수희 본인도 일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수희는 특별한 갈등 없이 노동시장에 발을 내딛게 된다. 하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가 생기기 이전보다 불가피하게 육아를 위해 가정에 있는 시간의 가치가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일을 하고 누가 가사를 담당하는 것이 좋을까.

경제학에서의 ‘특화’ 개념을 생각하면 된다. 특화(specialization)란 어떤 생산주체가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만을 생산하거나 혹은 특정한 생산활동에만 전념하는 것을 뜻한다. 남편과 아내 중 분명 상대적으로 가사나 육아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테고, 그 사람이 가사노동을 특화한다면 가정에서 급한 일이 일어났을 때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로 부부가 노동시장에서 받게 되는 임금의 비교우위를 따져 누가 앞치마를 두를 것인지 결정할 수도 있다. 평균적으로 여성들의 임금은 남성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사회화과정(socialization) 때문에도 아내들이 역사적으로 남편들에 비해 육아에 더 생산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아내의 임금이 그녀의 남편보다 낮고 여성이 육아에 더 생산적이라면 아내가 육아의 주책임을 지게 될 때 가정 전체는 시장재를 덜 포기하고 육아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영화에서 가사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진만은 아내보다 가사나 육아에서 얻는 효용이 더 크고, 수희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도 최적의 선택이라 볼 수 있겠다.

이제 수희의 입장에서 근로와 여가시간의 배분에 대해 살펴보자.

경제학에서는 근로자가 가능한 근로시간-여가시간의 선택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는 근로시간을 선택을 한다고 가정한다. 여기서 임금과 근로자의 근로시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노동공급선이 도출된다고 하는 것이 근로시간의 선택에 대한 노동-여가 선택모형의 기본 아이디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근로시간의 결정은 본인의 의사보다도 어떤 직장을 선택했을 때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대부분의 경우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선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위의 모델에서도 개인의 노동공급이 다른 사람들과 독립적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한다. 프리랜서와 같은 직업에서만 근로와 여가시간의 배분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수희는 불규칙적인 직업 관계상 유치원에 다니는 딸 다나를 자주 보지 못하고 새로 맡은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저조한 관계로 직장에서 잘리게 될까봐 고민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남녀의 성별 역할만 바뀌었을 뿐이지 전형적인 기혼 직장인의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근로시간과 여가시간을 조정하기는 힘들다. 누군가는 수희에게 근로와 여가의 배분이 보다 탄력적인 part time job을 가지라고 충고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part time 근무가 선진국들만큼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근로시간을 원하는 수준으로 근로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더욱 제한되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근로자의 직장선택에서 근로시간을 포함한 고용형태의 선택은 몇 개 안되는 풀타임과 파트타임 가운데 선택하거나 혹은 풀타임 취업의 기회는 없는 상태에서 파트타임 직장을 선택해야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 이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본다. 일단 정규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에게는 사내에 보육기관을 설치해 여성이 회사에서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정에서는 보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면 양육 문제로 인한 이직률도 낮추어 기업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LG CNS는 육아지원전문 사회복지법인인 한솔교육희망재단과 함께 임직원들에게 육아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정부나 회사에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하면 전문적인 재교육의 기회를 무료로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재취업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장르가 코미디인만큼 이 갈등을 교묘히 부부간의 사랑, 집안일 하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로 코믹하게 덮어놓았지만 본질은 직장 여성이 겪는 문제에 있다고 본다. 솔직히 이 두 사람의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과정은 좀 불공평하다. 진만이 주부 퀴즈쇼에서 2주 연속 우승하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 수희는 직장에서 잘릴 위기를 겪으며 자신에게 추근대는 PD로부터 고통받는다.

영화 속 갈등은 한문제만 맞추면 삼천만원의 상금을 얻을 수 있는 스피드 퀴즈에서 진만과 수희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싱겁게 해결된다. 물론 그 닭살스러운 행동을 하느라 마지막 문제는 풀지 못했지만 말이다. 사랑의 가치가 삼천만원이 넘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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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인터뷰 방식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성 질문자는 줄곧 아이들에게 반말을 하는데 그리 친절한 말투도 아니다. 특히 혼자 서울에서 야구를 배우고 있는 아이를 인터뷰할 때 문제가 많았다.

낡은 운동화를 클로즈업하며 새 운동화 사고 싶지 않냐고 묻자 아이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자 다시 다른 애들의 운동화가 부럽지 않냐고 묻는다. 이번에도 아이는 야구만 할 수 있으면 좋다고 말한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질문을 전혀 애정이 담기지도 않은 말투로 묻는 것은 적절한 연출 방법이 아니었다.



