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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455. 노래 한 곡을 써보라. 2015.10.27
  2. 415. 가족과 식사 중 겪은 최악의 경험 2015.10.27

455. 노래 한 곡을 써보라.

from 글쓰기 2015. 10. 27. 01:00


당신은 차가운 분홍 같은 사람

, , 입의 경계가 문드러지고

하나의 덩어리로 남았다

멀리서 아득히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잠에서 깨어난 나는 당신을 위한 문장을 만든다

흰 달이 뜬다니 조심해서 걸어야겠어

나는 오늘도 오지 않을 너를 기다린다



,

자서전 쓰기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 일생에서 기억에 남는 밥상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쓴 글은 내가 교복을 입던 시절, 우리 집 밥상머리에서 욕지거리가 오가던 시절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당시 상황을 글로 옮겨보자면 이렇다. 내가 중학생일 때, 아버지의 주식 투자 실패로 가세가 기울어 아파트를 팔고 월세가 저렴한 공동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당시 부모님이 운영하던 가게와 채 삼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공동주택이었다. 다섯명이 살기에는 너무나 좁았던 그 집에서 나는 아버지의 무수한 욕지거리를 들어야만 했다. 아버지가 기분이 좋지 않았던 어느날 아침이었나 보다.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놓고 나와 여동생, 아버지는 아침을 먹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아버지는 화를 냈고, 쌍시옷이 들어가는 말이 떠다녔다. 여동생은 밥숟가락을 상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피했고 나는 그 와중에도 꾸역꾸역 밥을 먹고 가방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아버지는 누군가를 향해 두루마리 휴지를 집어던졌다. 무거운 물건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가족 중 누구도 한 번 성이 난 아버지를 말릴 수 없었다. 어머니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모래가 된 밥을 우물거리며 지옥 같은 이곳에서 벗어나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버지가 했던 욕은 악마같은 년, 악랄한 년, 너희들은 저주를 받을거라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다. 나는 성인이 되어 이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당시 아버지는 영업을 하고 사람을 상대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풀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아버지를 용서했다. 나는 더 이상 아버지가 밉지도, 가엾지도 않다. 하지만 왜 꼭 밥상머리에서 가족들을 향해 이유 없는 욕을 퍼부었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저 압도적인 무언가가 아버지를 눌러서 화가 삐져나온 것이리라 짐작할 뿐이다. 한동안 밥을 빨리 먹었던 적이 있는데, 이 무렵부터 생긴 버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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