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478건

  1. 말할 수 없는 것 I 2014.11.08
  2. 직관 창조 그리고 예술 2014.11.08
  3. 금오신화 2014.11.08
  4. 일터 2014.11.08
  5. 쫄지마! 2014.11.08
  6. 고매한 인격 2014.11.08
  7. 휴고 2014.11.08
  8. 쓰여지는 것은 잃어버리지 않는다. 2014.11.08
  9. 악의 평범성 2014.11.08
  10. 과자중독 2014.11.08
  11. 내가 들은 클래식 103곡 1 2014.11.08
  12. 정다운 무관심 2014.11.08
  13. 2014년 4월 29일 오후 11시 40분에 저장한 글입니다. 2014.11.08
  14. 4월에 들은 노래들 2014.11.08
  15. 말모이 2014.11.08
  16. 파이 이야기 2014.11.08
  17.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2014.11.08
  18. 집중 곤란 2014.11.08
  19. '음악에 대한 시론' 2014.11.08
  20. 멋진 사람 2014.11.08

말할 수 없는 것 I

from 기록 2014. 11. 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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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창조 그리고 예술

from 기록 2014. 11. 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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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from 기록 2014. 11. 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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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from 기록 2014. 11. 8. 16:42

 

 

 

알바를 하며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넷 연주와 성악을 온종일 듣는 호사를 누렸다. 면접 당시 우울증에 걸려있던 나를 채용해 준 K 신문사 문화사업부 과장님께 제일 고맙고, 알바가 일찍 끝나면 늘 전철역까지 차로 데려다주신 아버지 연배의 부국장님께도 감사.. 같이 일한 이십대 초반의 학생들은 대체로 순수했다.

off the record로 적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일단 여기까지 기록해둔다. 콩쿨 대기실, 연습실 풍경에 대한 묘사와 함께 일한 팀원들의 세부 모습을 적고 싶은데 망설여진다. 내 감정을 속이고 사람들을 대했던 비겁함 때문이다.

 

2014/04/1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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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마!

from 기록 2014. 11. 8. 16:42

아르바이트 휴무라 땅콩 폭식 후 자취방에 누워 있는데, 방문이 '꿍'하고 닫히는 소리가 몇 차례 들렸다. 공용 화장실에 갈 때 이웃 남자와 마주쳤는데, 기분 나쁜 일이 있는지 방을 들락날락하며 온 힘을 다해 설거지하고 방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행동거지가 조용한 사람이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불규칙한 굉음을 듣다 보니 몸이 움츠러들고 불안해 진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잊은 채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불안함을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 일곱 번째 굉음을 듣고 나자 혼잣말로 욕이 나올 만큼 짜증이 솟구쳤다. 소음을 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공용 거실로 나갔다.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이웃이 아닌, 처음 보는 남자가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외출 준비 중이었다. 어쩌면 내게 본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스토킹을 당한 이후로 생긴 망상이다.), 혹은 다른 이웃과의 소음 문제로 보복 소음을 낸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요, 방금 방문 닫고 나오신 분이죠?" 여기까지 말하고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스토킹하며 보복 소음을 냈던 이웃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뱉은 말. "방문 닫을 때 조금만 조심해주세요. 제가 소리 듣는 일을 해서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남자는 유유히 대문을 나섰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자책했다. 왜 내가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나. 도리어 사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나다.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혹시 기분 나쁜 일이 있으신가요? 독채도 아닌데 방문을 그렇게 쾅쾅 닫고 다니면 되겠습니까, 이 집에는 학생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도 배려해주세요. 모처럼의 휴무인데 방문 닫는 소음에 괴롭습니다. 뭐 이런 말들이었는데. 바보같이 쫄아버렸다. 내 피해의식은 아직도 낫지 않았다. 예의 없는 남자들이 싫고 무섭다. 맞대응했다가 스토킹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할까봐. 사건 이후 이 글을 쓰는 이 시각까지 내 감정을 존중하지 못하고, 나를 괴롭힌 사람에게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 스스로 혐오스러워 폭식한 뒤 아무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몸쓰는 일을 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쉽지 않다.

