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해당되는 글 427건

  1. 정치성향테스트 결과 2016.09.27
  2. 최악의 하루 2016.08.26
  3. 나의 이상한 점 2016.08.10
  4. 글쓰기 모임을 2016.08.10
  5. 휴가 2016.08.08
  6. 미용실에서 2016.08.08
  7. 반성문 2016.07.12
  8. 2016년 5월 23일 4 2016.05.24
  9. 불안 2016.01.02
  10. 외할아버지께서 2015.12.25
  11. 오늘 한 일들 2015.12.10
  12. 벙개 2015.12.08
  13. 생일 8 2015.11.28
  14. 근황 2015.11.23
  15. 2015년 11월 15일의 일기 2015.11.15
  16. 2015년 11월 11일의 일기 2 2015.11.11
  17. 2015년 11월 9일의 일기 2015.11.09
  18. 2015년 10월 15일의 일기 2015.10.15
  19. 2015년 10월 7일의 일기 2015.10.08
  20. 2015년 10월 5일의 일기 2015.10.05

정치성향테스트 결과

from 기록 2016. 9. 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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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하루

from 기록 2016. 8. 26. 15:46


단편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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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한 점

from 기록 2016. 8. 10. 22:05

동인천 급행 열차를 타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사람이 많아 출입문에 바짝 붙어 서 있었는데 문득 왼쪽 발가락이 부러졌던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곧이어 출입문 사이에 발이 빠지거나 신발 한 짝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출입문 사이에 내 머리카락이 끼어 두피가 벗겨지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까지 도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제 TV를 통해, 놀이기구에 머리카락이 끼어 두피가 벗겨진 아이의 사진-모자이크로 처리한-을 보아서인가보다.) 두피가 벗겨지는 대신 목숨이라도 건지면 다행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목적지에 이르렀다. 어릴적부터 공사장 근처를 지나면 철근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질 것만 같아 무서웠고 성인이 된 지금은 전철이 덜컹거리며 한강을 지날 때마다 겁이 나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려 애쓴다. 사소한 일에서 최악의 사태를 상상한다. 나도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지금도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구나. 무언가 중요한 일에 대한 고민을 사소한 걱정으로 덮어버리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작년 말에는 북한이 남한에 핵을 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쓰고보니 범불안장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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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을

from 기록 2016. 8. 10. 11:46

몇 달간 쉬기로 했다. 인풋이 부족하여 글이 써지지 않는 것 같아 모임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모임에 합류하고 싶다는 식으로 모임장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글쓰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워낙 좋고, 한 번 그만두면 다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망설였는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모임장이 쓰면서 쉬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결국 그만두겠다는 말을 번복하고, 모임을 몇 달 쉬겠다고 했다. 가족들은 왜 그만두지 않느냐고 묻는다. 능력이 부족한데 모임을 그만두지 않는 것도 욕심일지는 모르겠으나, 글쓰기만큼은 욕심 좀 부려보려고 한다. 더위가 풀리면 일단 책부터 많이 읽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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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from 기록 2016. 8. 8. 14:27

책도 안읽고 글도 쓰지 않은 채 휴가를 보냈다. 엄마와 여동생과 동네 맛집 투어를 했다. 밥먹고 스타벅스 가고. 밥먹고 스타벅스 가고. 이걸 사흘이나 반복했더니 솔직히 지루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의미를 두어야겠지만 솔직한 내 마음은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 걸.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안되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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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from 기록 2016. 8. 8. 14:18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다. 펌이 풀린 머리카락이 보기 싫어 볼륨 매직을 해달라고 말했다. 원장이 내 머리를 만지며, 머리카락이 푸석하니 영양 서비스를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가격은 오만원. 내 벌이 수준에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사양했다. 곧 수습생이 왔고, 원장은 수습생에게 미용 기술을 가르쳤다. 거기에 사족처럼 덧붙인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을 할 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해." 내가 일을 할 때에는 어떤지 돌아보게 된다. 긴장을 하지 않고 축 늘어진 태도로 설렁설렁 일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 보지만, 내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사장으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것도 일을 대하는 내 태도 때문이다. 얼마 전 엄마와 찻집에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모든 일을 할 때에는 완벽하게 끝내려고 노력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매사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내가 성인 자폐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꺼내자 모든 것을 병 탓으로 돌리려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이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완벽주의가 나를 옭아맸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긴건지 지금은 나사빠진 로봇처럼 멍하게 하루를 보내기 일쑤다. 오늘은 열 두 시간이 넘게 자고 일어났다. 무엇이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좋아하던 독서도 되지 않고.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 싶다.

