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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7일의 일기

from 기록 2015. 10. 8. 00:04
회사 선배가 내게 취재가 좋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재미있다고만 말했는데 집요하게 물어보길래 솔직히 인터뷰 할 때 긴장이 되어 힘들다고 말했다. 뭐가 하고 싶느냐는 질문도 했던 것 같다. 편집자 이야기를 꺼냈는데 쉽지 않다, 솔직하게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더니 소설가? 라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럼 여기 있으면 안된다고 했던 것 같다. 내게 써둔 글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없다고 답했다. 사실 짧게 쓴 게 있는데 삭제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쪽팔려서 아무말도 못했다. 소설을 쓰고 싶은데 쓰다보면 에세이가 된다고 겨우 말했던 것 같다. 에세이도 잘 못쓰는 주제에. 선배는 돈받고 자기가 쓴 글을 넘기는 곳이 있다고 했다. 내가 궁금해했더니 가방을 뒤적인 후 본인이 쓴 글이라며 접힌 종이 하나를 넘겨줬다. 선배가 담배를 태우고 올 동안 글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글도 훌륭했지만 실패에 대한 생각이 나와 비슷하고 자기의 주관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넨 뒤 대단하시다고 칭찬해드렸다. 선배는 뭐가 대단하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이라고 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게 선배가 야근하면서 쓴 글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몹시도 부끄러워졌다. 허영 부리느라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하며 노력조차 안하는 내 모습이 떠올라서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치부를 들킨 느낌이었다. 나는 병 핑계를 대고 싶었지만 병 이야기는 결국 꺼내지 않았다. 선배는 똑똑한 사람이니 내 얕은 생각과 행동을 간파했을 것이다.
오늘 여동생을 만나, 회사 선배가 취재가 좋냐며 집요하게 물어봤다고 말하니 최대한 그만두려는 티를 내지 말라고 했다. 거짓말을 못하는 내가 또 실수를 했구나 싶었다. 차라리 동정심을 유발하며 절박하게 다니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하라는데... 내가 또 실수했나보다.
동생과 엄마가 누누히 하는 말, 솔직하게 모든 걸 오픈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선배에게 속내를 들킨 기분이다. 그가 쓴 글에서 충격을 많이 받아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나는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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