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478건

  1. 중고책 구입 2014.11.09
  2. 2013년 9월 18일의 일기 2014.11.09
  3. 2013년 9월 16일 2014.11.09
  4. 자기소개 50자 2014.11.09
  5. 복잡할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 2014.11.09
  6. 내가 그린 물고기 그림 2014.11.09
  7. 헤어짐 2014.11.09
  8. 내가 좋아하는 영화 대사 2014.11.09
  9.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2014.11.09
  10. 나의 DISC 검사 결과 2014.11.09
  11.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며 2014.11.09
  12. 잊고 있던 내 모습 2014.11.08
  13. 잔향 2014.11.08
  14. 나쁜 습관 2014.11.08
  15. 성서 2014.11.08
  16. 무념무상 2014.11.08
  17. 트위터 탈퇴 2014.11.08
  18. 기형도와 김동률 2014.11.08
  19. 무기력 2014.11.08
  20. 하농 2014.11.08

중고책 구입

from 기록 2014. 11. 9. 09:05

사진은 네이버 모 카페에서 중고로 구입한 책들이다. '자신감 쌓기 연습'과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은 꼭 구입하고 싶었던 책인데, 저렴하게 구해서 기분이 좋다. 사고 싶은 책이 많았지만 욕심내지 않고 끌리는 책만 구입했다. 요즘 마음 쓸 곳이 많아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책을 못 읽었는데, 내가 애정을 갖고 고른 책들이니 쉽게 읽을 수 있겠지.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읽자. 2013/09/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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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8일의 일기

from 기록 2014. 11. 9. 09:04

친구 B의 집에 다녀왔다. 어젯밤 B의 꿈에서 나는 아임 오케이를 외치고 있었나보다. B는 되려 그런 내 모습이 걱정되어 연락을 한 것. B의 초대 전화를 받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었지만 망설임 없이 친구의 집을 찾았다. 며칠 동안 식사를 제대로 못 챙겨먹었는데, B 덕분에 맛있는 밥을 먹었다. 친구로부터 끼니 거르지 말고 건강 챙기라는 잔소리를 열 번은 들은 것 같다. 마음 씀씀이에 고마웠다.

적어도 하루에 두 끼는 챙겨먹으려 한다. 9월이 지나기 전에 병원도 가야지.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내가 되고 싶다.


2013/09/1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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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6일

from 기록 2014. 11. 9. 09:04
2013년 9월 16일,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명심보감을 구입하다.

2013/09/1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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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50자

from 기록 2014. 11. 9. 09:02
끊임없는 호기심과  분석으로 사실보다 진실에 가까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정말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2013/08/20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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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할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또 훌륭한 답은 반드시 훌륭한 질문으로부터 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만약 지금 이 상황이 무척 혼란스럽게 느껴진다면, 바로 지금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적기인 셈이다."

 

 

기사의 내용과는 별개로 읽고 나서 무릎을 친 문장이다.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먼저 고백할 용기를 준 문장이기도 하다.


2013/08/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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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물고기 그림

from 비공개 2014. 11. 9. 09:00

매주 1회씩 아는 동생으로부터 미술치료를 받고 있다. 아래 그림은 내가 그린 물고기 가족화다. 고래는 나, 보라색 갈치는 엄마, 녹색 물고기 무리는 남동생, 남색 열대어는 여동생이다. 아빠 물고기는 그리지 않았다. 가정사를 들켰다.

 

언니랑 동생 물고기는 입이 없네요. 어 그러네.

평소에 말이 없는 편이에요? 음, 동생이랑 나랑 둘 다 집에서는 말이 없는 편이지.

 

 


2013/08/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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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from 기록 2014. 11. 9. 08:59

7월 11일 오후 10시경, 여의도에서 남자친구와 이별했다. 그만 만나자는 말을 어렵게 꺼냈다. 말하기 전에 눈물부터 나왔다. 미안해서다. 남자친구는 예상했는지 “왜?”라고 물었고,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전날 연애경험이 많은 여동생에게 조언을 구했다. 여동생은 자초지종을 듣더니 상대방을 위해 헤어짐의 이유는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 했다. 하지만 나는 서로의 감정을 정리하기 쉬울것이라는 판단하에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그는 내게 배신감을 느꼈다. 나는 울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예전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미안함, 애처로움, 죄책감만을 느낄 뿐이다. 함께한 시간들이 떠올랐고 또 미안해서 울었다. 이별의 원인은 내 탓이 구 할이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듣고도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참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싶다. 잠시 갈등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니까. 내가 견뎌야 할 몫이다. 남자친구가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내게 처음으로 고함을 질렀다. 나는 말없이 돌아섰고 다음날 이메일을 받았다. 메일 제목은 ‘인연 정리’, 내가 준 선물을 되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마음 불편해도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에 약속을 잡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으로부터 삼십분 후, 그를 만난다. 잘 헤어지고 싶다.