다시 미용실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남자 수습생이 다가오더니 내 머리를 고데기로 펴기 시작했다. 그가 긴장하고 있는 게 느껴져 내 몸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볼 때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까. 여자 수습생은 내 머리를 감겨주며 "(아까는) 원장님 앞이라 긴장했어요"라고 말했다. 수습생들이 긴장하는 걸 보니 나도 긴장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저들은 한 달에 얼마를 받고 일을 하는 걸까, 설마 열정페이는 아니겠지'부터 시작해 남자 수습생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신경쓰며 여자 수습생에게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라고 말을 해줄걸 하는 후회까지....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손님인 내게 과일까지 대접하는 이 친절한 미용실 계산대 앞에서 카드로 결제할지, 현금으로 결제할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를 받아든 수습생과 옆에 서 있는 원장의 얼굴은 예상과 달리 떨떠름한 표정은 아니었다. 왠지 모를 안도감에 카드를 다시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고작 머리 하나 하고 왔을 뿐인데, 어려운 시험문제를 푼 것처럼 머리가 아프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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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from 기록 2016. 7. 12. 17:31

황급히 쓴 단편(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글)을 스터디원들에게 보여주고 합평을 받았다. 합평글이 총 세 개인데, 웃기지만 무서워서 하나밖에 못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얼마나 생각없이 글을 썼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평이었다. 엄마와 딸이 레즈비언인 단편이었는데, 나는 레즈비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진짜 레즈비언이 내 글을 읽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간에 쫓기며 황급히 글을 쓰니 퀄리티가 떨어진다. 평소에 독서를 게을리하고 글감을 생각해두지 않은 탓이다. 어째 일기를 반성문처럼 쓰게 되는데, 정말 반성해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어설픈 소설이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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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3일

from 기록 2016. 5. 24. 16:44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에 이소라 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적어놓았더니, 친구로부터 같이 콘서트에 가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뜸 돈 생각이 났다. 표 값 십만원이면 부모님이나 신세졌던 친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고도 남는 돈이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과 동시에 왜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나 싶었다. 그놈의 돈이 뭔지. 결국 친구 혼자 공연을 보러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친구는 공부든, 여행이든,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꼭 이루고야 만다. 나도 얘처럼 한 번 뿐인 인생,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자 싶다가도 문득 겁이 나버려 그만두어버린다. 나이를 먹을수록 익숙한 게 좋아지고 과거의 향수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난다. 새롭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게 꺼려진다. 멋있게 나이들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잘 안 된다. 부디 꼰대만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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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from 기록 2016. 1. 2. 12:03

친척들과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극심한 불안을 느꼈다. 다같이 웃고 떠드는 분위기에서 나만 스며들지 못한 채 거대한 불안에 휩싸였다. 실업에 대한 걱정에서부터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까지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적이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아무래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강렬해진 듯 하다. 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슬퍼해줄 사람들을 떠올리며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일을 그만둔 걸 일부 친척들이 모르고 있는데, 이게 밝혀질까봐 전전긍긍했던 것도 불안을 불러일으킨 요인이겠다. 친구에게 내 증상을 말하니 공황장애 같다고 하더라. 조만간 병원에 들러 의사와 상담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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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께서

from 기록 2015. 12. 25. 00:35

돌아가셨다. 월요일 저녁 10시 30분쯤이라고 들었다. 극장에서 스타워즈를 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한테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가실 줄 몰랐으니 며칠 전에 인사하러 병원에 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으로 가서 밤을 새고 다음날 문상객들을 맞이했다. 발인부터 매장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삶이 허무하다는 걸 느꼈다. (큰이모는 이제 우리 차례라는 말을 했다.) 외할아버지는 오남매를 낳으셨는데, 손자와 손녀들의 친구들까지 문상을 와서 식장이 북적였다. 아무래도 쓸쓸한 것 보다는 사람이 많은 편이 나은 듯 싶다. '내가 죽으면 누가 찾아와줄까?'부터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남은 가족들이 식을 치룬다면 쓸쓸하지는 않겠지'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자꾸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결론이 나지 않는다. 여전히 죽음이 무섭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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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일들