폭력, 남자, 스토킹, 소음에 대한 피해의식을 고치고 싶다. 어떻게? 

 

2014/04/1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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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매한 인격

from 기록 2014. 11. 8. 16:39

아르바이트생들과 점심을 먹고 혼자 나와 상명대 뒷편의 풍경을 감상하다가

고매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14/04/2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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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

from 기록 2014. 11. 8. 16:38
뤼미에르와 멜리에스에게 바치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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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끊임없이 하고 있는 행동들 - 회상하기, 공상하기, 음악 듣기, 먹기, 일기쓰며 자의식 버리기, 도서관 가기, 죽음에 대한 생각

내가 지키고 있는 것 - 내 감정, 조용한 공간에 머물기, 사람들과의 거리, 불필요한 외부 정보 차단 (신문 읽지 않기, 소음 피하기)

 

 

 

(2014/04/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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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from 기록 2014. 11. 8. 16:35

세월호 사건을 보며,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이 생각났다.

 

그 밖에 떠오르는 몇 가지 위험한 생각들

오늘 독서 토론 수업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멍석이 깔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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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중독

from 기록 2014. 11. 8. 16:34

여전히 과자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제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소금과 설탕에 버무려진 모듬 견과류 봉지를 뜯어 아무 생각 없이 하루만에 500g을 먹어치워버렸다. 잡담에 대한 욕구를 과자를 먹으며 해소하는 중이다. 행동에 쉽게 관성이 붙는 성격 탓에 과자 끊기가 더욱 어렵다. 몸을 쓰지 않으면서 다시 생긴 나쁜 습관들. 과수면, 폭식, 공상... 절제가 필요한 때 (2014/04/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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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은 클래식 103곡

from 기록 2014. 11. 8. 16:33

작년부터 들어온 곡들...

 

 

Albeniz-Suite espagnola, Op.47 - Tango

Bach-Aria with 30 Variations, BWV 988 (The Goldberg Variations) - Aria No.1

Bach-Aria with 30 Variations, BWV 988 (The Goldberg Variations) - Variation 1

Bach-Aria with 30 Variations, BWV 988 (The Goldberg Variations) - Variation 13

Bach-Aria with 30 Variations, BWV 988 (The Goldberg Variations) - Variation 29

Bach-Aria with 30 Variations, BWV 988 (The Goldberg Variations) - Variation 3

Bach-Concerto No.1 for Piano and Orchestra in D minor, BWV 1052 - First movement:Allegro

Bach-Keyboard Concerto No.3 in D major, BWV 1054 - Second movement:Adagio e piano sempre

Bach-Keyboard Concerto No.5 in F minor, BWV 1056 - Second movement:Largo

Badarzewska-La priere d'une vierge

Beethoven-Bagatelle in A minor, WoO 59 (Fur Elise)

Beethoven-Piano Concerto No.3 in C minor, Op.37 - Third movement:Rondo/Allegro

Beethoven-Piano Sonata No.12 in A flat major, Op.26 (Funeral March) - First movement:Andante con variazioni

Beethoven-Piano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Op.27, No.2 (Moonlight) - First movement:Ad agio sostenuto

Beethoven-Piano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Op.27, No.2 (Moonlight) - Second movement:Al legretto

Beethoven-Piano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Op.27, No.2 (Moonlight) - Third movement:Pr esto

Beethoven-Piano Sonata No.17 in D minor, Op.31, No.2 (Tempest) - Third movement:Allegretto

Beethoven-Piano Sonata No.3 in C major, Op.2, No.3 (Dedicated to Joseph Haydn) - Fourth movem ent:Allegro assai

Beethoven-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etique) - First movement:Grave/Allegro d i molto e con brio

Beethoven-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etique) - Second movement:Adagio cantabi le

Beethoven-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etique) - Third movement:Rondo allegro

Brahms-Four Pieces for Piano, Op.119 - Intermezzo No.1 in B minor

Brahms-Four Pieces for Piano, Op.119 - Intermezzo No.2 in E minor

Brahms-Four Pieces for Piano, Op.119 - Intermezzo No.3 in C major

Brahms-Waltz in A flat major, Op.39, No.15

Chopin-Barcarole in F sharp major, Op.60

Chopin-Etude in C minor, Op.10, No.12 (Revolutionary)