 

널 만나며 내 인생과 삶에 처음으로 감사했어.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


2013/07/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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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영화 대사

from 기록 2014. 11. 9. 08:58

살다보면 화나는 일도 많지만 분노를 풀어서는 안된다.

세상에는 아름다움이 넘치니까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가슴 벅찰 때가 있다.

터질듯이 부푼 풍선처럼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달으면

희열이 몸 안에 빗물처럼 흘러 오직 감사의 마음만이 생긴다.

소박하게 살아온 내 인생의 모든 순간들에 대하여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마지막 대사다. 성서의 한 구절처럼 가슴에 박힌다.


2013/07/0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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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from 기록 2014. 11. 9. 08:56

 

6월 11일, 네이버 아이디 lovelyleon님으로부터 세 권의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선물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http://yissum.blog.me/40190714658

 

 

<생각 버리기 연습> 한 권 보내주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두 권의 책을 더 나누어주셨어요.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믿기질 않습니다. 일면식 없는 분께 세 권의 책선물을 받다니요. 더욱 놀라운 건 이 분께서 진심으로 저의 행복을 바라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아래는 제가 받은 쪽지입니다.

 

호의를 베풀기도, 받기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살면서 드물게 사심 없이 베푸는 분들을 만납니다.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기록해둡니다. 약해질 때마다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야겠습니다.

2013/06/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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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DISC 검사 결과

from 비공개 2014. 11. 9. 08:55

친구로부터 DISC 검사를 받았습니다. D는 주도형, I는 사교형, S는 안정형, C는 신중형입니다. 저는 C 점수가 높고, I 점수가 낮습니다. 첫 번째 그래프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두 번째는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 세 번째는 나의 객관적인 모습입니다. 저는 세 그래프의 모양이 같네요. 이론상 스트레스를 덜 받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2013/06/0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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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를 생각하며

from 기록 2014. 11. 9. 08:55

나는 외가의 첫 손주다. 덕분에 외가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외할아버지가 특히 좋았다. 내가 놀러갈 때마다 매번 천원을 건네 주셨고, 인자하게 웃어주셨으며, 잔소리 한 번 없으셨기 때문이다. 공부를 핑계로 방문이 뜸해진 외손녀에게 싫은 내색 한 번 없으셨다. 농사를 지으신 탓에 외할아버지는 동년배 어르신들보다 건강하셨다. 그래서 우리 외할아버지는 평생 늙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으실 줄로만 알았다.

 

 

외할아버지 팔순잔치를 치르고 일주일 쯤 지나, 엄마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그날 엄마는 내게 문자 메시지로 ‘lung cancer’의 뜻을 물었다. 외할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다. 나는 ‘어떡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인터넷과 책을 찾아 폐암 정보를 수집했다. 요약한 정보를 출력하여 친지들에게 전달하고, 암 투병 서적을 들고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외할아버지는 산소 호흡기의 도움을 받으며 초진 결과를 기다리고 계셨다. 자주 찾아오겠다 말씀드리니, 자주 오지 말라신다. 외손녀에게 부담주기 싫어하시는 마음이 전해졌다. (그날 이후 실제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병실을 떠나며 암 투병 서적을 책상 위에 두려는 순간이었다. 외할아버지께서 책을 가져가라며 단호하게 손을 내저으셨다. 아, 부끄럽지만 당시 내 태도는 ‘도리를 다한다.’는 자기만족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외할아버지는 통원 치료를 결정하셨다. 퇴원 직전에 친척들이 보고 싶어 병원으로 부르셨다는데, 속뜻을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더 늦기 전에 남자친구를 데리고 외가를 방문했다. 폐암 진단 이전에 심근경색으로 고생하신 할아버지는 심장 수술을 앞두고 계셨다.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등을 꼿꼿이 세워 앉아 예의로 외손녀의 남자친구를 대하셨다. 하지만 나는 방문 목적을 잊고, 남자친구가 외가 친척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일지에만 급급했다. 외조부께 인사만 드리고 근황이나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깨달은 사실이다. 후회가 밀려온다.