from 기록 2015. 12. 10. 20:04

1. 증명사진, 여권사진 찍기

2. 구청에서 여권 만들기

3. 건강검진 받기

4. 문화누리카드 충전하기

5. 도서관에서 책 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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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개

from 기록 2015. 12. 8. 00:08

글쓰기 모임 사람들과 모임이 끝나고 한 잔 했다. 여행을 다녀온 이 주 동안 글을 하나도 쓰지 못했는데, 모임에 나가 사람들의 작품 이야기를 들으며 자극을 받았다. 시시콜콜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처음으로 모여 술을 마시는데 공통의 관심사가 글쓰기다 보니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귀갓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날더러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가봐요, 라고 대답했다. 오늘부터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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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from 기록 2015. 11. 28. 21:48

오늘이 내 생일이다. 이번 생일은 순천에 있는 막내 이모네 집에서 맞이했다. 서른이 된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서른 둘을 앞두고 있다. 달라진 건 크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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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from 기록 2015. 11. 23. 19:06

송승언 시집 <철과 오크>, 채사장의 <지대넓얕>,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혁명>을 읽었다.

 

최승자의 시집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시집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의식혁명은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

지대넓얕은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어려운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것도 능력이다.

 

11월 20일부터 순천 이모집에 와 있다. 순천이라고 하니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 생각이 났다. 원래 계획은 순천에 내려와서 소설을 쓰는 것이었는데 먹고 자고 노느라 바쁘다. 소설 합평도 겨우 시간에 맞춰 제출했다. 합평을 성실하게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오늘은 순천시립도서관에 가서 소설쓰기에 관한 책 몇 권과 <글쓰기 만보>를 읽었다. 내일은 이모 명의로 된 도서대출카드로 책 10권을 빌려다 볼 생각이다. 푹 쉬면서 마음껏 읽고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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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5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11. 15. 20:23

오늘 여의도에서 J나이트 오브 컵스라는 영화를 봤다. 장황한 나레이션에서 건질 거라곤 비행기가 날아가고 주인공의 수많은 여자들이 늘씬한 몸으로 뛰노는 장면들 뿐. 감독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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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나온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는 중이다. 60년대에도 이런 감성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질투가 날 뿐이다. 김승옥 작가가 스물 두 살 때 생명연습을 썼다지. 나는 스 물 두 살 때 무얼 하고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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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와 내 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J는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살이 빠지고 머리 회전이 빨라지면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거다. 책읽기도 좋지만 당분간 죽기 살기로 운동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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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에 진전이 없다. 자료 조사도 충분치 않았을뿐더러 일주일간 하루 12시간씩 자느라 머리가 둔해진 탓이다. 치열함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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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의 작가 수첩과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완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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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1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11. 11. 19:47

동네 구립 도서관에 응모한 독서감상문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내가 읽은 책은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이라는 시집이다. 문화상품권 오만원이 생겨서 기분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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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9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11. 9. 23:45

소설쓰기 첫 오프 모임에 다녀왔다. 각자 준비중인 소설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는 자리였는데, 다들 내공이 상당한 것 같아서 놀랐다.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여자가 예술가를 만나 구원 받는 사랑 이야기를 쓰겠다고 발표했는데, 옆에 앉아 계신 분이 예술가가 그녀를 대상화하여 소재로 삼는 줄거리를 제안해주셨다. 그 편이 재미있겠다 싶어서 내용을 바꾸었다. 아래는 내가 생각한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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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는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거리의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상담봉사활동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이은선이라는 여자를 알게 되고, 그녀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다. 이은선이 후천적 성인 아스퍼거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는 그녀에게 호기심과 동정심, 연민을 느껴 다가가지만 사회성이 결여된 그녀와 소통이 어렵다. ‘의 꾸준한 관심으로 이은선은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는 작업을 하며 그녀를 대상화하게 되고, 결국 그녀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 아니고 오히려 그녀를 구원해줬다는 우월감에 빠진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고립적인 생활을 하던 이은선은 여전히 에게 의존하며 사랑을 갈구하는데...