Chopin-Etude in C minor, Op.25, No.12

Chopin-Etude in E major, Op.10, No.3

Chopin-Etude in G flat major, Op.10, No.5 (Black Keys)

Chopin-Grande valse brillante in E flat major, Op.18

Chopin-Impromptu in C sharp minor, Op.66 (Fantaisie Impromptu)

Chopin-Mazurka in C major, Op.56, No.2

Chopin-Mazurka in F minor, Op.68, No.4

Chopin-Nocturne in C minor, Op.48, No.1

Chopin-Nocturne in D flat major, Op.27, No.2

Chopin-Nocturne in E flat major, Op.9 No.2

Chopin-Polonaise in A flat major, Op.53 (Heroic)

Chopin-Prelude in D flat major, Op.28, No.15 (Raindrops)

Chopin-Waltz in C sharp minor, Op.64, No.2

Chopin-Waltz in D flat major, Op.64, No.1 (Waltz by Minutes)

Debussy-Arabesque No.1 in E major

Debussy-Children's Corner - Golliwog's Cake-Walk

Debussy-Engravings - Gardens in the Rain

Debussy-Images - Reflets dans l'eau

Debussy-Preludes - Bruyeres

Debussy-Preludes - Fireworks

Debussy-Preludes - Fireworks(1)

Debussy-Preludes - Footsteps in the Snow

Debussy-Preludes - Hommage a S. Pickwick Esq.

Debussy-Preludes - Minstrels

Debussy-Preludes - The Girl with the Flaxen Hair

Debussy-Suite bergamasque - Claire de lune

Falla-Nights in the Gardens of Spain, Symphonie Impressions for Piano and Orchestra - In Gene ralife

Grieg-Piano Concerto in A minor, Op.16 - First movement:Allegro molto moderato

Handel-Suite No.11 - Sarabande

Liszt-Consolation No.3 in D flat major

Liszt-Etudes d'execution transcendante d'apres Paganini - No.3:La Campanella

Liszt-Liebestraume - Nocturne No.3

Liszt-Lovedream No.3 in A flat major, Op.62

Liszt-Valse oubliee No.1

Mendelssohn-Lieder ohne Worte heft 5, Op.62 - No.5-Venezianisches gondellied III

Mendelssohn-Songs Without Words, Op.62 - No.5:Venetian Barcarole Song

Mendelssolin-Lieder ohne Worte heft 6, Op.67 - No.4:Spinnerlied

Mozart-Piano Concerto No.21 in C major, K.467 (Elvira Madigan) - Second movement - Andante

Mozart-Piano Concerto No.24 in C minor, K.491 - Second movement:Larghetto

Mozart-Piano Sonata No.11 in A major, K.331 - Andante grazioso

Mozart-Piano Sonata No.11 in A major, K.331 - Andante grazioso(1)

Mozart-Piano Sonata No.11 in A major, K.331 - Rondo alla turca

Mozart-Piano Sonata No.15 in C major, K.545 - Third movement:Rondo

Mozart-Piano Sonata No.15 in C minor, K.545 - First movement:Allegro

Mussorgsky-Pictures at an Exhibition - Promenade

Rachmaninov-Etudes-tableaux, Op.39 - No.14:Allegro moderato

Rachmaninov-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 First movement - Moderato

Rachmaninov-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 Second movement:Adagio sostenuto

Rachmaninov-Prelude in B minor, Op.32, No.10

Rachmaninov-Prelude in C minor, Op.23, No.7

Rachmaninov-Prelude in C sharp minor, Op.3, No.2

Rachmaninov-Prelude in E flat major, Op.23, No.6

Rachmaninov-Prelude in G minor, Op.23, No.5

Rachmaninov-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 Variation 18:Andante cantabile

Ravel-Le tombeau de Couperin - Toccata

Ravel-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

Ravel-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1)