 

 

외가 거실에는 십년 전 일가친척들이 모여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내 얼굴은 없다. 수능 공부 핑계로 불참했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 생신날 한 공부로 수능 성적이 얼마나 올랐을까? 돌이킬수록 내 이기심이 부끄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대해주신 외할아버지의 넓은 아량에 감사할 뿐이다.

 

 

방사선 치료가 회를 거듭할수록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외손녀가 여태껏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 증손녀 볼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외할아버지, 사랑해요.


2013/06/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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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내 모습

from 기록 2014. 11. 8. 19:02

25일 저녁, 여의도에서 교육원 사람들을 만났다. 이 날 영화 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강사 선생님께서 내게 김혜리 기자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OO씨는 문예지 기자가 어울릴텐데, 그쪽 사정이 어려운 현실이라는 말씀과 함께.. 한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고, 책도 읽지 못한 내가 저 말을 들을 자격이 되나 싶어 부끄러워졌다.

귀갓길에 동갑내기 교육생 B로부터 힘이 되는 말을 들었다. 아픈 기억을 잊으려면 매력적인 무언가에 몰두해보라고. B는 첫 번째 남자친구와 헤어진 기억을 잊게 한 비틀즈에게 고마워했다. 다시 영화도 많이 보고 진짜 내 마음을 이끄는 책들을 읽어야겠다.

2013/10/2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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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

from 기록 2014. 11. 8. 19:01

초면인 분이 나에게 호의를 표했다. 고마운 일이다. 나도 이에 보답해야 할 텐데, 상대방의 호의에 담긴 진의를 모르겠다. 잠깐이나마 상대방이 날 이성의 감정으로 대우해준 것 같은데. 착각도 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쨌든 유쾌한 하루다.

2013/10/2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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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

from 기록 2014. 11. 8. 19:00

특정 주제나 단어가 끊임없이 떠오른다. 산책을 하며 하루를 반추한다. 불편한 상황을 접하면 속으로 주기도문을 외운다. 산발하는 생각을 붙들기 어려워 글쓰기를 미룬다. 헤어진 남자친구 생각이 나면 활자를 읽지 못한다.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공명(共鳴)한다.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제삼자가 겪는 상황처럼 인식한다. 잠들기 전에 과자를 먹는다. 내 집중을 방해하는 소음 유발자에게 극심한 분노를 느낀다.

 

2013/10/3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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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from 기록 2014. 11. 8. 19:00

오늘은 마태오 복음서를 읽었다. 재미있다. 성경은 참으로 뛰어난 문학 작품이다.


2013/11/0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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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념무상

from 기록 2014. 11. 8. 18:59

 

왕십리에 있는 카페에서 아는 동생을 통해 색채 배열 테스트를 받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쳐 있는 상태라고...
2013/11/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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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탈퇴

from 기록 2014. 11. 8. 18:58

방치해두었던 트위터 계정을 해지했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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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와 김동률

from 기록 2014. 11. 8. 18:57

기형도의 시를 읽고, 김동률의 노래를 듣고 있다.

가을앓이에 좋다.

덕분에 군것질도 줄었다.

2013/11/0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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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from 기록 2014. 11. 8. 18:57