***


주제는 관계 맺기에 실패하는 소수자들의 이야기. 즉, 세상과의 관계에 실패하는 비행 청소년들과 이은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실패하는 지식인='나'


돌아가면서 소설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가 조금만 길어지면 내용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내가 아스퍼거 장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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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5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10. 15. 15:50

회사를 그만두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의지로 그만둔 게 아니라 잘린 거다. 낌새는 며칠 전부터 느껴졌다. 사장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았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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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7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10. 8. 00:04
회사 선배가 내게 취재가 좋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재미있다고만 말했는데 집요하게 물어보길래 솔직히 인터뷰 할 때 긴장이 되어 힘들다고 말했다. 뭐가 하고 싶느냐는 질문도 했던 것 같다. 편집자 이야기를 꺼냈는데 쉽지 않다, 솔직하게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더니 소설가? 라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럼 여기 있으면 안된다고 했던 것 같다. 내게 써둔 글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없다고 답했다. 사실 짧게 쓴 게 있는데 삭제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쪽팔려서 아무말도 못했다. 소설을 쓰고 싶은데 쓰다보면 에세이가 된다고 겨우 말했던 것 같다. 에세이도 잘 못쓰는 주제에. 선배는 돈받고 자기가 쓴 글을 넘기는 곳이 있다고 했다. 내가 궁금해했더니 가방을 뒤적인 후 본인이 쓴 글이라며 접힌 종이 하나를 넘겨줬다. 선배가 담배를 태우고 올 동안 글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글도 훌륭했지만 실패에 대한 생각이 나와 비슷하고 자기의 주관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넨 뒤 대단하시다고 칭찬해드렸다. 선배는 뭐가 대단하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이라고 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게 선배가 야근하면서 쓴 글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몹시도 부끄러워졌다. 허영 부리느라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하며 노력조차 안하는 내 모습이 떠올라서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치부를 들킨 느낌이었다. 나는 병 핑계를 대고 싶었지만 병 이야기는 결국 꺼내지 않았다. 선배는 똑똑한 사람이니 내 얕은 생각과 행동을 간파했을 것이다.
오늘 여동생을 만나, 회사 선배가 취재가 좋냐며 집요하게 물어봤다고 말하니 최대한 그만두려는 티를 내지 말라고 했다. 거짓말을 못하는 내가 또 실수를 했구나 싶었다. 차라리 동정심을 유발하며 절박하게 다니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하라는데... 내가 또 실수했나보다.
동생과 엄마가 누누히 하는 말, 솔직하게 모든 걸 오픈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선배에게 속내를 들킨 기분이다. 그가 쓴 글에서 충격을 많이 받아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나는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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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5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10. 5. 07:51

이 글을 쓰는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다. 그만두네 마네 하면서도 여태껏 다니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회사 선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사람에게 사랑에 대한 감정보다 인간적인 유대감 비슷한 그런 감정이 든다. 어쩌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갖고 있어서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가 회사 그만둬도 알고 지내고 싶다, 친하게 지내자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만두지 말고 짤릴 때까지 걍 다녀, 라는 답장이 왔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제밤에 여동생과 부대찌개를 먹고 커피를 마셨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커피 때문인지 잠이 안와서 밤을 홀딱 새버렸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회사 생각이 나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오늘부터 부장님이 병가다. 당분간 사장이 나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릴텐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바보같이 또 긴장해서 지시 사항을 놓칠까봐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잤다. (좋아하는 선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동생과의 대화에서도 느낀 점인데 확실히 병에 걸린 후부터 머리가 예전만큼 팽팽 돌아가질 않는다. 책을 읽어도 수박 겉핥는 기분... 예전에는 책을 읽다가 지하철에서 내릴 정류장을 놓칠 정도로 집중해서 읽었는데, 몇 년 사이에 책읽기가 어려워졌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순발력이 떨어졌고. P사에 다닌 이후 확실히 내가 변하긴 변했다. (이 점을 친구 지혜가 지적해주기도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주변이 사라지고 자기 표현이 줄었다. 회사 선배가 날더러 농담으로 우울증(환자)이라고 불렀는데 발끈해버렸다. 날더러 정색한다고 중얼거리더라. 그 사람은 실제로 내가 아침마다 항우울제를 먹는 환자라는 걸 모를거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이큐 검사를 한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상위그룹에 속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인과의 일상적인 대화도 따라가지 못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면 그저 허허 웃곤 한다. 내 뇌의 어느 부분이 고장났는지 모르겠다. 취미로 수학 문제를 풀다보면 머리가 좋아질까? 남은 몇 십년을 이렇게 둔한 머리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읽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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