원문 : 어린이들의 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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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 편인데?

from 기록 2007. 11. 6. 23:14

어제 학교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총장이 다시 업무를 복귀하러 학교에 오는 아침, 총장을 환영하는 쪽과 총장이 오는 것을 반대하는 쪽이 교문 앞에서 팽팽히 맞서 있었고, 교문을 지나가는 길에는 내가 아는 몇 분의 교수님이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계셨다. 난 그날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전부 수업이라 교문 밖 상황이 어떤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수업 듣는 내내 총학측에서 마이크로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직접 본 친구들 말로는 그날 아침 이상한 외부 단체들이 와서 학교 앞에 대치하고 서 있어 전경까지 와 있었다고 하던데.

외부 사람들이 뉴스에 나온 기사만 본다면 총장이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우리 학교가 오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여기에는 외부인들은 모르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총학과 교수협의회, 교수노조, 교직원노조, 이사회가 각자의 사리(私利)에 맞추어 총장 반대, 찬성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동상이몽이라고나 해야할까. 당연한 말이지만 총장의 복귀를 반대한다고 해서 다 같은 입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교수님들 입장도 다양하다. 진심으로 학생들 입장에 서서 총장 찬성, 혹은 반대를 외치는 교수님들이 있는가 하면 밥그릇을 지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뛰어나온 극소수의 교수들도 있다. 불행하게도 전자와 후자의 입장이 같은 경우가 생기고, 학생들은 헷갈린다. 물론 나도 헷갈린다. 친구들이 넌 누구 편이냐고 물어올 때마다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개인적으로는 총장이 리더십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이 탐탁치 않지만, 총장을 쫓아내려는 교직원노조와 총학의 목적이 뻔히 보이는데 겉으로는 우리학교 학생 전체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걸 보면 참... 특히 총학생회는 작년 부정선거 사건은 해명없이 덮어두고 어떻게 학생의 입장을 대표하겠다는 건지. 지금 나와 같은 다수의 학생들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만 해도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전공 수업을 들으며 네 분의 교수님의 짧은 코멘트를 들었는데 조금씩 의견이 다르시다. P교수님은 의견이 있으면 직접 나서서 움직이라고 말씀하시는 반면, 나머지 세 분은 소신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나서지 말고 일단은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수업이니 절대 수업에 빠지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다. 나야 뭐 이렇게 수수방관 하고 있지만 교수님들과 학생들과의 미묘한 이런 분위기가 정말 싫다. 어제 외환론 수업을 듣던 과대가 휴대폰이 계속 울리자 나가서 전화받으려 하다가 ㅈㅅㅎ 교수님을 자극-_-했는데 하필 그것이 P교수님의 전화였고, 결국 ㅈㅅㅎ 교수님께서 직접 과대의 휴대폰을 받아서 나 ㅈㅅㅎ 교수인데 누구십니까. 수업시간에 학생에게 전화걸면 되겠습니까,라고 냉정하게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덜덜덜

이 모든 사태가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끝나긴 끝나겠지만 내가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가 조용한 날이 없으니 참 답답하다. 같은 학생들끼리 교문 앞에서 몸싸움 하는거 정말 싫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보기 싫은건 수업 휴강하면서 강제로 학생들을 동원하는 교수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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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zshow!

from 기록 2007. 10.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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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모니터 앞에서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져본 e청춘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제 자신의 젊은 시절이 모델 20대의 고립·빈곤 형상화 했죠'


“출구없는 20대들 막막한 삶 그렸다”

현실이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은 무의미한 것들에 집착한다. 민수는 햇빛이 들어오는 창을 선택하지 않고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를 선택한다. 그래 역시 세상물정 모르고, 게으름과 자존심 비슷한 허영심까지 충만한 사람이라면 더욱 무의미한 것들에게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지. 맞어, 이거 완전 우리 얘기잖아? 무릎을 치며 읽다가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런데 너는 전화도 하지 않고 그 흔한 문자메시지 하나 없이 잠적해버렸어. 그 이틀 동안 나는 정말 신화 속의 오르페우스 처럼 내 마음의 지옥을 헤맸다구.'
과연 서울에서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는 이십대가 몇이나 있을까. 뭐 존재 할 수도 있겠지. 퀴즈를 좋아하는 대학원생이니까. 그런데 내 주위에 있는 대학원생들 중에 사이먼 싱의 <코드북>을 읽었고, 지금 당장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줄리 런던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인지를 한번에 알아채고, 자신이 차버린 여자친구와 대문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힘싸움을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에 비유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가난하다고 해서 문화적 소양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이건가.