계획보다 3시간 늦은, 오전 10시 30분쯤 기상했다. 자취방 침대에 모로 누워 책을 뒤적이지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헤어진 남자친구 생각이 자리를 차지한 탓이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생각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따로 놀아 괴롭다. 사귈 때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 밀린 설거지를 끝내고 이소라의 노래를 들으며 설익은 꽁치구이와 된장국을 먹었다. 이소라의 뮤즈는 누구였을까? 다시 책을 읽는데, 한글 독해가 왜 이렇게 어렵나. 모교 도서관에 가볼까 싶었지만 만사가 귀찮다. 상담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는 must와 want를 구분하기 어렵다. 내 진짜 want는 무엇인가? 전날 편집자로 일하는, 모교 졸업생으로부터 받은 명함을 떠올렸다. 메일을 보내볼까 고민했지만,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데 목적 없이 연락은 해서 뭘 하나 싶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올해 초 저장해둔 이시형 박사의 심리학 특강을 시청했다. '외톨이' 편을 보다가 놀랐다. 아, 내가 은둔형 외톨이였구나. 사람을 만나지 않고 어딘가에 틀어박혀 영화만 보던 때가 떠올랐다. 환청이 들리지는 않지만 조짐이 비슷하다. 위험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교육원 출신 Y씨에게 독촉 메시지를 보냈다. 며칠 전 Y씨가 미취업자 교육생들을 필진으로 하는 블로그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터였다. 블로그 개설을 확인하고 글렌굴드의 곡을 들었다. 원룸 사람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허밍을 들을 수 없다. 방문을 세게 닫고 발꿈치로 장판을 찍으며 빠르게 걷는 학생들의 소음에 신경이 곤두서고 손발이 차가워진다. 조용한 공간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겠다. 화를 참고 마르코 복음서를 필사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창밖이 어둑하다. 교육원에서 입금한 교육비를 확인했다. 다음 달 월세 시름을 덜었다. '은둔형 외톨이'에서 벗어나고자 JS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성문제를 하소연했다. 채근담을 읽는데, 실천이 어렵다. 꼭 순행대로 살아야 하나? 예술가와 사업가는 역행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난 예술가는 아니지만, 순행을 강조하는 동양 철학보다 천주교의 율법이 마음에 와 닿는다. 동양 철학이 수직이라면 서양의 사상과 종교는 수평에 가까운 느낌이다. 지젝과 향연-美에 대한 글도 써야 한다. 짧게 대충 아는 내용만 쓸까, 하는 유혹이 들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내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쓰는 글은 (과장을 섞어 표현하자면) 쓰레기다. 갑자기 공기가 싸늘하게 느껴져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저녁에는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대파와 라면, 토마토케첩을 사왔다. 혼자 지내는 생활이 너무나 익숙하다. 언제까지 이런 하루를 보내야 하나?


2013/11/0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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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농

from 기록 2014. 11. 8. 18:56

- YMCA 피아노 학원 풍경들

- 30cm 플라스틱 자로 손등을 때리던 히스테릭한 여자 선생님

- 다른 학생들의 연주를 듣고 음을 따라 치던 나

- 연주를 듣는 능력 (절대음감)은 뛰어나지만, 연주에는 재능이 없던 나

- 피아노 학원 수업의 절반은 이론, 나머지는 실기 수업이었음

- 건반에 지문 자국이 있으면 불쾌하여 빨간 융으로 닦던 기억

- 피아노 의자를 열면 책을 보관해 둘 수 있게 되어 있어 책을 두고 다녔는데 어느날 잃어버림

- 하농을 네 가지 버전으로 연주함. (오리지날, 스타카토, 당김음, ?)

- 하농의 녹색 표지는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단순하지만 다섯 손가락을 고루 움직여야 했으며, 다른 버전으로 연주를 해야 했기에 지겨웠지만 그만큼 중독적인 구석이 있었다. 

- 거금을 들여 부모님이 피아노를 사 주셨고 친척들이 집에 놀러오는 날이면 피아노를 쳐 보라며 나를 채근하셨다. 나는 스스로 피아노 연주를 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사실에 허영을 느껴 내가 유일하게 틀리지 않고 외우고 있는 곡만을 연주했다. 다른 곡도 쳐 보라는 성화가 이어지면 난처해하던 기억이 난다. 가세가 기울면서 피아노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전셋집을 전전하며 포장이사를 할 때마다 피아노 때문에 이사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엄마는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팔아버렸다. 피아노를 자주 쳤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한스럽다.

- 피아노 학원의 연습용 피아노는 조악해서 자주 고장이 났다. 특정 건반이 뻑뻑하다던가,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음. 

- 중학생 때 축제에서 동갑내기 남학생이 피아노를 연주하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축제 때 연주하던 곡은 음역대가 넓은 (쇼팽곡이었나? 다시 찾아볼 것.) 곡이었는데, 말 그대로 건반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 남학생의 이름을 지금도 잊어버릴 수 없다. '김고'라는 학생이었는데, 당시 내 단짝이었던 명일이와 같은 반 학생이었다. 여자 음악 선생님은 대놓고 그 학생을 편애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초등학생 때 내가 학원에서 듣던 연탄곡이나 체르니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 2014년 4월, 경향 콩쿨에서 대기실로 이동하기 전 연습실로 참가자들을 인솔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 학생은 연습시간 동안 지정곡을 연습하는 게 아니라 하농을 연주하며 손을 풀더라. 이걸 보니 옛 생각이 났다. 


2013/11/0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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