Ravel-Piano Concerto in G major - Second movement:Adagio assai

Satie-Gnossienne No.1

Satie-Gymnopedie - from 3 Gymnopedies

Satie-Je te veux

Schubert - Impromptu in A flat major, Op.90, No.4

Schubert-Moments musicaux - No.3-Air russe

Schumann - Kinderszenen, Op.15 (Children's Scenes) - No.7:Traumerei

Schumann-Arabeske in C major, Op.18

Schumann-Kinderszenen, Op.15 (Children's Scenes) - No.1:Of Foreign Lands and Peoples

Schumann-Kinderszenen, Op.15 (Children's Scenes) - No.10:Almost Too Serious

Schumann-Kinderszenen, Op.15 (Children's Scenes) - No.12:The Child Falling Asleep

Schumann-Kinderszenen, Op.15 (Children's Scenes) - No.12:The Child Falling Asleep(1)

Schumann-Kinderszenen, Op.15 (Children's Scenes) - No.13:Hark! The Poet Speaks

Schumann-Waldscenen, Op.82, No.7

Scriabin-Etude in B major, Op.8, No.4

Scriabin-Prelude in E flat minor, Op.11 in No.14

Scriabin-Prelude in G major, Op.13, No.3

Smetana-Memories of Pilsen

Tchaikovsky - Piano Concerto No.1 in B flat minor, Op.23 -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 o-Allegro con spirito (excerpt)

 

(2014/04/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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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무관심

from 기록 2014. 11. 8. 16:32

사진은 까뮈의 소설 <이방인>의 마지막 문장이다. 주인공이 보여주는 행동은 intp 유형의 특징과 비슷하다. 정다운 무관심이라는 뫼르소의 세계관, 자신을 둘러싼 것들로부터 일체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뫼르소의 태도에 전율을 느꼈다.

 

 

2014/04/2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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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모교 사서 선생님과 점심을 먹었다. 선생님께서는 남산 순환버스 뒷좌석 창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곤 하셨다고. 주말에는 사람이 많으니, 되도록 평일에 버스를 타는 편이 좋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깨어있는 대부분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자거나 공상에 빠져 머리가 아팠던 나다. 

지하철을 타고 충무로역에 도착하니, 지하 1층에 오재 미동이라는 영상센터가 보였다. 사람들이 DVD를 관람하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지상으로 나와 남산 순환버스 02번을 탔다.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기까지의 시간이 찰나처럼 느껴졌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과 풍경이 지나치게 빨리 움직인다. 현실 감각이 사라진 게 다시 우울증에 걸렸나보다. 버스 창밖으로 대형 간판과 유리 벽에 갇힌 강아지들이 보였다. 충무로에 즐비한 애견 분양 업소들. 자연스럽게 아빠 생각이 났다. 이윽고 익숙한 남산 언덕이 보였다. 첫 번째 남자친구와 놀러 왔던 기억이 났다.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버스는 예상보다 빨리 종점에 도착했다. 뒷자리에 꿋꿋이 앉아 남산을 한 바퀴 더 돌기로 마음먹었다. 하산하는 20대 여자 승객들이 버스를 타자마자 귀가 찢어질 듯한 고성과 웃음소리가 들렸다. 두통이 날 지경이라 다음 정류장인 남산 도서관에서 내려버렸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다산 정약용의 동상이다. 도서관 입구 앞에 야외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작은 나무 서가와 의자가 갖춰진 공터가 보였다. 愛書家는 답답한 열람실이 아닌 이런 쉼터를 좋아할 테다. 관내 1층에는 훈민정음의 한 페이지를 확대한 그림과 아테네 학당을 모사한 벽화가 있다. 아테네 학당 그림 해설을 꼼꼼히 읽다가 목이 말라 매점에 들렀는데 딱히 사고 싶은 먹을거리는 없었다. 갑자기 남산까지 와서 도서관을 찾는 내 행동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을 나와 건널목을 건너니 이름 모를 전망대가 보였다. 오밀조밀 붙은 주택과 산 능선을 보니, 상명대 대신 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북악산과 가정집을 내려다보던 기억이 났다. 전망대 옆에 용산 도서관이 보이자 내 눈을 의심했다. 불과 백 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 또 도서관이 있다니. 참으로 희한한 동네다. 용산 도서관은 남산 도서관보다 규모가 작고 조용했다. 시시해진 나는 다시 남산 도서관으로 돌아가 야외 서가에서 책 두 권을 빼 들고 읽기 시작했다. 오전에 내린 비 때문에 실외에서 오래 책 읽기 추운 날씨다.