딱딱한 고시원 침대위에 누운채 라디오를 들으며, 라면을 먹다가 뒹굴뒹굴거리며 단숨에 읽어버렸다.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하고 무엇하나 확실한 게 없다. 그저 졸업이라도 하기 위해 토익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자격증에 올인하며 시험이라도 망치는 날엔 비굴한 웃음을 짓고 교수님을 찾아가는게 내 또래 애들이다. 나로써는 그래프와 교과서의 숲에서 벌이는 이 전투가 과연 언제 끝날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젊으니까 뭐 ㅋ

책 뒷표지의 '청춘의 찬란한 빛이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기를'이라는 글귀를 읽고 나니 한결 유들해진 김영하 아저씨가 어깨를 툭툭 치며 괜찮아, 이십대에는 누구나 그런 법이지. 기운내라구. 니 탓이 아니야, 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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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충이

from 기록 2007. 10. 16. 22:29
외환론 듣고 나오는데 내가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ㅈㅅㅎ교수님이 뒤에 계셔서 인사를 했다. 딱히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 교수님과 아무말 없이 계단만 걷고 있는데 교수님이 너가 사학년이었던가?라고 물으시길래 아니라고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멋쩍어하시며 아 요즘 왜 이렇게 기억력이 안좋지? 하며 머리를 긁적이셨다. 교수님은 분명 나를 잘 모르실텐데, 내게 수업 이외의 말씀을 하셨다는 데에 솔직히 놀랐다. 어쨌든 요새 교수님 답지 않게 건망증이 생긴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차였지만, 겉으로는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늙으셔서."라는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경직된 표정과 함께;

분위기는 상당히 싸해졌고 교수님과 인문관까지 걸어가는 십초가 정말 십년같았다. 너 그게 무슨 말이냐, 타박이라도 하시면 차라리 덜 난처했을텐데 아무말씀이 없으셔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이 말을 어떻게 해명해야 될 지 난감했다. 교수님이 그래 먼저 가봐라, 하시길래 인사드리고 결국 난 내 갈길 갔다. 교수를 자기 친구처럼 아는 싸가지 없는 학생이라 생각하실까봐 겁난다. 근데 이걸 또 굳이 찾아뵈서 해명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평소에 교수님과 친분도 없어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ㅈㅅㅎ교수님한테 나쁜 인상 심어드리고 싶지는 않은데 이걸 어쩐다... 입을 꿰메버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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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절하?평가절상?

from 기록 2007. 10. 12. 18:47

언론에서 환율 어쩌고 하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평가절하(devaluation), 혹은 평가절상(revaluation)'인데, 사실 이건 틀린 말이다. devaluation이나 revaluation은 고정환율을 채택한 나라에서 쓰는 용어다.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depreciation/appreciation(한글로 고치면 가치하락, 가치상승 정도?)을 써야 옳다.
경제부 기자들이 이걸 모를리는 없을테고,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_-
결국 이유는 평가절하, 평가절상 이라는 말이 멋있어보여서?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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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곳으로 가길

from 기록 2007. 10. 6. 12:43

어제 우리학교 학생 하나가 자살했다.

7층 높이의 옥상에서 떨어졌다. 설마 죽을까 했는데... 가방 안에서 유서까지 발견됐다는 걸 보니 확실히 각오 하고 뛰어내렸나보다. 다행히 금요일이라 학교에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수업끝나고 식당가려던 학생들이 보고 점점 몰려들어 북적거리는데도 경찰들은 감식반을 기다리는지 시체는 치우지도 않고, 흔히 보던 출입금지 띠조차 두르지 않았다. 내 옆에 서있던 경찰 아저씨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나도 저만한 아들 하나 있는데…, 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 모든 상황 자체가 너무나 익숙한 클리셰;라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양 다리가 밖으로 꺾이고 팔이 접힌 그로테스크한 시체를 본 순간부터 오늘까지 계속 기분이 이상하다. 그 학생에게 죽음보다 무서운게 무엇이었길래 수업을 앞두고 옥상으로 올라갔을까. 하필 사람많은 학교 건물에서 떨어져 죽은걸 보면 애들이 많이 알아봐주길 바랬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시체를 보기 십분전, 국제회의실에 걸린 현수막을 내다볼때만 해도 시체가 없었는데 그냥 그때 시선을 조금만 틀어 숭인관 옥상을 바라보았다면 목숨하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든다.
차가운 돌바닥을 바라보며 뛰어내릴때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무쪼록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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