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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년 10월 24일의 일기 2015.10.25

고등학교 동창 친구 녀석의 아들 돌잔치에 다녀왔다. 사실 녀석이라는 말을 붙일만큼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환히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친구다.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도착해 근처 이마트 푸드코트에서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 이마트에 간 이유는 카페에 갈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회사를 그만둔 후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돌잔치가 열리는 곳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창 둘을 만났다. 한 친구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고, 다른 친구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할 말이 없어 조금은 어색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난 누구와도 어색하게 지내는 것 같다. 사이가 껄끄러워진 친구 Y가 올까봐 걱정했지만 Y는 나타나지 않았다. 축의금을 건네고 밥을 먹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왠일인지 식욕이 내키지 않았다. 얼마 후 또다른 동창 S가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나와 친하지 않았던 S. 내 눈을 바라보지 않고 다른 두 친구들에게 자기네 집으로 놀러오라고 말한다. 나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돌잔치가 끝나고 남은 음식을 꾸역꾸역 먹다가 어색한 만남이 끝나버렸다. 동창 K연락해라고 인사했지만 진심인지는 모르겠다.

홍대로 향했다. 2년 전 교육원에서 같이 수업을 들은 BY와의 약속이 있어서다. 비교적 한적한 홍대입구역 1번출구 방향으로 나와 조용한 카페로 들어섰다.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나는 어김없이 좋아하는 선배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스스로를 금사빠라고 지칭하자, 친구 B“OO, 제발 좀!” 하고 나를 타박했다. 나는 병신같지만 그가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내게 준 글을 둘에게 보여줬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이라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Y는 그가 쓴 글이 어렵다고 했다. 연락해보라는 말에 용기를 내어 선배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날렸다. 뭐라 답하기 힘들 정도로 짧은 단문 메시지가 오간 후 그는 나에게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라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될 거라나. YB에게 내 짝사랑 고백을 끝내고 취업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이쪽 계통은 오래 일할 곳을 찾기 힘들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소설가를 꿈꾸는 B와 나는 문장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셋 다 내향적인 사람이라 대화하기 편했다. 대화가 중간에 끊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해야 할까.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카페를 나와 신촌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향했다. 선배가 추천해준 책은 없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도 없었다. 최승자의 시집도 없었다. 문학 코너를 돌다가 우연히 한강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그리스인 조르바를 발견하고 두 권을 샀다. B는 애드거 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을 샀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Y는 클래식 음반을 사려는데 마음에 드는 음반이 없다며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전철에서 나는 Y에게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속내를 고백했다. 우리의 대화는 끝까지 불안했다. 인생 기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눙을 쳤지만 어떻게 될지는 정말로 모르는 일이라 더욱 불안하다. 집으로 돌아와 한강의 시집을 단숨에 읽었다. 내 부족한 어휘력을 키우고 싶다. 국어 사전을 사려 한다. 집에 돌아와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에 들러 소설쓰기 모임 모집 공고를 보았다. 자격 조건은 완결된 소설 작품을 쓴 경험이 있으신 분여기서 걸린다. 내가 합평에 낄 만큼 소설을 쓸 자격이 있는걸까 생각해본다.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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