관내로 들어가 승강기를 타고 인문, 사회과학 열람실로 입장했다.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A4 용지에 사서 추천 도서 목록-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가 적혀 있었다. 괜히 반가웠다. 어느 자리에서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데, 내가 마음에 둔 자리 옆자리 할아버지가 갑자기 마른 헛기침을 열 번 정도 뱉었다. 고의적인 기침이다. 방해받지 않고 혼자 책을 읽고 싶으신 모양인데, 나도 저런 행동을 하는 할아버지 옆에서 책을 읽고 싶지 않다. 오늘 집에서 남산을 오기까지의 일들이 너무나 빨리 흘렀다는 느낌에 나는 내 정신 상태가 다시 나빠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심리학 청구기호 서가 앞에 멈춰 섰다. 우울증, 완벽주의, 이상심리학,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MBTI를 주제로 한 책들을 껴안고 사서가 배가할 때 사용하는 나무 받침대에 걸터앉았다. 책을 읽으니 달뜨고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떡 본 김에 제사도 지낼 겸 도서 대출증도 만들었다. 인천 북구도서관, 성북 정보도서관,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 모교 도서관, 그리고 남산도서관. 이로써 내가 가진 도서 대출증은 총 6개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영화 '러브레터'에서 후지이 이츠키가 사람들이 읽지 않는 책을 빌리며 종이로 만든 도서 대출증에 동명이인의 짝사랑 상대의 이름을 남기던 장난이 떠올랐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90년대, 내가 처음으로 책을 빌린 복지관 內 도서관에서도 종이로 만든 도서 대출증을 썼었지. 그땐 그랬다. 내 명의로 된 대출증에 빌려간 책 제목이 가득해 더이상 기록할 공간이 없으면 담당자가 빳빳한 새 종이 도서 대출증을 발급해주곤 했다. 그때의 희열은 후지 이츠키가 “스트레이트 플래시!”를 외칠 때의 쾌감과 비슷했을 거다. 저녁 9시쯤 도서관을 나와 버스를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남산 타워가 보였다. 첫 번째 남자친구 생각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고, 외롭고 무서웠다. 내게 먼저 연락처를 알려준 모교 상담 선생님께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자 클래식을 들었다.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니 커다란 호텔과 빌딩들이 천천히 머물렀다 사라졌다. 전망 좋은 빌딩에서 일하지만 평일에 여유롭게 남산을 구경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버스에서 내려 시청역까지 걷는데, 다시 비현실감이 느껴졌다. 나를 둘러싸고 바삐 걷는 사람들과 도로 위의 소음, 어디에 시선을 고정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현란한 간판들. 너무나 자극적이다.

내가 걸으며 보는 이 모든 상황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퇴근길 인파가 붐비는 전철에서 휴대전화를 붙들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사람들. 조용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책을 펼쳐 시선을 고정하고, 헤드셋으로 귀를 틀어막은 다음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전철역에서 내려 평소와 달리 번화가로 걸었더니 대학생들 무리가 내는 특유의 과장된 목소리가 들렸다. 과장. '이방인'의 뫼르소 생각이 났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사람. 평온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다. 집까지 걷는데 갑자기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해주셨습니다. 그러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 그리고 떠오른 또 하나의 문장. “소외된 능동성의 가장 적절한 예는 강박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다.” 지하철에서 읽은 에리히 프롬의 책에 적힌 글이다. 내가 나를 구속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관대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은 후에야 생각을 멈췄다.

 

***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이유를 알겠다. 

나는 지나치게 생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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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들은 노래들

from 기록 2014. 11. 8. 16:31

가수 이소라씨의 8집 중에서는 '나 Focus'가, 김재형씨의 Morgen이라는 음반에서는 Widmung(헌정)이라는 곡이 제일 좋았다. Widmung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콩쿨 대회 성악 지정곡이었던 것 같다. (2014/04/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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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from 기록 2014. 11. 8. 16:30
'말모이'는 사전을 풀어쓴 순 한글 말이다. 작년 한 모임에서 알게 된 분과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매조지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는 일'이라는 뜻의 매조지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명사이기 때문에 '매조지하다'는 틀린 표현이라는 사실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나는 '단도리'라는 일본어와 '매조지'의 뜻을 혼동했더랬다. 매조지라는 단어를 알려준 분의 말에 따르면 직업 특성상 한문 투를 쓰지 않기 위해 퇴고를 거듭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어휘가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고. 한국어 사전을 하나 사둬야겠다고 답하니, 차라리 러시아어나 스페인인 사전을 사서 공부해보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몇 주 후, 도서관에서 우연히 사진 속의 책을 발견했고 제목에 끌려 스무 페이지 남짓을 읽었다. 더 읽지 못한 이유는 익숙지 않은 단어가 너무 많아서다. 

우습고 부끄러운 일이다. 한글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워졌나. 따지고 보면 순우리말로 구성된 텍스트('텍스트'의 뉘앙스를 늘 대체할만한 한글을 모르겠다.)를 자주 읽지 못한 탓이다. 솔직히 말을 뱉어놓고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외국어를 외래어처럼 사용해서다. '커뮤니케이션', '팩트', '스터디', '땡큐' 같은 단어들. 

책을 읽으며 영어 독해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본문과 미주에 저자가 친절히 순 한글 말에 대한 풀이를 적어놓았지만, 생경한 한글 말이 가득한 문장 이해가 쉽지 않아 느릿느릿 글을 읽는 나를 발견했을 때, 그러한 기분을 느꼈다는 말이다. 토익 장문 독해를 하며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겨우 아는 몇 가지 단어로 문맥을 파악하던 영어 초짜 시절처럼 말이다.

순우리말로 쓴 정보 글은 어디서 찾아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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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from 기록 2014. 11. 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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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국내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불거진 배, 미련할 정도로 화를 억누르는 모습,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는 태도-영화 '마스터' 생각이 났다. 부도덕함, 장남 특유의 과도한 책임감에서 느껴지는 피로감. 한국의 가부장적인 정서와 맞아 떨어지는 영화이기 때문일거다.

(2014/05/0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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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곤란

from 기록 2014. 11. 8. 16:28
극장에서 옆 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에 밟히면 끝내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행인과 움직임, 내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여과하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번화가 식당에서 사촌 언니와 식사를 하는데 언니의 말이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와 섞여들려 대화가 어려웠다. 칵테일 파티 효과와 정반대인 내 증상…. 모든 소리를 소음으로 인식하여 머리가 아프거나, 내게 중요한 소리를 골라 듣지 못하여 대화가 어려운 점. 좋은 징후는 아닌 것 같다. 

(2014/05/0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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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시론'

from 기록 2014. 11. 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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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람

from 기록 2014. 11. 8. 16:24

간만에 멘토로 삼을만한, 참으로 멋진 사람을 보았다.

독서 토론 모임을 이끌던 교수님이신데 해박한 지식은 물론이고, 본인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에 감동하였다. 책 살 돈이 없다고 변명하던 내게 택배를 통해 내가 사는 곳으로 책을 손수 부쳐주시겠다고 하시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라고. 나만 혜택을 받는 것 같아 못내 마음에 걸렸는데 다행히 일이 순리대로(?) 풀려 같이 수업을 들은 몇 명과 마땅한 이유로 책을 선물 받는 셈이 되었다. 지혜와 지식과 유머를 고루 갖춘, 나이를 권위로 내세우지 않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알며, 계산되지 않은 소탈한 모습을 갖춘 지식인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감사한 인연이다. 덕분에 매주 수요일이 즐거웠다. 오랜만에 닮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지식을 혼자 쌓아두기보다는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앎의 총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오랫동안 방에 혼자 틀어박혀 책을 읽던 나는, We think보다 I think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2014/05/0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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